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앞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 2000년대 초 풍경이다. 해녀박물관 제공
제주에 드나들기 시작할 무렵, 가장 신기하게 바라본 ‘풍경’ 가운데 하나가 해녀였습니다. 쪼글쪼글 주름진 얼굴에 뽀글뽀글 파마를 한 할머니들. 새까만 고무옷을 입고, 물속으로 몸이 잘 가라앉도록 허리엔 ‘뽕돌’이라 부르는 납덩이를 차고, 어깨엔 테왁(해녀가 수면에서 몸을 의지하거나 헤엄칠 때 사용하는 부력 도구)과 망사리를 메고, 한 손엔 길이가 짧은 오리발을 든 채 줄지어 바닷가를 걸어가는 10여명의 할머니들, 그저 ‘신기하다’는 생각 말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소심한 성격 탓에 그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진 못했습니다. 그냥 ‘셔터 한번 눌러볼걸’,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우도 해녀들의 삶을 다룬 책 <물숨>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책의 등장인물 가운데 경력 77년의 해녀 김정자(85) 할머니는 해녀인 딸을 삼킨 바다에 또다시 들어가는 심정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바다에서 이런 일이 있다 해서 바다에 안 가게 되면 바다에 영원히 못 갈 거 같아. (중략) 마음은 물건을 못해도 어거지로 이걸 이겨내자, 이런 마음을 이겨내자 이런 마음으로 했지. (중략) 아이고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됐는가… 생각하면서도, 할 수 없이….” 해녀와 바다는 낭만적인 구경거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번 주 ESC 표지를 장식한 최연소 제주 해녀 정소영씨의 이야기와 제주 해녀의 ‘약사’를 읽으며, 해녀의 겉모습을 보고 신기하게만 여겼던 저 자신을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됐습니다. 거친 바다에서 자신과 가족의 삶을 가꿔온 숭고한 생활인, 부당한 착취에 저항하고 연대의식에 기반한 공동체 문화를 가꿔온 그들의 역사를 이어가려는 젊은 해녀의 노력도 존경하게 됐습니다.
오는 11월, 유네스코 회의에서 제주 해녀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올라갈지 여부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제주 해녀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꼭 등재되기를 기원합니다.
조혜정 팀장
z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