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엔 동료들과 함께 회사 앞에서 순댓국밥을 먹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 드라마 얘기, 일 얘기로 한참 수다꽃을 피웠습니다. 전 이 칼럼, “‘Let's ESC’의 주제를 뭘로 쓰면 좋을지, 마감날인 수요일 오후 이 순간까지도 정말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했습니다.
‘1인 가구의 삶’을 소재로 이번주 커버스토리를 쓴 이정국 기자가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1인 가구잖아요. 혼자 사는 사람은 특히나 친구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얘기 한번 써보세요.” 신승근 라이프 에디터도 거들었습니다. “외로움 달래고 세상 이야기도 들으려면 친구를 잘 사귀어야 되잖아. 그게 최순실 한 명뿐이라 이 사달이 났으니 써보면 재밌겠네.” 이 글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동료들한테 고민을 털어놓고, 아이디어를 얻고, 함께 토론을 하며 생각을 정리한 결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한테 최순실씨 말고 다른 친구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봅니다. ‘18년 칩거 생활’ 동안 그가 곁에 사람을 많이 뒀다면, ‘다양한 세계’를 경험했을 겁니다. 위로도 해주고 ‘뒷담화’도 하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견제하기도 하고, 갑론을박을 벌이다가도 교점을 찾아나가는 사람들 각자의 ‘일상’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한 사람한테만 깊이 의존해 ‘영혼’을 사로잡히는 일은 없었겠지요.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 지지와 격려를 해주는 사람, 따끔한 충고를 해주는 사람,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주변에 여럿 있었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오늘 제가 두 동료와 대화한 덕분에 이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처럼, 박 대통령도 어려움에 처했을 땐 여러 사람에게 도움과 지혜를 구했겠지요. 그랬다면 포털 사이트 지도에선 위치도 표시되지 않는 삼청동 1번지에서 이어가게 된 ‘혼삶’도 지금처럼 외롭고 어리석진 않았을 겁니다.
오늘 밤엔 1인 가구부터 5인 가구 구성원까지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여야겠습니다. 각자 제 몫의 외로움을 견디며 사느라 수고한다고, 그걸 알아주고 등을 쓰다듬어주는 우리여서 고맙다고 말입니다.
(참고로, 이 글은 두 동료의 말에 착안했을 뿐 그들이 ‘불러주는 대로’ 쓰진 않았습니다.)
조혜정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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