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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놀까요

등록 2017-01-04 19:48수정 2017-01-04 22:47

Let's ESC
팔라우 ‘저먼 채널’에서 만난 쥐가오리. 조혜정 기자
팔라우 ‘저먼 채널’에서 만난 쥐가오리. 조혜정 기자
해가 바뀌었는데 별로 실감이 안 나는 건 시국이 뒤숭숭해서일까요, 제 마음이 무뎌져서일까요? 뭔가 한 매듭을 짓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기분을 느낄 수가 없으니 참 이상한 일입니다.

새해 목표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심드렁했거든요. 지난해 1월1일 새해 목표를 스마트폰 일정표에 적어뒀습니다. 완료일은 12월31일로 설정했고요. 그날, 그러니까 불과 며칠 전인 2016년 12월31일 일정표를 확인하다 깨달았습니다. 아, 올해도 새해 목표는 목표에만 그쳤구나. <토지> 완독은 시작도 못 했고, 세 번째 도전인 스페인어 공부는 이번에도 교재 ‘2장’에서 멈췄습니다. 운동과 영어 공부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석 달 만에 접었고요. 이게 사는 건가, 새해 목표는 세워서 뭐하나 허망해졌죠.

그나마 다행인 건 여행 계획 하나는 완수했다는 겁니다. 20년 지기들과 했던 여름휴가, 초여름부터 매달 한 차례씩 찾은 제주도와 몇 주 전 팔라우에서의 스쿠버다이빙까지, 2016년의 여행은 너무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편안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놀이를 하는 건 더없이 행복하니까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그냥, 놀자. 이루지 못한 새해 목표 때문에 자책하거나 자학하지 말고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것에만 최선을 다한 뒤 신나게 놀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스페인어 공부도, 운동도 ‘놀이’ 삼아 해볼까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올해는 어디로 여행을 갈지 물색해 봐야겠습니다. 우선 수온이 올라가는 6월부터는 매달 제주도에 가야겠죠. 여름휴가 땐 일본 오키나와에서 일주일 내내 바닷속에서 사는 상상을 해봅니다. 겨울엔 남은 휴가를 모두 끌어모아 갈라파고스에서 리브어보드(배에서 잠자고 먹으며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여행)를 즐긴 뒤 남미 배낭여행으로 마무리하면 캬, 환상적이겠군요.

압니다. 이런 상상을 실현하려면 환경이 받쳐줘야 한다는 걸. 제 맘대로 휴가를 낼 수 있는 회사 분위기도 중요하고, 개인이나 집안에도 별일 없어야겠죠. 돈도 제법 필요합니다. 그러니 이 계획도 실패 또는 미완으로 끝날지 모릅니다. 뭐, 그러면 또 어떻습니까. 여행할 곳을 찾아보고, 일정을 짜는 것 자체가 이미 저한텐 여행의 시작이자 놀이인걸요. 제 마음은 이미 서귀포로 가버렸습니다.

조혜정 팀장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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