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창구와 안내인이 없는 숙소, 무인텔.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투숙할 수 있다는 모텔급 숙소다. 요즘 주요 관광지나 지역 도시 주변에서 부쩍 눈에 많이 띈다. 일부 도시 주변엔 무인텔만 여러 곳 모인 ‘무인텔촌’이 형성돼 있을 정도다.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묵어야 할 필요가 있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뜻일까. 인터넷에 무인텔을 ‘깔끔하고 세련된 숙소’로 추천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걸 보면, 모든 무인텔이 다 꺼림칙한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그래도 뭔가 찜찜하고 불편한 마음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경북 한 도시 주변의 무인텔에 묵을 기회(?)가 있었다. 대규모 지역 행사로 모텔 방이 동나 변두리의 무인텔을 찾았다. 정문도 안내실도 없는 2층 건물. 간판엔 ‘1객실 1주차’라 적혀 있었다. 차가 다가가자 셔터 문이 스르르 올라가며 열렸다. 주차하니 차창 쪽 벽의 ‘셔터를 내리시오’ 불이 깜박인다. 셔터를 내리고 시동을 끄자,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느낌이다. 옆 계단 위에 객실 계산기가 있었다. 현금으로 계산을 마치자 객실 문이 딸깍 하고 열렸다. 방 구조는 여느 모텔과 비슷하다. 단, 투명유리 욕실, 대형 티브이와 2대의 컴퓨터, 야릇한 분위기의 대형 그림이 걸린 벽면, 그리고 색색의 조명등이 남달랐다.
더 특이했던 건 침대였다. ‘안마기’처럼 진동하는 침대. 이른바 물침대·거울침대·회전침대류의 계보를 잇는 첨단 시설이었으나 쓸모가 없었다. 이걸로 등·허리 마사지로 피로를 풀 수도 있을까. 고속도로 휴게소나 찜질방에서 경험했던 안마의자의 기억이 떠올랐다. 등과 어깨 쪽의 시원하고 후련한 안마를 생각하며 누웠다. 6단계의 조절장치 스위치를 끝까지 돌렸다. 두두두두…. 으아악! 나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왔다. 진동하는 부위는 오직 한곳뿐, 등·어깨 부위는 아니었다(ㅠㅠ 아랫도리만 요동쳤다). 진동의 세기도 장난이 아니었다(허리가 부러지는 줄 알았다!). 스위치를 끄고 조정기를 자세히 봤다. 거기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사랑의 진동침대, 1~2단계 사용 권장’.
거기서 깨달았다. 혼자 묵는 나그네에게 무인텔은 이래저래 매우 불편한 숙소라는 걸.
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