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일기장에.”
이 칼럼에 달린 댓글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게 이런 종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커버스토리와 고정 지면으로 이어지는 ESC 지면 전체의 소개 글이자, 그 주의 지면을 만들면서 제가 했던 생각을 독자들과 나누려고 쓰는 글이 이 칼럼입니다. 개별적으로 유통되는 인터넷보단,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면으로 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어쨌든 댓글을 쓰신 분들의 진의와는 무관하게, 이 코너가 일기처럼 보일 정도로 솔직했다는 평가일 수도 있겠다고 ‘정신승리’에 도전해봅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제가 원하던 바였으니 다행일 거고요.
아이에스티제이(ISTJ).
엠비티아이(MBTI) 성격유형으로 본 저입니다. 내향적·현실적이고 논리와 계획, 규칙을 중시하는 모범생 스타일이라고 하죠. 16가지 유형 가운데 제일 무미건조한 ‘노잼’으로 꼽힙니다. 하긴, 제가 시도한 일탈이라는 게 고작 과음 정도니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상 전복의 상상력이 가장 중요한 ESC가 혹 재미없다고 느끼신 적이 있다면 그건 오롯이 이런 제 탓입니다.
봄.
두터운 외투를 세탁해 옷장에 넣고, 얇은 옷을 꺼내 입는 때입니다. 봄은 꽃, 봄옷은 꽃무늬, 살랑살랑 하늘하늘 꽃무늬 원피스가 눈에 들어오는 시기죠. 출근길에 개나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지금 전북 고군산군도에도 봄빛이 피어난답니다. 겨우내 쌓인 몸과 마음의 때를 털어내려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요. 이 봄날, 저는 제가 쓴 글을 되돌아봅니다. 너무 마음에 들어 어서 빨리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싶은 글도 있었고, 너무 모자라고 부끄러워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글도 있었습니다. ESC를 만들던 마음도 되짚어봅니다. 신나고 뿌듯하고 고마워 행복에 겨운 적도 있었고, 속상하고 서운하고 미워서 힘든 적도 있었습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겠죠. 뭐가 됐건, 묵었던 것들을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기 참 좋은 날인 것 같습니다.
조혜정 팀장
z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