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모닝.^^ 또 한 주가 시작됐네요. 모두 활기차게 시작합시다!’
월요일 출근길, 팀장 카톡이 왔다. 팀장은 언제나 먼저 출근해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활기차게 전철역에 도착할 때까지도 일이 아주아주 ‘더럽게’ 꼬일 줄은 몰랐다. 전철 승강장 출입구가 닫혀 있다. 전동차 고장으로 4호선 운행이 전면 중단됐단다. 뉴스를 검색하니 “운행 재개 시간 걸릴 듯”이다. 가까운 지하철 1호선 창동역으로 가자. 택시 승강장으로 갔다. 기다리는 줄은 길고 빈 택시는 오지 않았다. 큰길로 나가 반대 방향 택시를 간신히 잡아 돌렸다. 일이 자꾸 꼬여갔다. 창동역 방향 도로가 꽉 막혔다. 아, 모두 이쪽으로 몰렸구나. “기사 아저씨, 다음 역으로 가죠.” 그러나 다음 역 가는 도로 역시 정체다. 기사 아저씨는 꽃놀이패를 잡은 듯했다. “손님, 아싸리(아예) 다다음 역으로 갈까요?” “아싸리… 다다다음 역으로 가는 건 어떨까요.” “역시 그게 안전하겠네요. 아싸리.”
그때 심상찮던 배에서 꾸르륵, 긴급 신호가 왔다. 긴급 신호는 파고를 높이며 시간차 공격을 해왔다. 다다다음 역(광운대역)에 도착해 8000원 택시비를 내고, 급히 달려간 화장실은 ‘공사 중’이었다. 승강장 안에 간이화장실이 있단다. 신호는 강도를 더해갔다. 이를 악물고 찾아간 간이화장실 앞엔 젠장, 세 명이나 줄을 서 있다. 세 명 모두 이를 악물었다. 식은땀이 나왔다. 침착하자. 천천히, 무리한 동작을 최소화하며 역 밖으로 나가 상가 화장실 앞으로 다가갔다.
아, 시바. 욕이 나왔다. ‘사용 중지’ 팻말이 붙어 있다. 경비가 가로막았다. “수리 중이요. 물도 안 나오고.” 앞이 캄캄해졌다. “저 길 건너 저어어쪽 건물로 가 봐요.” 안 돼, 더 이상은. 경비에게 긴급 실제 상황임을 하소연함과 동시에 밀치며 안으로 들어섰다. 잠깐 긴장을 놓친 그 순간, 결정적 시점이 닥쳐왔다는 걸 직감했다. 내가 잠시 얼어붙자, 경비도 얼어붙었다. 악문 이를 갈며, 기를 쓰며, 화장실 문을 향해 반보씩 전진했다. 사실, 지금부터가, 시작인 거다, 냉정해야 한다. 긴급, 상황에선, 작은 볼일도 큰 볼일도 또 다른 볼일도 막판 5초가 중요하다는 거. 최후의 일각까지 굳세게 버텨야 한다. 긴장과 힘의 균형을 유지하며, 문을 열고 닫고 뚜껑 올리고 자세를… 침착·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했다. 이윽고, 세상 일이 다 풀렸다. 완벽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휴~~. 한숨은 또 나왔다. 휴~지가 없다.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