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표정으로 장난감 사냥에 나선 반려묘 하모.
어렸을 때 할머니가 내 얼굴에 그의 얼굴을 비비며 “아이고, 내 강아지~”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할머니가 내어 주시는 귤이나 까먹었지,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그 시절이 자주 떠오른다. 왜냐하면 퇴근하자마자 “아이고, 귀여운 하모~”를 연발하며 얼굴을 반려묘에게 비비기 때문이다. 나의 반려묘 하모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 걱정이 없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잘 싸기’ 부분에서 생긴 문제다.
평소 사냥놀이를 좋아하는 하모다. 다양한 장난감을 구비해 둔다. 강아지풀 모양의 막대기나 쥐·나비 모형이 긴 줄 끝에 달린 장난감, 털실로 된 공이 있다. 비록 실내에서 이뤄지는 놀이일지언정 그는 정말 심각하다. 끝내 저 사냥감의 목덜미를 물어 사냥에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본능에 충실하다.
3주 전 저녁의 일이다. 하모가 신나는 사냥을 마친 뒤 기어코 (장난감) 쥐의 머리를 뜯어 먹었다. 한눈을 잠깐 팔면 일어나는 사달이다. 집사는 걱정에 발을 동동거린다. 삼킨 게 똥으로 나오지 않으면 큰일이다. 혹시라도 장에 걸려 나오지 않으면 개복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새벽에 일어나 하모의 똥을 살폈다. 눈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다. 위생 장갑을 끼고, 똥을 하나하나 으깨 살핀다. 출근 직전에도 다시 한번, 퇴근 직후에도 한 번. 3번의 똥 검사를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고양이 하모는 아무 일 없이 잘 먹고, 잘 잔다. 걱정 속에 이부자리에 들었지만 잠을 설쳤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는 길, 다시 한번 똥 검사를 진행했다.
“나왔다!!!” 나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방금 눴는지 뜨끈한 하모 똥 사이에 평소와 다른 질감이 느껴졌다. 흰 종이를 깔고, 그 위에 놓고 다시 살폈다. 까만색 (장난감) 쥐의 눈알이 나왔다. 그리고 하얀 솜도. 하모는 자기 똥을 정성스레 살피는 집사를 두 눈 똥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그제야 겨우 편안하게 잠들었다.
글·사진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