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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이상한 침대에서 하룻밤

등록 2019-03-06 20:11수정 2019-03-06 20:37

헐~
마사지용 침대. 김포그니 기자
마사지용 침대. 김포그니 기자
외국에 나갈 때 경유지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할 경우, 마음 졸이는 편이다. 경유지에서 연결편(최종 목적지로 향하는 비행기)을 놓쳐, 타지에서 원치 않은 하룻밤을 보낸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 출장에서도 귀국할 때 홍콩을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취재 일정을 마치고 무사히 경유지인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어째 연결 편 항공사의 직원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불안은 곧 현실이 됐다. “인천행 비행기가 연착됐다”며 시간을 끌더니 “비행기가 취소됐다. 내일 (비행기를) 타고 가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일행 중 한 명은 영어로 “내일은 내 생일이다. 장난하냐?”며 불만을 토해냈다. 다들 파리 취재에선 그토록 안 되던 영어가 현지인처럼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체념이 약이다. 공항 근처 호텔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배정된 방의 문을 열자, 헐… 마사지용 침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머리 놓는 부분에 구멍이 난 침대였다. ‘아, 이건 못 참아.’ 호텔 직원에게 따져 물었지만, “방이 그것밖에 없다”는 답만 반복했다. 결국 침대의 구멍에 뒤통수를 넣고 잠을 청해야 했다. 고생도 추억이겠거니 다독였지만, 눈에서 촉촉한 뭔가가 흘러나왔다.

다음 날 이상하게 몸이 상쾌해진 기분이 느껴졌다. 헐…이게 모두 꿈이었나. 목이 앞쪽으로 휜 거북목이었는데 어젯밤 침대 구멍에 뒤통수를 넣고 자는 바람에 공교롭게도 휜 목이 펴진 것 같았다. 귀국 후 마사지용 침대를 구입하는 방법을 조용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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