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여행지를 취재하러 갔다. 해변 서른 곳가량을 돌아볼 계획이었다. 여행 기사에 낙조 사진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첫날은 흐려 낙조를 볼 수 없었다. 둘째 날 저녁 7시20분, 해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다음 해변까지는 25분 거리. 이동해서 낙조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길이 좁았다. 논 사잇길, 시멘트길, 자갈길이 2㎞ 정도 이어졌다. 맞은편에서 차가 오면 둘 중 하나는 후진해야 했다. 저녁 7시50분, 가까스로 도착했다. 빨개진 해는 아직 수평선에 걸리지 않았다. 다행히 찍었다.
그곳에서 식사와 숙박을 해결하려 했다. 불 켜진 식당은 보이지 않았다. 점심도 거른 터라 저녁은 포기할 수 없었다. 식당을 찾아 다음 해변으로 향했다. 또다시 논 사잇길을 지났다. 지도에는 식당들이 보였는데 문을 연 식당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논 사잇길을 지나 큰길로 빠져나왔다. 가까운 항구로 달렸다. 불 켜진 횟집을 찾았다. 영업시간이 끝났다고 했다. 맞은편 중국집은 불이 켜져 있었다. 하지만 영업시간 끝났다고 했다. 난 근처에 숙소를 잡고 짐을 풀었다. 이대론 포기할 순 없었다. 차를 몰고 큰길로 나갔다. 면사무소 근처 슈퍼는 불이 켜져 있었다. 소시지와 맥주를 샀다.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차를 몰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옛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5학년 방과 후, 친구가 키우는 삽살개를 보러 친구 집에 놀러 갔고, 개랑 놀다 보니 해가 지기 시작했고, 서둘러 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고, 버스를 반대 방향으로 탔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고, 시내 지리를 잘 몰랐기에 종점까지 가서 갈아타기로 했고, 평소 귀가시간보다 너덧 시간 늦어버렸고, 그땐 삐삐도 나오기 전이었고, 집에선 난리가 났고...’
김선식 기자 k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