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밀가루, 이스트, 소금을 대충 섞어 굽는 ‘무반죽 빵’.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신소윤 기자
도대체 몇 번의 주말을 ‘집콕’하며 보냈던가. 주말이면 들개처럼 밖으로 나돌던 나였다. 반려인이 출근이라도 하면 ‘독박 육아’를 피하기 위해 ‘공동 육아’ 할 누군가를 찾아 초원의 하이에나처럼 헤매던 나였다. 하지만 전염병의 유행 앞에는 별수 없었다. 집 안 한 톨의 티끌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청소 도구를 들고 설쳐보는가 하면, 각종 실내 놀이 재료를 사서 아이와 놀아 보기도 하고, 당장 미니멀리스트가 될 기세로 옷장을 털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의 끝엔 피로와 맥주(로 인한 뱃살)만 남을 뿐이었다.
집 안에서 무언가 열심히 할 생각을 접고 소파와 한몸이 된 지난 주말, 유튜브를 뒤적거리다가 발견했다. 어머나, 그동안 나만 몰랐나 봐. 조회 수 200만이 훌쩍 넘은 ‘무반죽 빵’의 세계. 적당히 지루하지만 그렇다고 부지런히 움직일 기력은 없는 이에게 적절한 놀이었다. 준비물은 밀가루, 물, 이스트, 소금 4가지뿐. 영상 여러 개를 종합하니 재료의 비율과 반죽의 발효 시간 등 만드는 과정은 대동소이했다. 넉넉한 그릇에 따뜻한 물을 붓고 이스트를 푼다. 밀가루, 소금을 넣는다. 주걱으로 대충 섞는다. 반죽 끝!
18시간이 지난 뒤 잘 부푼 반죽의 가스를 뺐다. 둥그런 모양으로 만들었다. 반죽이 다시 2배로 부풀 때까지 뒀다. 그다음 구웠다. 흐느적거리던 반죽은 폭발하는 나의 ‘집콕’ 잉여력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결과물은…. 헐, 맛있다.
알고 보니 이 레시피는 2000년대 중반 <뉴욕타임스> 요리 면에 ‘무반죽 빵’(no knead bread)이란 이름으로 실린 뒤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유명한 것이었다. 세상에는 대충해서 되는 일이 없는 법인데, 이것만은 예외였다. 앞으로 한동안 질척거려 사랑스러운, 이 무반죽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릴 것 같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