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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그 발 맛 그리워라

등록 2020-07-02 09:20수정 2020-07-02 09:31

일광해수욕장에서 캔 조개.
일광해수욕장에서 캔 조개.

2년 전 여름, 부산 여행 중이었다. 북적이는 해운대를 뒤로하고 고즈넉한 일광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바다를 본 아이는 막무가내로 뛰어들어가려 했다. 나와 남편은 입수를 고민했다. 때는 오후 4시경, 2시간 뒤면 해수욕장 입욕 금지 방송이 나올 텐데 짧은 시간의 즐거움을 위해 아이 뒤치다꺼리를 감당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대여섯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튜브에 혼자 떠 있는 게 보였다. “어머, 위험한데! 데리고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데 우리의 다급한 맘과 달리 아이의 표정은 더없이 평온해 보였다. 몇 초 뒤, 아이 옆으로 남자 어른의 고개가 빼꼼히 떠올랐다. 아이 아빠로 보이는 그 사람은 아이 옆에서 트위스트 추듯 몸을 움직이더니 다시 잠수하고 나오길 반복했다.

그리고 해변으로 나온 ‘잠수남’. 그가 상의 앞섶에 뭔가를 잔뜩 담아 나오나 싶더니 아이의 모래 놀이 양동이에 와르르 조개를 쏟아부었다. 나란히 앉아 그 모습을 보던 나와 남편의 눈빛이 마주쳤다. 물에 들어가자고 떼쓰던 아이에게 대답했다. “그래, 가자.”

그에게 물으니 발로 모래를 비비면 조개가 나온다고 했다.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캐도 된다고 했다고. 그날 오후, 우리도 아이를 물에 동동 띄워 놓고 아이의 튜브를 붙든 채 트위스트를 추기 시작했다. 과연 발끝에 매끈하고 단단한 것이 걸려들었다. 해수욕을 즐기며 조개를 캐다니, 이런 신세계가. 약 두 시간, 우리는 연신 ‘발 맛’을 느끼며 씨알이 꽤 굵은 조개를 아이의 장난감 양동이 한가득 담았다.

조개 밭의 정체가 궁금해 인터넷을 쥐 잡듯 뒤졌지만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2년이 지난 오늘 취재에 돌입했다. 기장군청에 전화해 물으니 2016년부터 매 여름 관광객의 체험과 수산 자원 조성을 위해 해수욕장 개장과 함께 조개를 방류한다고 한다. 상업적 용도만 아니면 자유롭게 가져가도 된다고. 종류는 명주조개라고도 불리는 개량조개란다. 잘 해감해서 삶아 먹으면 살이 통통하고 감칠맛이 좋다.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돌아온 반응. “헐, 뿌려놓은 걸 주워온 거였구나. 그래도 또 가자.”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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