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오롱스포츠와 헬리녹스가 협업해 올 5월 출시한 캠핑의자. 코오롱스포츠 제공
도시의 소음을 삭제한 호젓한 숲, 파도 소리 한없는 바다. 코로나19 이후 여행에도 거리두기 바람이 불면서 타인과 비교적 접촉이 적은 산과 바다로 발걸음을 향하는 이들이 늘었다. 아웃도어 인구의 증가는 관련 상품 판매 증가율을 보면 알 수 있다. 롯데홈쇼핑은 올 상반기 여가 상품 판매 현황을 집계한 결과 수영 관련 용품은 지난해 견줘 60% 감소했는데 반해 캠핑용품은 50% 늘었다고 밝혔다. 인터파크의 경우, 지난 3개월 캠핑용품 매출을 분석해보니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06% 증가했다고 한다.
아웃도어 장비 가운데 수요가 가장 높고 접근성이 좋은 것은 의자다. 캠핑을 떠나든 간단한 나들이를 떠나든 일단 자리에 앉고 봐야 하니까. 인터파크 조사 결과 올 상반기 캠핑 의자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44% 늘었다고 한다. 이런 트렌드를 감지한 스타벅스, 할리스커피 등 카페 브랜드들도 올여름 판매·증정용 굿즈로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자를 내놨는데, 소비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할리스커피가 캠핑 장비 브랜드 하이브로우와 협업해 출시한 릴렉스 체어와 파라솔. 할리스커피 제공
“캠핑 의자는 어떤 게 좋아요?” 쉽고도 어려운 질문을 아웃도어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김경선 월간 <아웃도어> 편집장, 캠핑용품 전문 쇼핑몰 ‘오캠몰’ 김정환 부사장, 캠핑 용품숍 ‘클래식캠퍼’ 전진욱 대표 등이 답했다.
캠핑 의자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무게가 가볍고 접었을 때 부피가 작은 경량 체어, 수납성은 떨어지지만 편안함이 장점인 릴렉스 체어, 최근 감성 캠핑 열풍에 따른 우드 체어 등이다.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스타벅스가 여름 굿즈로 출시한 캠핑 의자. 스타벅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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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가뿐하게, 경량 체어
최근 캠핑 의자의 대세는 경량 체어다. 가벼운 금속 소재로 만든 몸체가 관절마다 분리되어 수납성이 좋다. 다 접었을 때 가로 길이 30~40㎝, 둘레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 무게는 1㎏ 안팎이다.
굳이 캠핑을 가지 않더라도 동네 공원이나 근교로 가볍게 피크닉을 떠나기에도 경량 체어는 가뿐하다. 경량 체어 3~4개를 챙기면 3~4㎏ 정도만 감당하면 되지만, 우드 체어나 릴렉스 체어를 같은 수만큼 가져갈 경우 적게는 6㎏, 많게는 16㎏를 견뎌야 한다.
김정환 부사장은 “최근 몇 년간 미니멀캠핑, 백패킹이 유행하면서 가볍고 수납성이 좋은 장비가 대세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가족 단위의 오토캠핑족도 다시 늘고 있지만 일반 승용차로 캠핑을 떠날 경우 여러 장비를 실을 공간이 부족하므로 여전히 수납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헬리녹스의 경량 체어, ‘체어원’. 헬리녹스 제공
김경선 편집장은 “국내 브랜드인 ‘헬리녹스’가 경량 체어 중 가장 대표적”이라고 꼽았다. 헬리녹스의 경량 체어인 ‘체어원’은 890g에 불과하다. 분리한 몸체들이 구멍에 저절로 끼워지다시피 하는 ‘셀프 로케이팅 쇽 코드’ 시스템 덕분에 조립이 매우 빠르다. 헬리녹스 체어원은 소비자가가 9만9000원으로 다른 경량 체어에 견줘 가격은 다소 높지만, 인기는 높은 편이다. 체어원 외에도 릴렉스 체어와 비슷한 형태의 ‘체어투’와 ‘선셋체어’, 회전의자인 ‘스위블체어’ 등 선택지가 다양한 편이다. 헬리녹스는 오뚜기, 코오롱스포츠 등 다양한 브랜드와 꾸준히 협업하기도 했는데, 지난 5월 코오롱스포츠와 협업한 ‘선셋체어’의 경우 이달 완판됐다.
헬리녹스가 빅히트를 치면서 여타 캠핑 브랜드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경량 체어를 선보이고 있다. 모양은 비슷하지만, 무게·가격·착석감 등은 미묘하게 다르다. 김정환 부사장은 “최근 헬리녹스에 이어 몬테라가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떠오르는 중”이라고 꼽았다. 몬테라의 경량 체어인 시브이티투(CVT2) 체어는 6만원대 제품으로 무게가 1.4㎏다. 헬리녹스보다 다소 무겁지만, 2단으로 각도가 조절되고 발받침대 등을 추가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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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최고, 우드 체어
우드 체어는 팔걸이와 다리 등 몸체를 나무로 만들고 좌판과 등받이를 탄탄한 옥스퍼드 천이나 방수 나일론으로 제작한 의자를 통칭한다. 나무가 주는 부드러운 느낌 때문에 이른바 ‘감성 캠퍼’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전진욱 ‘클래식캠퍼’ 대표는 “흔히 ‘감성 캠퍼’라고 하면 캠핑 연차가 좀 쌓인, 자기만의 분위기를 찾는 마니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드 제품은 무게가 무겁고, 수납성은 좀 떨어지지만 앉으면 편안하고 시각적으로 자연과 잘 어울리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우드 체어는 집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많이 활용되는 편이다. 전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 국내에서 유통되는 우드 제품 가운데에는 가구 디자인을 하던 사람들이 감성 캠퍼들의 수요에 맞춰 의자, 테이블 등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드 체어는 반으로 접히는 형태가 많아 흔히 ‘폴딩 체어’라고도 불린다. 절반만 접히는 형태 때문에 수납성은 떨어지지만 한편으로 쉽게 펴고 접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대도 5~10만원 사이면 질 좋은 제품을 구할 수 있다. 무게는 대부분 2㎏ 안팎이다.
우드 체어의 대명사로 꼽히는 커밋 체어. 커밋 체어 누리집 갈무리
이런 우드 체어의 원조 격인 제품이 있다. ‘커밋 체어’는 1984년 미국의 한 모터바이크 라이더가 개발한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캠핑 체어가 수납 시 부피가 너무 커 바이크에 싣기가 어려웠기에 라이더가 직접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커밋 체어는 시중의 폴딩 체어와 디자인은 유사하지만, 다리와 팔걸이가 모두 분리된다. 전용 가방에 넣었을 때 크기는 가로 58㎝, 세로 16.5㎝, 높이 13㎝다. 다만 가격이 20만원대로 다소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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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 1등, 릴렉스 체어
김경선 편집장은 ‘경량 체어파’지만 실용성을 ‘삭제’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편안함으로는 릴렉스 체어를 따라갈 수 없죠.” 릴렉스 체어는 경량 체어나 우드 체어보다는 높이가 높고 무게는 4㎏ 전후로 다소 무거운 편이다. 수납성도 나쁘다. 우드 폴딩 체어의 경우 위아래로 접혀서 납작하게 수납이 가능하지만 릴렉스 체어는 접었을 때 장우산처럼 길다.
하지만 릴렉스 체어 사용자들은 무게와 수납의 불편함을 상쇄할 정도로 편안함을 큰 장점으로 꼽는다. 적당한 높이로 무릎을 자연스럽게 굽힐 수 있고, 팔걸이와 높은 등받이는 몸을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가격대도 1만원대부터 10만원대까지 선택 폭이 넓다. 가장 오래되고 흔한 형태의 아웃도어용 의자이다 보니 구매율도 높다. 실제 인터파크에서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캠핑 체어 집계 결과를 살펴보면, 1~10위 사이에 7종이 릴렉스 체어다.
김정환 오캠몰 부사장은 스노우라인, 코베아 등 국내 브랜드 제품을 추천했다. 알루미늄 프레임과 폴리에스테르 원단으로 제작한 스노우라인 릴렉스 체어는 접었을 때 길이 113㎝, 둘레는 18㎝, 무게는 약 4.7㎏이다.
이왕 수납과 무게 대신 편안함을 구매 조건으로 마음먹었다면 등받이 길이가 약 10㎝ 더 길어 머리까지 편안히 받칠 수 있는 롱릴렉스 체어 종류도 좋다. 다만 사용자들의 평은 “머리를 받쳐주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 차이, 수납 10㎝ 플러스도 천지 차이”라고.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