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본다는 데 알아뒀어. 언제 시간 돼? 같이 가자.” 인근 직장에 다니는 친구가 속삭이듯 메시지를 보냈다. “어딘데?” “여의도야. 가까우니까 점심시간에라도 후딱 다녀올 수 있어.” 그렇게 어느 저녁, 홀린 듯 여의도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마천루가 즐비한 동네답게 점집도 고층 오피스텔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피스텔 내부는 여느 역술원과 다르게 온통 핑크 아이템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취향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오히려 인간적인 느낌이 들었다. 점집 주인이 그렇게 대놓고 자신을 드러내고 있으니 우리도 어쩐지 솔직해져야 할 것 같았다. 친구와 나는 점집 투어 경험이 미천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뭔가 믿을만한 분위기인 것 같다는 의미의 눈빛을 교환했다.
한 사람당 주어진 시간은 20분. 직장 생활부터 연애, 가족 문제까지 친구와 나는 두서없이 질문을 던졌다. 점집 주인은 과연 21세기를 살아가는 점술가답게 멀티플레잉 점술을 펼쳤다. 질문에 따라 명리학책을 손끝으로 더듬기도 하고, 나무 작대기가 든 통을 흔들기도, 타로를 쫙 펴기도 했다. 우리는 점집 주인의 말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웃기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미간을 찌푸리기도 했다.
속에 있던 크고 작은 고민을 꺼내놓는 것만으로도 꽤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아, 족집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래서 사람들이 점을 보는군.’ 속으로 생각하며 남은 1분,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선생님, 제가 이사 계획이 있는데 어디로 가면 된다, 안 된다 그런 것도 알 수 있나요?” 점집 주인이 빙긋이 웃으며 뜸을 들였다. ‘아, 너무 전형적인 질문인가? 점 찍어놓은 동네로 가지 말라고 하면 어떡하지?’ 짧은 시간, 복잡한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데 점집 주인이 답했다. “출퇴근하기 편한 곳으로 가세요!” 헐! 몇 년 전 내가 친구의 이사 고민에 대해 답한 말, 그대로다. 나도 족집게?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