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절의 강정호. 연합뉴스
다큐 제작자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쓴 〈멍청한 백인들〉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마약보다 음주운전이 더 나쁘다. 마약은 스스로를 해치지만 음주운전은 타인을 다치게 할 수 있다.”
한 번도 아니었다. ‘공식적으로’ 걸린 것만 세 번이었다. 마지막 음주운전 때는 사고 뒤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까지 했다. 당시 사고 영상을 보면 그야말로 아찔하다. 음주운전 삼진아웃으로 징역형(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까지 선고받은 터다. 그런데, 키움 히어로즈는 강정호(35)와 계약하면서 그가 그라운드에 설 길을 열어줬다. ‘다크 히어로’를 바라는 것일까. ‘빌런’은 누구인가도 싶다.
고형욱 히어로즈 단장은 “선배 야구인으로서 강정호에게 야구선수로서 마무리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없다. 강정호가 처음 국내 복귀를 시도했던 2020년에도 여론이 너무 안 좋아서 강정호 스스로 복귀를 철회했었다. KBO 징계가 끝나는 2023년에는 과연 여론이 바뀔까. 시간이 부정적 여론을 잠재울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오산이다. 야구에서 ‘잊히는 것’은 없다. 특히나 부정적 일이라면 더욱.
일각에서는 이장석 전 대표의 복심이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이 대표가 배임·횡령 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온 이후 히어로즈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곧바로 강정호 복귀 결정이 이뤄졌다. KBO로부터 영구 실격 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는 구단 경영 참여가 금지돼 있으나 최대주주 신분은 유지 중이다. 때문에 ‘구단 경영 참여 금지’는 그저 문서 상의 징계일 뿐 그의 권리를 막을 방법은 없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히어로즈의 행보는 ‘히어로’의 길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만 해도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겼던 한현희, 안우진에 대해 “시즌 내 복귀는 없다”고 못 박았다가 징계가 풀린 직후 곧바로 팀에 복귀시켰다. 이미지 타격을 걱정할 모그룹이 없으니 결정은 더욱 쉽다. 키움증권은 구단 경영과는 무관한 그저 이름만 빌려 쓰는 메인 스폰서일 뿐이다.
스포츠 구단이라면 으레 하는 ‘레거시’ 만들기 노력도 히어로즈에는 보이지 않는다. 히어로즈는 KBO리그 최초로 시즌 200안타 기록을 세웠던 구단의 역사, 서건창을 지난해 엘지(LG) 트윈스로 트레이드했고, 구단의 대들보였던 박병호마저 시즌 뒤 케이티(KT) 위즈로 떠나보냈다. 어느새 창단 15주년을 맞은 히어로즈가 남기고 싶은 레거시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때 잘못된 언행이 있을 경우 일부 선수들은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해괴망측한 말을 했다. 하지만 ‘야구를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오히려 ‘야구를 하지 않는 것’이 그들에게 한때 “영웅”이라는 칭호를 부여해준 야구에 보답하는 길일 수 있다. 행하지 않음으로써 행하게 되는 것도 있다.
음주운전으로 징역형까지 받은 이의 이름을 관중석에서 외쳐야만 하는 팬들의 심정을 히어로즈 구단은 헤아려봤을까. 야구를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치부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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