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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때 우즈 따라하던 ‘리틀 타이거’…우승컵·금 다 잡은 한해

등록 2023-12-08 08:00수정 2023-12-08 08:33

[별별 스타] 항저우 골프 금메달리스트 장유빈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골프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장유빈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골프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장유빈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행사 참가로 함께한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자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얘가 어렸을 때부터 뭐든지 잘했어요. 볼링은 배운 적도 없는데 진짜 그림같이 예쁘게 치더라고요.” (할머니)

“성격 자체가 지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지 처음부터 골프에 소질이 보였어요.” (할아버지)

조부모의 거듭된 칭찬에 장유빈(21·한체대)은 그저 어쩔 줄 몰라했다. 사실 그의 골프도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됐다. 장유빈은 “7살 때 강원도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갔는데 할 게 없으니까 할아버지가 골프 연습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 이후에 할아버지가 권유해서 계속 치게 됐다”고 했다. 처음 골프 클럽을 잡았을 때는 곁에서 할아버지가 조언을 많이 해준 터라 그의 첫 코치는 할아버지가 되는 셈이다.

그의 조부모는 모두 운동선수 출신이다. 할아버지 장영일(83) 씨는 테니스, 할머니 차화자(80) 씨는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 출신이다. 둘이 함께 시니어 테니스 대회에 나가 4연패를 한 적도 있다. 장 씨는 “내가 골프를 처음 배우고 6개월 만에 싱글(핸디캡이 9~1인 골퍼를 칭함)을 쳤다”고 했다. 운동 DNA가 고스란히 손자, 장유빈에게 간 셈이다.

한국 골프 남자 대표팀 장유빈, 조우영 임성재, 김시우(왼쪽부터)가 10월1일 중국 항저우 서호 국제 골프코스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골프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고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골프 남자 대표팀 장유빈, 조우영 임성재, 김시우(왼쪽부터)가 10월1일 중국 항저우 서호 국제 골프코스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골프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고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장유빈은 지난 10월 끝난 항저우아시안게임 때 임성재(25), 김시우(28), 조우영(22)과 함께 골프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2위 타이와 25타 격차가 나는 압도적인 1위였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의 골프 남자 단체전 금메달이기도 했다. 골프 남자 단체는 프로 2명(임성재, 김시우)과 아마추어 2명(장유빈, 조우영)으로 구성됐는데, 코로나19로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는 바람에 아마추어 쿼터를 배정 받은 장유빈의 프로 데뷔도 1년 연기됐다. 그 사이 그는 8월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군산CC 오픈에 참가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아마추어 신분이었기 때문에 우승 상금은 받지 못했다.

지난 11월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겨레와 만난 장유빈은 “아시안게임이 연기됐을 때는 속상하고 막막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1년이 나를 더 성장시킨 느낌이다. 작년보다 올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대표팀 생활 동안 미국프로골프(PGA) 무대에서 뛰는 임성재, 김시우와도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쇼트 게임 방법 등을 물어볼 수 있어 좋았다. 장차 PGA 무대를 꿈꾸고 있기에 준비 과정이나 마음가짐 등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제일 좋았던 것은 선수촌에서 평소 팬이었던 ‘롤(LoL)의 황제’ 페이커의 사인을 직접 받은 것이다.

장유빈은 군산CC 오픈이 골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당시 그는 3라운드까지 선두에 4타 차 뒤졌으나 마지막 4라운드에서 7타를 줄이며 연장 뒤집기 우승을 차지했다. 장유빈은 “군산CC 오픈 18번 홀 연장 우승 퍼트가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1m 거리였다. 그동안 1m 퍼트를 놓치는 실수가 잦았는데 군산CC에서 중압감 있는 상황에서도 퍼트를 성공시킨 다음부터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군산CC 오픈 우승으로 장유빈은 KPGA 3년 출전권(풀시드)을 얻게 됐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 그는 프로로 전향했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골프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장유빈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골프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장유빈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장유빈에게는 독특한 징크스가 있다. 파5 홀에서 티샷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바나나 우유를 마신다. 이상하리만치 바나나 우유를 마시면 버디를 하는 터라 늘 라운드 전에는 바나나 우유 4개(18홀 기준 파5 홀은 4개)를 준비한다. 대회 4일 전에는 절대 손톱도 안 자른다. 그래서 한 달 내내 손톱을 안 자를 때도 있다. “손에 땀이 많아서 오히려 그게 나을 것”(할머니)이라고 한다. 공도 꼭 ‘2번-4번-1번-3번’ 순으로만 쓴다.

어렸을 적 그의 별명은 ‘리틀 타이거’. 골프를 처음 쳤을 때 연습장에서 타이거 우즈(미국) 스윙 모습만 반복 재생해준 터라 똑같이 따라 치려고 했고, 주변 어른들이 이를 보고 “리틀 타이거”라고 불렀다. 롤 모델 역시 우즈다. 먼 훗날 우즈처럼 골프 명예의 전당에도 오르고 싶다.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역시나 퍼터와 쇼트 게임이다. 장유빈은 “쇼트 게임은 훈련해도 끝이 없다. 샷은 스윙 메커니즘만 알면 컨트롤이 가능한데, 쇼트 게임은 계속 배워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장유빈은 골프를 “여자친구 같다”고 했다. “너무 집착해도 안 되고 너무 멀리해도 안 되는, 적당한 거리를 둬야만 하는 것 같아서”다. 퍼터를 다룰 때 특히 그런 생각이 많이 드는데 그래서 조심히, 신중히 접근하려고 한다. 축구, 볼링, 탁구, 당구, 배드민턴 등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골퍼가 되지 않았다면 “축구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유빈. 2023년, KPGA 투어 첫 승과 금메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그는 2024년 본격적으로 투어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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