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의 야신 부누 골키퍼가 7일(한국시각)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스페인 세번째 선수의 슈팅을 막고 있다. 도하/AP 연합뉴스
신들린 듯한 방어. 그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월드컵에 등장한 ‘미친’ 골키퍼 이야기다.
모로코의 야신 부누(31·세비야)가 7일(한국시각)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팀을 8강에 올렸다. 경기 시작부터 120분 연장막판(0-0)까지 골문을 틀어 막았고, 승부차기에서 스페인 1~3번 키커의 슛 방향을 모두 읽어냈다. 월드컵에서는 옛 소련의 전설적인 골키퍼 레프 야신의 이름을 따, 최고의 수문장에게 ‘야신상’을 수여한다. 이름 철자는 다르지만 야신과 발음이 일치하면서 그의 이날 활약은 더 인상적으로 남게 됐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후보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그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자책골로 1실점 했을 뿐이다. 워낙 촘촘하고 압박이 좋은 팀 에너지가 그의 부담을 줄여주었지만, 후반 추가시간 상대의 위협적인 프리킥을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막아낸 것을 비롯해 최후방에서 철벽 구실을 했다. 그의 활약으로 모로코는 1990년 카메룬, 2002년 세네갈, 2010년 가나에 이어 8강에 올라간 네번째 아프리카 팀이 됐다.
크로아티아의 도미니크 리바코비치 골키퍼가 6일(한국시각)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승부차기에서 일본 선수가 찬 공을 막고 있다. 도하/신화 연합뉴스
크로아티아의 도미니크 리바코비치(27·디나모 자르레브)도 팀을 8강으로 이끈 일등공신이다. 6일 열린 일본과의 16강 연장전(1-1) 뒤 치른 승부차기에서 그는 일본의 1, 2, 4번 키커의 슈팅을 막아냈다. 정확한 예측으로 루카 모드리치(37·레알 마드리드), 마테오 코바시치(28·첼시), 이반 페리시치(33·토트넘) 등이 빠진 상태에서 최후의 승리(3-1)를 따냈다.
한국과 맞섰던 브라질의 알리송 베커(30·리버풀)도 황희찬의 날카로운 슈팅을 모조리 막아내면서 팀을 8강으로 이끈 수문장이다. 백승호(25·전북)의 통렬한 중거리포가 값진 것은 알리송이 서 있는 골문이 매우 좁아 보였기 때문이다. 브라질에는 세계적인 골키퍼 에데르송(29·맨체스터 시티)이 백업으로 대기하는 등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한다.
브라질의 알리송 베커 골키퍼가 6일(한국시각)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조규성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 도하/신화 연합뉴스
이밖에 잉글랜드의 조던 픽포드(27·에버턴), 프랑스의 위고 요리스(36·토트넘) 등이 8강 진출팀의 대표적 거미손으로 꼽힌다.
앞서 폴란드의 보이치에흐 슈쳉스니(32·유벤투스)는 조별리그 1~2차전 무실점, 마지막 3차전 아르헨티나와 경기(0-2 패)에서 리오넬 메시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등 9개의 슈퍼세이브로 팀을 16강에 올렸다. 슈쳉스니는 16강 프랑스전(1-3)에서도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4.4점)을 받는 활약을 폈지만 8강 벽을 돌파할 수는 없었다.
팀 경기인 축구에서 아무리 뛰어난 골키퍼라도 혼자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팬들은 결정적인 순간 1~2골을 막아내 골잡이 이상으로 팀 승리에 영향을 주는 세계적인 골키퍼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