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코디 학포가 4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미국전에서 가슴으로 공을 받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2022 카타르월드컵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8강 대진이 확정된 가운데, 우승컵이나 골든부트(득점왕)보다 더욱 안갯속인 영역이 있다. 바로 21살 이하 첫 월드컵 출전 선수에게 주어지는 영플레이어상이다. 그만큼 이번 겨울 카타르에서 신성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제 강팀 간 진검승부만 펼쳐지는 8강 무대. 카타르 샛별들은 남은 밤도 아름답게 수놓을 수 있을까. 그중 가장 화려한 별은 누가 될까.
제일 주목받는 이는 네덜란드 코디 학포(23·에인트호번)다. 윙어, 스트라이커, 공격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학포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세네갈-에콰도르-카타르를 상대로 연속골을 뽑으며 현재 득점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월드컵 3경기 연속골은 네덜란드 축구 역사상 요한 네스켄스(1974년)-데니스 베르캄프(1994년)-베슬리 스네이더르(2010년)만 일군 기록이다. 하나 같이 네덜란드 축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학포는 대회 전부터 여러 빅클럽이 주목하는 스타였다. 이번 시즌 네덜란드 1부리그에서 14경기 9골12도움을 기록했는데, 이는 유럽 무대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리그 수준이 다르긴 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는 ‘득점 기계’ 옐링 홀란드(노르웨이)가 기록한 리그 13경기 18골3도움와 공격포인트(21개)가 같다. 다만 학포는 이번 대회에서 영플레이어상을 받진 못한다. 나이 기준(21살 이하)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주드 벨링엄이 11월21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첫 경기 이란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 하고 있다. 도하/EPA 연합뉴스
‘삼사자 군단’ 잉글랜드를 이끄는 신성들도 눈에 띈다. 먼저 주드 벨링엄(19·도르트문트)이다. 벨링엄은 조별리그 1차전 이란과 경기에서 선제골을 뽑으며 A매치·월드컵 데뷔골을 동시에 기록했다. 2000년대생 최초 월드컵 득점자 타이틀도 벨링엄 몫이었다. 이후 득점포는 잠잠하지만, 매경기 패스성공률을 90% 이상 기록하는 등 알짜배기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세네갈과 16강전이 끝난 뒤 벨링엄에 양 팀 최고 평점 8.53을 부여하며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았다.
잉글랜드 부카요 사카가 21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첫 경기 이란전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 하고 있다. 알라이얀/타스 연합뉴스
부카요 사카(21·아스널)가 보여주는 활약도 놀랍다. 벨링엄이 잉글랜드에 첫 골을 선물하며 눈길을 사로잡긴 했으나, 그 뒤로는 사카가 이란(2골)과 세네갈(1골)을 상대로 총 3골을 넣으며 팀 득점을 책임지는 모습이다. 마커스 래시퍼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팀 내 최다 득점자로, 사카가 좋은 활약을 펼치며 잉글랜드 대표팀 원조 주포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마저 존재감이 약해질 정도다. 만약 잉글랜드가 이번 대회에서 56년 만에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벨링엄과 사카는 영플레이어는 물론 골든볼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크로아티아 요슈코 그바르디올(오른쪽)이 6일(한국시각)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일본과 경기에서 아사노 다쿠마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알와크라/로이터 연합뉴스
화려한 공격수만 빛나는 것은 아니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수비에서도 눈길을 끄는 신예가 있다. 바로 크로아티아 요슈코 그바르디올(20·라이프치히)이다. 그바르디올은 월드컵 직전 코뼈를 다쳐 손흥민처럼 마스크를 쓰고 출전했지만, 공중볼 다툼이 잦고 실수 한 번이 치명적인 중앙 수비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모습이다. 미국 <이에스피엔>(ESPN)은 “그바르디올이 카타르에서 보여준 자질은 무척 인상적”이라며 “이번 대회 뒤 유럽 명문 구단과 계약할 운명”이라고 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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