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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누구일까? 한국은 이번 대회 39개 종목에 선수단(선수+임원) 총 1140명을 파견한다. 이중 최고령 참가자는 1950년에 태어난 임현(73)이다. 체스에 출전하는 최연소 참가자 김사랑(11)과 무려 62살 차이다. 최윤(60) 선수단장보다도 13살이 많다. 임현은 이번 대회 마인드스포츠 부문 브리지에 출전한다.
브리지는 카드 게임이다. 참가자 4명은 2명씩 팀을 이뤄, 각자 13개씩 카드를 나눠 가진 뒤 경기한다. 같은 팀끼리 마주 보고 자리에 앉고, 4명이 돌아가며 카드를 하나씩 낸다. 이렇게 나온 4장의 카드를 한 트릭이라고 하는데, 4장 중 가장 강한 카드(A-K-Q-J-숫자 내림차순 순서로 약해짐)를 낸 팀이 해당 트릭에서 승리한다. 13개 트릭을 모두 마친 뒤 미리 정했던 계약 성사 여부에 따라 정해진 점수를 얻는다. 다만 경기마다 세부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경우의 수가 많은 브리지는 풍부한 경험이 중요하다. 경기 도중 팀원끼리 대화도 할 수 없어 고도의 기억력과 판단력이 필요하다. 대신 신체활동을 거의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고령에도 국가대표로 활약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브리지가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당시 85살이던 필리핀 브리지 국가대표 콩테양이 출전하기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당시 인도네시아와 일본의 브리지 경기 모습. 자카르타/AP 연합뉴스
한국에서는 브리지 저변이 넓지 않다. 2018년 대회 때는 대한체육회 준회원단체에 가입한 브리지협회가 없어, 출전 선수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서구권에서는 역사가 길고 인기도 많다. 세계브리지연맹(WBF)은 브리지의 원형으로 볼 수 있는 휘스트가 16세기 영국에서 유행했고, 1848년 현대적 방식의 브리지가 생겨났다고 본다. 이번 대회 개최국인 중국에서는 덩샤오핑이 브리지를 전파했다.
브리지가 스포츠인지를 두고는 논란이 있다. 세계브리지연맹은 브리지가 다른 카드 게임과 달리 운이 아닌 판단력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세계브리지연맹을 국제경기연맹(IF)으로 인정했다. 2002년에는 겨울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열리기도 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 규정에 따라 일부 자극제 등 금지약물도 정해져 있다. 하지만 유럽사법재판소는 2017년 브리지가 “신체활동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포츠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