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5일 열린 리우 패럴림픽 선수단 입촌식에서 대표팀 기수로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는 휠체어 테니스 이하걸 선수. 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제15회 리우 여름 패럴림픽이 9월8일(한국시각)부터 19일까지 12일 일정으로 치러집니다. 한국은 전체 22개 종목 가운데 11개 종목에 출전합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와 네이버가 한국 선수들의 주요 경기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패럴림픽 꿀잼 응원을 위해 한국이 참가하는 종목들의 규칙과 주요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습니다.
1. 보치아
보치아는 22개의 여름 패럴림픽 종목 가운데 시각장애인만 참가할 수 있는 ‘골볼’과 함께 패럴림픽에서만 볼 수 있는 유이한 종목입니다.
2012 런던 패럴림픽을 앞두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정호원 선수(오른쪽). 이정아 기자
보치아는 표적구를 던지고 그 표적구를 향해 공을 던진 뒤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해 승패를 겨루는 경기입니다.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과 운동성 장애인만이 참가할 수 있는 종목이지요. 양 선수 또는 양 팀은 먼저 하얀색 표적구를 던지거나 굴립니다. 이후 각각 파란색과 빨간색 가죽공 6개를 던지거나 굴립니다. 6개의 공을 모두 사용하면 한 엔드가 끝나게 되죠. 엔드가 끝나면 심판은 표적구에서 가장 가까운 공부터 1점씩 점수를 매깁니다. 이긴 팀은 한 엔드에 최소 1점부터 최대 6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체장애가 심한 선수들은 램프(경사로)를 이용해 공을 굴릴 수도 있습니다.
‘가죽 공 구슬치기’로 불릴 만큼 얼핏 보기에 경기 규칙은 단순하지만, 공을 던지거나 굴려 이미 경기장에 배치된 상대방 또는 자신의 공을 쳐 내기도 하고, 상대방의 진로를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승리를 위해서는 정교한 기술과 복잡한 머리싸움이 필요한 경기입니다.
한국은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7회 연속으로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있습니다. 탁월한 조준 능력으로 보치아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정호원 선수와 런던에서 세계 최강 정호원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딴 최예진 선수의 진검 승부가 리우에서 다시 한 번 펼쳐질 예정입니다.
2. 사격
2010년 베이징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박진호 선수(왼쪽). 연합뉴스
올림픽 사격과 다른 점은 10m 공기소총 복사, 50m 소총 복사, 25m 권총, 50m 권총, 10m 시각장애인 공기소총 등 일부 종목이 남녀 혼성으로 치러진다는 점입니다. 비장애인 경기에는 없는 공기소총 복사(10m) 종목도 존재합니다.
하반신이 불편한 선수는 의자에 앉아 입사 경기에 참가할 수 있지만 팔로만 총을 지지해야 합니다. 팔이 의자의 어떤 부분과 닿아서도 안 됩니다. 서서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의학적으로 확인된 일상적인 의수나 의족만 착용할 수 있습니다. 팔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경추장애인은 국제사격연맹의 규정에 따라 제작된 거치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표적에서 반사된 빛을 감지해 신호음을 내는 특수 조준장치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 종목이 있지만, 정신장애를 가진 선수는 사격 경기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사격은 1988년 6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서울 대회 이래 매 대회마다 한국에 많은 메달을 안겨준 효자 종목입니다. 리우에서는 사격 종목의 간판인 소총 종목 박진호 선수와 2015년 호주 월드컵에서 공기권총 10m 세계 신기록을 세운 박철 선수가 메달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3. 사이클
하반신 마비 장애인은 손으로 돌리는 ‘핸드 사이클’ 종목에, 시각장애인은 자전거의 운전을 담당하는 파일럿과 함께 타는 ‘탠덤 사이클’ 종목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텐덤 사이클 파일럿은 만 18살 이상의 남녀선수로서 국제사이클연맹(UCI) 세계선수권에 참가한 적이 없어야 하며, 패럴림픽 36개월 이내에 올림픽, UCI 월드컵, 지역 경기의 국가대표로 선발된 적이 없어야 합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핸드사이클 도로 개인전에 출전한 이도연 선수. 연합뉴스
핸드 사이클 입문 이듬해인 2014년 UCI장애인사이클도로월드컵과 미국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단숨에 세계 최강자로 떠오른 이도연 선수가 이번 대회의 기대주입니다. 2000년 시드니 대회와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4개의 메달을 따낸 노장 진용식 선수의 활약도 기대됩니다.
4. 수영
시각장애 수영 선수는 대회 시작 전 기술위원에게 진단서를 제출하면 물속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다리로 터치 패드를 밀어 방향을 바꿀 수 없는 선수는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정해진 영법 외의 영법을 한 번 구사할 수 있습니다. 신호 오인으로 인한 부정 출발을 방지하기 위해 시각장애인 경기에서 관중들은 선수가 부정 출발 밧줄을 지날 때까지 침묵을 지켜야 하는 규정도 있습니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15살의 나이로 2관왕을 차지한 강정은 선수. 연합뉴스
자유형 200m에서 세계기록 보유자인 조기성 선수와 세계랭킹 2위 이인국 선수가 금메달을 놓고 겨룹니다. 런던 대회 평영 100m 금메달리스트인 임우근 선수,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선수단 막내로 참가해 2관왕을 차지한 강정은 선수의 활약도 주목됩니다.
5. 양궁
리우 패럴림픽을 앞두고 훈련중인 이억수 선수. 연합뉴스
활시위를 당기지 않을 때, 림의 끝이 뒤쪽으로 굽어 있는 활을 일컫는 ‘리커브드 보우’를 사용하는 경기만 치러온 올림픽과 패럴림픽이었지만, 이번 대회부터 ‘컴파운드 보우’를 사용하는 종목이 양궁에 추가됐습니다. 컴파운드 보우는 도르래, 확대 렌즈 등의 조준기, 격발장치를 장착한 활로 약한 힘으로도 당길 수 있고 격발장치를 통해 손 떨림도 줄여 줍니다.
패럴림픽 양궁은 한국의 전통적인 강세 종목입니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여자 리커브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이화숙, 고희숙, 김란숙 조는 강력한 금메달 후보입니다. 런던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김석호 선수도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상이군인 출신으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본선 무대를 밟고 있는 이억수 선수는 리우에서 7회 연속 패럴림픽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6. 역도
발목 이상의 하반신이 절단되거나 기능장애가 있는 선수만 참가할 수 있습니다. 선수의 안전을 위해 연맹 규정에 따라 제작된 벤치에 누운 자세로 역기를 들어 올리는 ‘벤치 프레스’ 종목만 열립니다.
역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1999년 교통사고를 당해 운동을 그만뒀다가 장애인 역도로 복귀해 2012년 런던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고 세계랭킹 2위까지 오른 인간승리의 주인공 전근배 선수가 리우에서 메달에 도전합니다.
7. 유도
시각장애인 경기는 주심의 인도에 따라 서로의 도복 깃을 잡고 시작됩니다. 시각과 청각이 모두 불편한 중복 장애인을 위한 별도 진행규칙도 있습니다. 주심은 선수의 몸이나 옷을 치거나 쥐여주고 판정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 유도 남자 -73kg급 결승전에서 한판승을 거둔 뒤 포효하는 이정민 선수. 연합뉴스
2015 전국실업유도최강전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왕기춘을 꺾어 파란을 일으킨 시각장애인 이정민 선수가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런던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최광근 선수, 2015년 헝가리유도월드컵 우승자 서하나 선수, 2015년 서울세계시각장애인대회 우승자 진송이 선수가 메달권에 가깝습니다.
8. 육상
앞을 완전히 보지 못하는 중증 시각장애인을 일컫는 전맹 트랙 종목에 참가한 선수는 반드시 안대나 불투명 안경을 착용해야 합니다. 일부 시각장애인 트랙 종목에서 선수의 진로를 돕는 가이드가 끈을 이용해 선수와 0.5m 이상 떨어진 거리로 달리기도 합니다. 가이드는 선수의 오른편 또는 왼편 어디에서 달려도 무방하지만, 가이드가 선수를 추월하면 실격 처리될 수 있습니다. 의족을 착용하고 달리는 종목에서 두 발이 동시에 떨어지는 호핑 동작을 취하면 실격 처리됩니다.
일부 필드 종목은 투척용 휠체어에서 치러집니다. 투척할 때 의자에서 양 엉덩이가 떨어지면 실격처리됩니다. 올림픽의 창, 포환, 원반던지기는 뇌 병변 장애인을 위한 곤봉 던지기, 정확히 던지기, 멀리 던지기 종목으로 대체됩니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여자 200m 결승에서 선두로 달리고 있는 전민재 선수. 연합뉴스
2012년 런던 대회 여자 200m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낸 전민재 선수가 유력한 메달 후보입니다.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1500m 동메달리스트인 김규대 선수, 2004년 아테네 대회와 2008년 베이징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홍석만 선수의 활약도 기대됩니다.
9. 조정
몸통의 기능이 없거나 약한 선수들은 높은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묶여 어깨 힘만으로 노를 젓습니다. 선수들을 묶은 끈은 횡격막 높이에 위치해야 합니다. 이 끈은 응급 상황에 한 손으로 쉽게 풀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장애인 남자 싱글스컬 결선에 출전한 박준하 선수(앞). 연합뉴스
국내 최정상급 조정 선수로 활약하다가 2003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박준하 선수가 남자 싱글스컬 종목에서 메달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영국이 강세인 여자 싱글스컬 종목에 출전하는 김세정 선수도 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0. 탁구
장애 등급에 따라 휠체어를 타거나 서서 경기를 치릅니다. 선수들이 탄 휠체어는 등받이가 없어도 됩니다.
같은 팀 선수끼리 수시로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일반인 탁구 복식과 달리 휠체어 복식에서 선수가 탄 휠체어는 테이블 센터라인의 가상 연장선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심판은 상대편에게 1점을 줍니다.
휠체어를 탄 선수는 공을 친 뒤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테이블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을 칠 때 나머지 팔로 테이블을 지지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모든 선수는 라켓을 손에 묶고 경기할 수 있습니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 남자 단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경묵 선수의 경기 모습. 연합뉴스
탁구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가장 많이 출전하는 종목입니다. 2004년 아테네 대회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낸 김영건 선수와 2012년 런던 대회 동메달리스트이자 2016 슬로바키아오픈 여자 단식 우승자인 정영아 선수 등 실력자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2012년 런던 대회까지 3회 연속 출전해 매 대회마다 메달을 따낸 김경묵 선수는 어느덧 50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노장의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11. 휠체어 테니스
휠체어가 코트를 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하드코트에서 치러집니다. 일반인 경기와 달리 투 바운드를 허용합니다. 첫 번째 바운드는 코트 안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두 번째 바운드는 코트 바깥에서 이뤄져도 무방합니다. 사지 마비 선수는 장애 정도에 따라 손에 라켓을 고정하거나 전동 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취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주연 선수. 신소영 기자
한국 휠체어 테니스의 간판 박주연 선수가 상위권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2016년 기타큐슈 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신예 임호원 선수가 처음으로 출전합니다.
장애 발생 시점과 원인 살펴보니…
<한겨레>가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리우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83명의 장애 발생 시점과 장애 원인을 분석해봤습니다. 장애 발생 시점과 원인을 밝힌 73명의 선수 가운데 선천적 장애를 안고 태어난 선수는 8명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은 선수는 65명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48명은 불의의 사고를, 15명은 질병을 장애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구체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교통사고가 23명으로 가장 많았 고, 낙상 등의 안전사고가 13명 , 소아마비 등 청소년기 이전에 앓은 질병으로 장애를 얻은 선수도 1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우 선수단 가운데 다섯명은 군 복무 중 사고가 장애의 원인이라고 답했습니다.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운 남자 양궁의 이억수 선수는 1988년 특전사에서 독수리 훈련을 받다가 차량이 전복되면서, 같은 종목 구동섭 선수는 태권도 시범 중 낙상으로 경추가 골절되는 사고로 장애를 얻었습니다. 육상 김규대, 탁구 최일상, 김기영 선수도 상이군인 출신입니다.
산업재해를 원인으로 꼽은 선수도 세 명으로, 모두 사격 선수들입니다. 이주희 선수는 아연 도금로에 실족해 양다리에 화상을 입었고, 김근수 선수는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경추가 골절됐습니다. 김연미 선수도 산업 현장에서 오른손을 잃었습니다.
의료 사고로 장애를 얻은 선수는 네 명입니다. 이 가운데 세 명은 출산 과정에서 장애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