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4-2로 승리하며 창단 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NC 선수들이 집행검 모형을 뽑아들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룡군단’이 가을의 전설에 첫 마침표를 찍었다.
엔씨(NC) 다이노스는 2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케이비오리그 한국시리즈(4선승제) 6차전에서 이명기의 결승타 등에 힘입어 두산 베어스를 4-2로 물리쳤다. 1승2패로 몰렸던 엔씨는 내리 3연승을 거두면서 창단 9년 만에 처음 정규리그 우승은 물론이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양의지는 기자단 투표 80표 중 36표를 얻어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상금은 1000만원.
NC 다이노스 이명기가 2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 5회 말 2사 1·2루 때 적시타를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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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강진 멤버들, 뜻을 이루다
2011년 10월10일. 엔씨는 강진 베이스볼파크에서 창단 첫 캠프를 차렸다. 당시 캠프에 참가했던 선수들 중 나성범, 박민우, 강진성, 김진성, 원종현, 노진혁, 김성욱 등 7명이 올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다. 5차전이 열리기 전 강진성은 “그때 멤버들이 함께 해서 뜻깊고 꼭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나성범은 6경기 동안 24타수 11안타(0.458)로 공격 선봉에 섰고 김진성은 양 팀 투수들 중 유일하게 6경기 내리 출전하며 불펜의 핵으로 활약했다.
외부에서 영입돼 엔씨 선수들에게 우승 디엔에이(DNA)를 심어준 박석민(2015년·96억원), 양의지(2018년 125억원)는 각각 5번째,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1, 6차전 선발로 나선 드류 루친스키는 2승(1세이브)으로 팀 우승에 밑돌을 놨다.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이 2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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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이동욱, ‘무관’ 한을 풀다
2년 전 엔씨 감독으로 깜짝 발탁된 이동욱(46) 감독은 선수 시절 무명에 가까웠다. 1997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데뷔해 2003년 은퇴했는데 현역 시절 통산 타율이 0.221, 5홈런 26타점에 불과했다. 이후 롯데, 엘지 트윈스, 엔씨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가 2018년 말 프로 사령탑이 됐다. 선수부터 코치 시절까지 프로 우승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국시리즈도 수비코치로 2016년 딱 한 번 참가한 게 전부였다.
이동욱 감독은 엔씨 창단 멤버로 1, 2군 선수들을 두루 파악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본인이 어려운 시절을 겪어 선수들을 이해하는 폭이 넓고 소통 능력도 뛰어나다. 한국시리즈 1~4차전 동안 실책이 쏟아지는 데도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선수들이 느낄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선수단이 그라운드에서 현수막과 함께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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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야구, 꽃을 피우다
엔씨는 비 야구인 출신으로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를 다루는 이들만 5명이 있다.
모기업인 엔씨소프트 자체가 아이티(IT) 기업인 터라 자체적으로 ‘디(D)라커’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투타 세밀한 부분까지 언제든지 영상 등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엔씨는 지난 2월 모든 선수에게 최신형 태블릿PC를 지급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삐걱대던 비 야구인 출신 데이터 전문가와 야구인 출신 전력 분석원의 협업은 데이터 야구에 열린 사고를 가진 이동욱 감독이 사령탑으로 임명된 뒤 서서히 팀에 자리를 잡았다. 2018년 리그 꼴찌였던 팀이 2019년 5위로 발돋움하고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할 수 있던 원동력이다. 엔씨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시리즈 내내 두산 선수별 맞춤형 시프트를 선보였고 두산 타자들이 잘 맞힌 타구는 종종 엔씨 수비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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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졌지만 잘 싸웠다
2015년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지금껏 두산은 가을야구 최강자였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3차례(2015년·2016년·2019년) 우승을 경험했다. 양의지, 민병헌, 김현수 등 주축 선수들이 자유계약(FA)으로 팀을 떠나는 와중에도 화수분 야구를 자랑하며 늘 상위권에 머물렀다. 올 시즌에도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엘지, 케이티(KT) 위즈를 차례대로 물리쳤다. 시즌 뒤 무려 7명의 선수가 에프에이 자격을 얻어 다음 시즌 팀 잔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이들의 한국시리즈 7번째 우승은 더욱 간절했다.
하지만
팀 타격이 침체되면서 2승(1패)을 선점하고도 우승에는 실패했다. 이날도 1회초 2사 1·2루, 2회초 1사 만루, 4회초 무사 2·3루, 5회초 무사 2루 등의 기회에서 점수를 못 내면서 단일 시즌 포스트시즌 팀 연속 이닝 무득점 신기록(25이닝)의 불명예도 떠안았다.
김양희 이정국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