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아시안게임 성화봉송을 구경하던 시민들이 중국 저장성 항저우 거리에서 성화를 향해 팔을 뻗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항저우/신화 연합뉴스
중국은 인터넷을 통제합니다. 황금 방패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구글 등 대표적인 국외 인터넷 서비스 접근도 막습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브이피엔(VPN)이라고 불리는 가상 사설망을 통해 정부 감시를 넘어 세상을 누비곤 합니다. 항저우 VPN은 아시안게임의 다양한 이야기를 항저우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하겠습니다.
‘상전벽해.’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23일)을 사흘 앞두고 방문한 항저우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이다. 엔데믹 시대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종합 스포츠 축제인 이번 대회는 1년 전 열렸던 베이징겨울올림픽과는 입국장서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알록달록 유니폼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웃으며 손님을 맞았고, 카메라를 들자 환하게 웃으며 브이(V) 포즈를 취했다. 2022년 겨울, 베이징에서
방호복에 둘러싸여 소독약부터 들이대던 때의 중국이 아니었다.
선수단 분위기도 눈에 띄게 변했다. 지난 베이징겨울올림픽 선수단은 입국 때부터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얼굴 보호대를 착용하는 등 방역에 집중했다. 긴장된 분위기로 비행기에 탄 선수들은 공항에 내려서도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보호대와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소독약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 하지만 항저우로 향하는 선수들에게서는 굳은 결의와 함께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는 설렘이 느껴졌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 유츄안위와 주진양. 이준희 기자
선수단과 취재진을 맞는 항저우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와 공항 직원들. 이준희 기자
자원봉사자들도 벌써 대회를 즐기고 있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때 자원봉사자들은 각 경기장을 다니며 선수단 혹은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배지 등을 교환한다. 15일째 대회 조직위에서 일하고 있다는 주진양(20)은 이미 대회 출입카드를 건 목걸이에 여러 가지 배지를 달고 있었다. 그는 친구인 유츄안위(20)와 자원봉사를 지원했다. 중국 저장성에 있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쉬천(20)은 “이번 대회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겨울올림픽 때 중국은 올림픽 참가자와 시민을 완전히 분리하는 이른바
폐쇄루프를 운영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였다. 경기장에는 일부 관중이 출입했지만 대회 참가자들과 동선을 따로 분리해 운영했다. 각 미디어 호텔에선 공안이 10명 이상 상주하며 대회 관계자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했다. 경기장에 갈 때도 매번 몸 검사를 받았다. 사실상 경기를 제외한 다른 취재가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안전을 핑계로 취재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당시 서우두국제공항에서 선수단과 취재진을 맞는 자원봉사자들. 이준희 기자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이런 종류의 제한은 없다. 오히려 중국은 각 미디어 호텔마다 공안 대신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대회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제공했다. 셔틀버스도 공항, 미디어 호텔, 경기장, 메인미디어센터 등을 연결하고 있어 취재 편의도 갖췄다.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며 업무 외 대화를 삼가던 베이징 때와는 달리 자원봉사자들은 기자의 질문에 자유롭게 답하기도 했다. 국제대회 취재 경험이 많은 기자들 사이에선 “아시안게임에 이 정도로 (취재) 지원을 하는 곳은 처음”이라는 말이 나왔다.
다만 아직 개막식이 열리기 전이기 때문에 실제 대회 운영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항저우조직위원회는 21일 열리는 한국 선수단 입촌식 취재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했는데, 항저우에 있는 기자 숫자를 고려하면 부족한 규모다. 앞서 축구대표팀 취재를 두고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조직위가 안전을 위해 훈련을 제한한다”는 통보를 대한축구협회 쪽에 했다가 실제 현장에서는 취재가 이루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베이징겨울올림픽은 코로나19로 이래저래 닫혀 있는, 꽤 낯선 모습이었다. 하지만 항저우아시안게임은 다르다. 항저우에서 바라본 첫날의 풍경이 코로나19 이전의 낯익은 대회로의 회귀일지, 아니면 또다른 새로운 중국의 모습일지는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