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지(왼쪽)가 28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복싱 여자 60kg급 16강전에서 북한의 원은경에게 판정패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미안합니다.”
한국 여자복싱의 간판 오연지(33·울산광역시체육회)가 28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60㎏급 16강전에서 북한의 원은경(23)에게 심판 전원일치로 판정패했다.
이날 5명의 심판진은 1라운드부터 압도적으로 원은경에게 점수를 부여했다.
경기에 진 뒤 믹스트 존을 빠져나가는 오연지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반면 강호를 꺾은 북한의 원은경은 만면에 웃을 띤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취재진이 “어떤 각오로 나섰냐?”는 질문에, 휙 쳐다본 뒤 발길을 돌렸다.
오연지는 한국 여자복싱의 스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팀에 처음으로 여자복싱 금메달을 안겼고, 2015·2017·2022년 세 차례 아시아선수권 정상을 차지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했다.
하지만 5년 만에 본격적으로 국제 스포츠 무대에 복귀한 북한 선수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파이터형인 원은경은 1라운드부터 정면으로 거침없이 파고들었고, 중반 이후부터는 가드도 내린 채 ‘한 방’을 노리기도 했다.
오연지(왼쪽)가 28일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복싱 여자 60kg급 16강전에서 북한의 원은경과 대결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유효타로 포인트를 쌓아가는 오연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2라운드에서도 원은경의 펀치가 오연지의 정면을 타격하는 등 흐름이 쉽게 바뀌지 않았다. 오연지는 3라운드 반전을 노렸지만 자신감을 얻은 원은경의 강공에 대처하지 못했다.
대한복싱협회 관계자는 “연지가 1라운드에 상대의 팔꿈치에 맞아 입 안에서 피가 났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을 것이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한복싱협회는 회장 선임 문제로 오랜 동안 집행부 수장도 없이 관리단체로 전락한 상태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중국 등이 복싱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아시아나 세계 무대에서의 입지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국은 앞서 기대주 임애지(24·화순군청)가 북한의 복싱 강호 방철미에게 무너졌는데, 북한 ‘복병’까지 만난 셈이다.
북한 응원단이 28일 중국 항저우 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복싱 여자 60kg급 16강전에서 환호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한편 이날 북한 선수단 20여명은 관중석에서 열렬히 원은경의 이름을 외치는 등 적극적인 응원전을 펼쳤다.
항저우/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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