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연 다문화인 설날맞이 행사에 참여한 재외국인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59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특히 위기감을 느끼는 곳이 종교계다. 종교 인구 감소와 젊은층의 종교 기피 현상으로 노인들이 다수인 종교계에서 앞으로 아이들을 찾아보기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종교계는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명 시대를 맞아 이들 껴안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개신교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글로벌엘림재단은 지난달 22일 다문화인 설날맞이 행사를 연 데 이어 이달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다문화가족의 정착을 돕는 ‘좋은 이웃 네트워크’를 출범시킨다. 앞으로 외국인 유학생, 다문화가정 청소년, 외국인 근로자 등에게 장학금과 자조활동지원금을 주고 심리상담, 동아리 지원 사업 등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연 다문화인 설날맞이 행사에 참여한 재외국인들. 여의도순복음교회 제공
개신교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도 지난해 다문화 선교를 세계선교부로 이관하고 국내 체류 외국인을 위한 사역자도 선교사로 인정하는 다문화선교사 제도 도입 등에 나섰다.
예수교장로회총회가 지난해 목사가 되기 위한 시험인 강도사고시 논문 주제를 ‘다문화 시대 속에서 기독교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연구’로 정한 것도 이런 방향을 일러준다. 심평식 한국교회총연합 사무총장은 “이미 농촌 지역은 다문화인 없이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여서 지역 교회들이 다문화한글학교를 운영하고 다문화인을 집사로 임명하는 사례도 느는 추세”라며 “한교총 차원에서도 다문화합창대회와 다문화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우이웃처럼 다문화인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동등한 신자로 껴안으려는 노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배타적 선교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도 감지된다. 지난해 예장 통합총회의 다문화선교정책협의회, 대한성결교회 해외선교위원회의 다문화 선교 콘퍼런스 등에선 한국 교회가 다문화인을 선교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차별과 편견, 무의식적 배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매년 다문화가족들과 걷기 대회 등 행사를 여는 월드휴먼브리지 대표 김병삼 목사(분당 만나교회 담임)는 지난달 ‘다문화티브이(TV)’에 출연해 “앞으로 한국에서 다문화 인구가 10% 가까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과 같은 문화와 언어로 서로 공유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들을 함께 공동체를 이뤄야 할 사람으로 껴안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 필리핀공동체 미사 모습.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천주교도 16개 교구별로 이주사목위원회를 두고 이주민들을 껴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에선 매주 필리핀 신자 900명이 자국어인 타갈로그어로 미사를 본다. 서울대교구 산하에서 필리핀·베트남·타이·인도네시아·몽골·남미·중국 공동체 등이 매주 미사를 드리고 있다.
결혼이주민과 외국인노동자가 많은 전남 농촌 지역을 관할하는 광주대교구는 필리핀 신부 3명, 베트남 신부 2명, 동티모르 신부 1명을 두고 있다. 전남 고흥 도화성당의 한국인 신자는 50명에 불과하지만 베트남어 미사엔 매주 베트남인 120명이 참석한다. 수원교구, 대구대교구 등 외국인 신자가 많은 곳에는 어김없이 외국인 신부들이 함께한다.
가톨릭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총무 황성호 신부는 “한국 가톨릭에서도 저출생 시대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며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이주민에 대해 발표한 환대, 보호, 증진, 통합 등 4가지 원칙에 따라 이주민들을 환대·보호하고 교육과 취업을 도와 동등한 이웃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티모르 유소년축구단을 초청해 함께하고 있는 천태종 총무원장 무원 스님. 천태종 제공
불교에서도 선불교를 세계에 전파한 숭산 스님의 본사인 충남 예산 덕숭총림 수덕사가 지난해 말 서울 홍익대 인근에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포교당 홍대선원을 개설하는 등 재외국인 포교에 나섰다. 개원식에선 조계종 해외특별교구가 ‘국제전법의 현황과 포교 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천태종도 서울 관악구 명락사에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의 천태국제다문화종합센터를 3년 뒤 개원해 동남아 불교 국가 출신 재외국인들이 다문화법회를 열도록 도울 계획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