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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명상하면 마음의 허기가 채워지고 기쁨이 샘솟는다

등록 2023-12-26 07:57수정 2023-12-26 07:58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 해변가 자택에서 명상중인 차드멩탄.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 해변가 자택에서 명상중인 차드멩탄.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나’보다 ‘우리’가 익숙했었던 우리. 그러나 어느새 ‘우리’보다 ‘나’를 앞세운 시대입니다. 경쟁과 적자생존 속에서 빈부격차, 정치 이념과 남녀노소로 갈리며 개인과 개인의 소통도 막혀갑니다. 그래서 함께하는 삶이 더욱 그립습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함께하면 견딜 수 있습니다. 한겨레와 플라톤아카데미가 ‘함께하니 더 기쁜 삶-일상 고수에게 듣다’를 진행하며 국내편에 이어 미국에서 6명의 고수들을 만났습니다. 미국편 여섯번째 마지막편은 구글에서 명상을 지도한 차드멩탄(52)입니다.

지난달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 해변으로 향했다. 차드멩탄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실리콘밸리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산타크루즈는 광대무변한 태평양이 펼쳐진 한적한 해안에 있다. 구글에서 명상을 지도한 차드멩탄은 산타크루즈 멋진 해변에 살고 있었다. 차드멩탄은 45살에 구글에서 은퇴하고, 이곳으로 이사와 명상하고, 저서를 쓰고, 강연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비영리 단체 ‘내면검색리더십연구소’(SIYLI, Search Inside Yourself Leadership Institute)를 설립해 활동중이다.

구글 창립 초기 107번째 엔지니어로 구글에 합류한 그는 직원들의 업무시간 20%를 각자 관심분야에서 일하도록 보장한 구글의 업무시스템을 활용해 명상을 하며 직원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이 시간에 선승들과 심리학자 등을 초청했고, 마음챙김에 기반한 감성지능강화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내면검색 프로그램은 사내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떠올랐다. 그는 좀 더 많은 시간을 명상에 할애하기 위해 15년간 일한 구글에서 2015년 은퇴했다.

그는 10년 만에 다시 만난 기자에게 전과는 달리 “어린시절 자주 자살을 생각할 만큼 불행했다”며 더욱 내밀한 개인사까지 고백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조기은퇴를 실현해 해변가 대저택에서 살아가는 50대 초반의 성공한 그의 모습에서는 엿보기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죽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겁쟁이였기 때문이다. 자살하는 게 너무 무서웠다. 우울증을 겪으며, 끊임없이 겁쟁이로 살아왔다. 10대 내내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해봤지만 아무것도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애썼으나 아무런 진전이 없던 그에게 21살 때 돌파구를 연 만남들이 있었다. “오순절교회에 초대를 받았다. 카리스마가 넘쳤고 기도하는 사람들은 방언을 하며 울고 고통을 해소했다. 그걸 보며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우연히 그 다음주 티베트 비구니스님과 만나게 됐다. 그에게 ‘지난주 교회에 가서 그들이 어떻게 고통을 해소하는지 보았는데, 불교에서는 어떻게 고통을 해소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불교 전체가 고통을 해소하는 데 관한 것’이라고 했다. 그때 누군가 막힌 수문을 열어젖혀,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차드멩탄이 은퇴 뒤 2015년부터 살고 있는 산타크루즈 해변 자택.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차드멩탄이 은퇴 뒤 2015년부터 살고 있는 산타크루즈 해변 자택.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그는 다음주 티베트스님의 강연을 들으러 갔고, ‘모든 것은 마음을 길들이기에 달려있다’는 말을 듣고 즉석에서 명상을 시작했다. “명상을 하면서 오랜 우울증이 사라졌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다. 미국엔 어른이 되어 왔지만, 많은 사람들을 돕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것이 명상을 가르치고, 명상 메시지를 전하고, 그런 삶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 계기다.”

구글에서 그가 명상을 하고 명상을 가르치겠다고 했을 때 경영자들은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그는 “만나본 모든 임원들이 ‘그거 좋은데’라며 ‘계속 하라’고 했다. 그게 정말 놀라웠는데 아마 구글이기 때문에 달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환호는 구글에서만이 아니었다. 한 번은 아주 보수적인 플로리다의 대형 법률회사에 가서 명상에 대해 강연했는데, 실망스런 표정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때 깨닫기 시작했다. 이것이 보편적이라는 것을. 이것이 보편적인 까닭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고통을 겪고, 행복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기술인 명상에 대해 환호하는 것이다.”

그는 명상이 삶의 고통을 해소해, 내면에 있는 기쁨의 원천에 접속해줄 뿐 아니라 창의력을 증진시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본다. “창의력은 원한다고 생겨나는 게 아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안된다. 아이디어는 통상 ‘아하!’하면서 떠오른다. 따라서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비결은 항상 ‘아하’의 순간을 위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뇌파가 알파파일 때다. 알파파는 편안할 때 생긴다. 집중할 때보다는 느슨하게 마음을 열 때 갑자기 문제가 해결되곤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의 명상룸.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의 명상룸.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달마대사는 동쪽으로 갔지만, 당신은 서쪽으로 왔는데, 당신이 싱가포르에서 미국에 온 뜻은 무엇인가?

“동양과 서양의 차이점은 서양이 특정 기술, 즉 외부 기술에 매우 능숙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증기기관에 이어 컴퓨터, 휴대폰 등을 발명했다. 동양인인 우리도 아주 잘하는 기술이 있는데 바로 내면의 기술이다. 동양의 우리 조상들은 서양인들이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제가 동서양 모두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행운이다. 그래서 서양에 있으면서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동양의 기술을 공유하길 바라고 있다.”

―업무와 스트레스의 관계는?

“영국에서 1960년대에 한 연구가 있었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계급이 낮을수록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무차관 같이 높은 직급을 가진 사람과 미화원 같이 가장 낮은 직급을 비교했을 때, 최하위 계층 사람들이 최고 계층 사람들보다 심장병 발병률이 세 배나 더 높다고 한다. 그 이후에 다른 연구들도 낮은 계층에 속할수록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겪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 늦게 이루어진 다른 연구가 있었는데, 이는 영국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이 연구에서는 일반 생산직 노동자와 중간 관리자들이 고위 임원들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최하위 계층, 잘 눈에 띄지않는 사람들이 더 많은 고통을 겪는다. 미화원이나 경비원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구글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마주치지않게 가림막이 되어있는 휴식공간들이 있다.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구글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마주치지않게 가림막이 되어있는 휴식공간들이 있다.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명상의 효과는?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는 매우 중요한 두 가지 발견이 있었다. 첫 번째 발견은 명상하는 뇌와 명상하지 않는 뇌가 다르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발견은 훈련을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발견은 명상에 관한 모든 것을 변화시킬 것이다. 명상은 의료 상황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가장 설득력 있는 예 중 하나는 수면이다. 내 친구는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군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인한 가장 큰 고통은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보통 수면제를 복용하지만 이로 인한 문제가 많다. 제 친구는 그 당시에 놀랍게도 그들에게 몸에 대한 명상을 가르쳤다. 그들은 명상의 주요 이점 중 하나로 모두가 잠을 잘 수 있었다. 나도 우울증이 치유되는 효과를 몸소 체험했다. 첨언할 건 명상을 한다고 반드시 약물 치료가 필요없다는 건 아니다. 약물이 필요할 수 있다.”

―고통을 줄이려면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는 게 중요하다.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연봉 이상의 일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비움을 권장해야 할 명상지도자와, 일을 더욱 많이 하도록 독려해야 할 임원으로서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했나?

“쉽다. 답은 둘 다 한다는 것이다. 보통 우리는 불안과 동요로 가득 차 있다. 욕심이 생기고, 증오도 느끼고, 마음 속에 채워야 할 큰 구멍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한다. 항상 두 가지 방법으로 기분 좋은 경험을 얻으려고 애쓴다. 하나는 즐거운 감각이다. 먹는 음식, 보는 것 등이다. 다른 하나는 즐거운 자아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우러러 보며 ‘정말 대단하고 멋져요’라고 말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항상 이것들을 쫓고 있다는 것을, 명상을 하며 통찰할 수 있다. 명상을 하면 채워야 할 구멍이 점점 작아지는 걸 발견하게 된다. 왜 그럴까. 왜냐하면 명상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온 몸에 기쁨이 가득찬다. 언제 어느 때나 구멍이 생길 때마다 그 자리에서 명상을 할 수 있게 된다. 한 번 그 상태에 도달하면 즐거운 감각과 즐거운 자아에 대한 갈망이 더 이상 주인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그 상태에 도달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명상사 차드멩탄과 조현 기자.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명상사 차드멩탄과 조현 기자.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경쟁이 심한 구글에서 개발자들이 번아웃 증후군이나 우울증, 불안증, 무기력증, 조급증으로 힘들어할 때, 각 증상별로 다른 명상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나?

“아니다. 증상이 무엇이든 해결책은 동일하다. 그 이유는 어떤 고통스러운 감정을 다룰 때 해결책이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단계는 주의력이다. 뭔가 나쁜 일이 생길 때, 주의를 집중시켜서 명확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두 번째 단계로 이어진다. 주의가 안정되고 명확해지면, 그 경험 속 감정을 몸에서 다룰 수 있다. 정신이 아닌 몸 말이다. 감정적인 단계다. 세 번째 단계는 인지적으로 재구성을 하는 것이다. 가령 내가 당신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더라도, 당신은 ‘아니야, 그건 차드멩탄이 말한 뜻이 아니야. 차드멩탄은 사실 칭찬을 하고 싶었던 거야’라고 다르게 생각해보는 것이다.”

구글은 휴식공간이 많다. 식당과 카페 등 모든 것이 무료로 제공된다.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구글은 휴식공간이 많다. 식당과 카페 등 모든 것이 무료로 제공된다.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명상가들이 타인의 고통엔 무관심하고 자기 내면에만 집중한다고 지적받기도 하는데?

“한 연구에 관한 이야기다. 이 연구는 연구 대상에게 이 병원에 와서 몇 장의 서류를 작성하도록 지시한다. 연구 대상이 모르는 것은 이 병원이라는 장소 자체가 연구 대상이라는 점이다.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은 연구를 돕기 위한 배우들이다. 모든 의자가 차있고, 연구대상자를 위한 한 자리만 비어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발목을 짚고 고통스럽게 들어오는데, 모든 배우들은 ‘어쩌라고?’란 표정으로 일어나지않는다. 이때 연구 대상이 일어나서 자리를 양보할 확률은 얼마일까. 그 답은 약 33% 정도다. 이어 만약 연구대상이 병원에 가기 전에, 마음챙김 명상이나 연민 명상을 한다면,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할 새로운 확률은 얼마일까. 그 확률은 65%로 두배로 높아진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인식 때문이다. 마음챙김을 올바르게 훈련하면 고통을 인식하게 된다. 자신의 고통뿐 아니라 다른사람의 고통도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연민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올바른 마음챙김 명상을 한다면 더 연민심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구글의 식당. 구글에서는 식당과 카페 등 모든 것이 무료다.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구글의 식당. 구글에서는 식당과 카페 등 모든 것이 무료다.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구글의 휴식공간.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구글의 휴식공간.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당신의 인생에서 명상은 무엇인가.

“만약 명상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살아있지 않았을 거다. 명상을 통해 내가 가장 소중하게 발전한 것은 바로 내면에서부터 일어나는, 아무런 일 없이 일어나는 이 기쁨에 접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조건적인 기쁨이다. 우리는 항상 행복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미국 헌법에도 행복의 추구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만약 행복이 이미 자신 안에 있다면, 더 이상 추구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것을 허용하면 되는 거다. 이 사실이 모든 것을 바꾸게 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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