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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산불지역 ‘사랑의 집’ 지어 공동체 회복 지원합니다”

등록 2022-04-26 18:47수정 2022-04-27 02:35

[짬] 한교총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

울진 산불 이재민들을 위한 ‘사랑의집 짓기 운동’에 나선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울진 산불 이재민들을 위한 ‘사랑의집 짓기 운동’에 나선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동해안 산불로 집이 불타버린 이재민들에게 새집을 무상으로 지어주기로 했다. 지난 3월 발생한 동해안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경북 울진에서 전소된 369가구 중 192가구는 거주민들이 있던 집이었다. 한교총은 사랑의집 짓기 운동을 펼쳐 우선 1차로 20억원을 모금해 35채를 짓기로 했다. 지난해 말 한교총 대표회장에 취임한 류영모 목사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랑의 집 짓기 운동을 설명했다.

“‘하나님께서 벌레와 참새에게도 집을 주시는데, 하물며 사람에게야….’ 얼마 전 산불 피해 지역인 경북 울진의 전소된 집 마당에 서 있을 때 불현듯 ‘하나님은 집을 주시는 분’이란 생각이 떠올랐다. 한국교회가 산불로 집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집을 지어주자고 한교총 회장단에 제안하자 한 분도 예외 없이 동의해주었다.”

한교총 제안에 35개 소속 교단들과 교인들의 성원이 이어졌다. 부활절(17일) 한 주 전 모금을 통해 부활주일까지 14억원이 모이고, 4월 마지막 주일 현재 1차 목표액인 20억원이 봉헌 약속됐다. 성금은 방 2개, 부엌, 거실로 꾸며진 12평(39.6㎡)의 철골 목조 주택들을 짓는 데 사용된다. 주택 한 채당 드는 비용은 5천만원이다.

“산불 난 마을들은 5가구나 10가구뿐인 곳들도 있다. 만약 이재민이 고향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마을공동체가 붕괴될 수 있다. 또 새집을 얻은 가구와 헌집 그대로인 가구 간에 위화감과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한교총의 사랑의 집 짓기 운동은 마을공동체 회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산불로 인해 군청에서 마련한 임시주택도 질적인 차이가 있어서 갈등의 소지가 있는 데다 새집을 짓는 과정에서 ‘불이 안 붙어 새집도 못 얻는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건축 대상자 선정부터 공정하게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교총은 먼저 12평 견본주택을 보여주고 대상자들이 집을 신청하도록 하고, 한교총이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울진기독교연합회를 비롯한 지역 사회에서 선정하도록 했다. 또 집을 더 크게 짓기를 원하는 가구는 각자가 추가 건설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1차 프로젝트는 6월에 건축이 시작돼 겨울이 오기 전 11월 중 입주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5월엔 사랑의집 짓기 선포식을 통해 제2차 집짓기 모금에 나선다.

소속 35개 교단과 교인 20억 모아

11월까지 전소 가구 집 35채 짓기로

내달 ‘사랑의 집짓기 선포’ 2차 모금

대상자는 지역 사회서 공정 선정키로

“한교총에도 기후위원회 설치하고

진보-보수 교단 협력 사회문제 풀 것”

왼쪽부터 사랑의 집 짓기 추진위원회 서기 김기남 목사, 류영모 한교총 대표회장, 신평식 한교총 사무총장. 조현 종교전문기자
왼쪽부터 사랑의 집 짓기 추진위원회 서기 김기남 목사, 류영모 한교총 대표회장, 신평식 한교총 사무총장. 조현 종교전문기자
“사랑의집 짓기가 마을공동체 회복을 목표로 하는 만큼 입주 때는 마을잔치를 열어 입주 주민뿐 아니라 온 마을 분들이 함께할 것이다.”

류 목사는 “지난해 말 한교총 대표회장에 취임하면서 ‘한국교회는 세상에 필요한 공동체인가’, ‘한국교회는 희망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고, 울진 산불 지역에 다녀온 날 잠을 설치고 기도하며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성경 말씀을 떠올리며 사랑의 집 짓기를 할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번 울진에서 금강송을 지켜내느라 소방관들과 군에서 죽을 고생을 했다. 그러나 피해 주민들은 산불로 송이밭을 잃어버렸다. 송이밭이 회복되려면 수십 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옛날엔 벌거숭이 산에 아무 나무나 심어서 너무 쉽게 불이 옮겨붙었다. 이제 식목도 산불 방어와 경제성까지 고려해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말레이시아는 고무나무를 심어 자손 대대 먹고살지 않은가. 우리도 재난을 치유하는 데서 더 나아가 예방과 미래 구상까지 담아 식목하기 위한 섬세한 연구가 필요한 단계에 왔다.”

류 목사는 조만간 산림청을 방문해 그런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또 교회 차원에서도 울진처럼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 위기에 빠진 농촌을 위한 교회 차원의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지역에 가면 아이들의 상당수가 다문화가정이다. 앞으로 외국에만 나가야 선교사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에서 다문화 아이들을 돌보는 이들도 선교사로 인정해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려고 한다.”

류 목사는 또 “지금 지구적인 위기를 낳고 있는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해 한교총도 기후위원회를 만들어 연구할 것”이라며 “보수 교단과 진보 교단이 대결하며 갈등하기보다는 협력해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고 말했다.

“최근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 시위 현장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와 함께 갔다. 청와대를 방문할 때는 이 목사를 내 차에 태우고 손을 잡고 들어갔다. 나는 통합 교단이지만, 한교총 사무총장 신평식 목사는 합동이다. 우린 친구처럼 지낸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 차원에서 나서는 데 네 교단 내 교단이 어디 있는가!”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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