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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성서 제대로 공부하면 예수 본래 자리 만날 수 있죠”

등록 2022-07-11 18:54수정 2022-07-12 13:57

[짬] 강남향린교회 담임 김경호 목사

김경호 목사가 최근 완간한 9권 시리즈 저술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김경호 목사가 최근 완간한 9권 시리즈 저술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세계에서 한국 개신교인들만큼 성경공부에 열심인 이들도 드물다. 많은 교회가 한국 개신교의 신조어인 ‘큐티’(QT·Quiet Time)라는 성경공부를 한다. ‘조용한 기독교식 묵상’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큐티가 성서공부 열풍을 불러왔으나, 큐티가 성서를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남향린교회 담임 김경호(66) 목사는 큐티식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과학적이고 학문적으로 서구에서 수백 년 동안 발전해온 성서신학방법론을 통해 교회 신자들과 30년 넘게 성경공부를 해왔다. 그 내용을 2007년부터 책으로 출간하기 시작해 이번에 <생명과 평화의 눈으로 읽는 성서> 시리즈(대장간 펴냄) 9권으로 완간한 김 목사를 지난 6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김 목사는 영화 <1987>에도 등장한, 1980년대 민주화의 성지였던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했다. 연세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군을 제대한 뒤 멘토인 민중신학의 태두 안병무 박사가 설립한 ‘향린’에 몸을 담은 그는 34살 때 담임 홍근수 목사가 투옥되자 임시당회장과 홍근수목사석방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재야운동의 전면에 등장했다. 이후 교회를 무한대로 키우기보다는 분가해서 작은 교회를 지향하는 ‘향린’의 정신에 따라 1993년 창립된 강남향린교회로 갔다. 2004년엔 강남향린교회에서 또 분가한 들꽃향린교회에서 담임목사를 맡아 7년씩 2번의 임기를 마치고, 2018년 강남향린교회로 돌아왔다.

여러 ‘향린’을 돌면서 그가 일관되게 지속해온 것이 성서학당이었다. 그는 30년 전 김진호 목사(전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연구실장) 등과 함께 <함께 읽는 구약성서>와 <함께 읽는 신약성서>(한국신학연구소 펴냄)라는 장기 베스트셀러를 내기도 해 일찍부터 성서 읽기로 주목받았다. 성서학당은 구약 40강좌, 신약 40강좌로 총 80주간 2년에 걸쳐 진행되는데도 개근자들이 많을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대부분의 진보적 개척교회들이 서울 강남에서 자리잡기가 하늘에 별따기였지만, 향린 분가 교회들은 성서학당 덕분에 일찍 자리를 잡았다. 성서학당의 성서 읽기는 무엇이 다를까.

객관적이고 학문적인 시선으로
신도들과 30년 넘게 성경 공부
결과물 9권 시리즈로 최근 완간
‘생명과 평화의 눈으로 읽는 성서’

80년대 명동향린에서 목회 시작
구·신약 각 40강 ‘성서학당’ 큰 호응

“성서 4복음서의 내용이 다른 것을 두고, 예수님의 네 제자들이 같은 사건을 보고 적었어도 각자 관점이 달라서 그런 것이라고 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복음서 가운데 제일 먼저 나온 마가복음에선 예수님이 십자가를 향해 갈 때 야고보가 예수님에게 나중에 영광을 받으면 자신과 쌍둥이 형제 요한을 예수님의 오른편과 왼편에 앉혀달라고 청탁한다. 그런데 20년 뒤 나온 마태복음에선 느닷없이 청탁 주체가 그의 어머니로 바뀐다. 둘 중 하나가 잘못됐다기보다는 예수님 사후 20년이 지나면서 야고보와 요한이 교계의 중요한 위치에 있는 권위를 갖게 되자 그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 교회에 득이 안 되었기에, 청탁 주체를 어머니로 바꿀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서학당은 최근의 고고학적 발굴과 연구 결과, 고대 근동의 유사한 문서와 자료들을 문헌적으로 정밀하게 비교 분석함으로써 성서 속 말씀들이 생겨난 역사와 사회경제 배경 속에서 성서를 이해한다. 교리 주입식이 아니라 이렇게 성서의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 진위를 파악하면, 성서공부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가감된 예수가 아닌, 사실적 예수를 만나게 된다.”

서울 강남향린교회 성서학당에서 성서 읽기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경호 목사. 강남향린교회 제공
서울 강남향린교회 성서학당에서 성서 읽기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경호 목사. 강남향린교회 제공

성서학당에 진보적인 기독교인들만 오는 것은 아니다. 향린교회가 속한 기독교장로회에 속했던 이들보다 오히려 보수적인 교단 출신 참석자들이 더 많다.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이들은 이제까지 자신들이 성서를 읽던 방식과 다른 성서 읽기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느끼며, 김 목사와 심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성서를 손글씨로 베껴 쓰는 필사가 유행할 정도로 성서의 글자 자체를 신성시하는 분들은 성서의 일점일획에 부들부들 떤다. 신앙고백만을 목표로 성서공부를 하며, 역사적으로 발전해온 성서학과 성서신학을 거부하면, 루터의 15세기에 머물러 있거나, 칼뱅 시대에 멈춰버릴 수 있다.”

‘성서는 거룩하다’는 것을 깨버리고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가는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성서학당의 성서공부를 통해 사실적으로 성서 속으로 들어가 예수님이 늘 가난한 사람들, 약자와 함께해온 것을 체득한 이들은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빈민운동, 지역운동에 나섰다. 강남향린교회가 문정동 비닐하우스촌 화재 후 그곳에 만든 방과후학교인 꿈나무학교에, 약자들을 위한 현장교회인 촛불교회에, 송파 지역의 소녀상과 평화공원 조성과 평화시민학교 운영에, 송파기후행동 등을 앞세운 환경운동에 앞장서며 헌신한 이들은 대부분 성서를 통해 새롭게 예수님을 경험한 이들이었다. 촛불교회 운영위원장이자 전국예수살기 상임대표이기도 한 김 목사는 생명과 평화를 눈으로 읽는 성서를 이렇게 권했다.

“성서를 사랑하며 존중하고, 교회를 사랑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좋은 전통이다. 그러나 세상과 담을 쌓고, 오직 성서와 교회에만 갇히면 오히려 사회적으로는 뒤처지는 집단이 되어, 사회적으로 깨어있는 이들과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요인이 되고 만다. 예수님 당시 가장 종교적인 사람들은 예수님이 가장 적대시한 바리새파와 율법학자들이었다. 그들은 문자에 갇혀 가장 보수적인 울타리만을 고수했다. 그 울타리를 뚫고 나올 수 있는, 가장 유효한 것 역시 성서다. 성서를 통해 예수님의 본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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