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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출가 기피시대 코로나 위기지만 ‘마음공부’ 딱 좋은 때죠”

등록 2021-01-10 20:56수정 2021-01-11 06:22

[짬] 원불교 청년회 총재 김제원 교무

원불교 청년회 총재를 맡고 있는 김제원 교무가 지난 7일 서울 흑석동 소태산기념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원불교 청년회 총재를 맡고 있는 김제원 교무가 지난 7일 서울 흑석동 소태산기념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최근 종교계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출가자 수 급감’이다. 조계종만해도 20년 전에 견줘 출가자 수가 4분의1 수준으로 줄었고, 가톨릭대 신학과도 정원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원불교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그런데 이런 시대를 거스른 이가 있다. 원불교 김제원(56) 교무다. 그는 지금까지 청년 30여명을 출가시켰다. 김 교무가 자신이 출가시킨 9명과 <청춘출가>를 낸 지 8년 만에, 그 사이 출가시킨 8명과 공동으로 <청춘출가2>(하음출판사 펴냄)를 최근 펴냈다. 김 교무를 7일 서울 흑석동 소태산기념관에서 만났다.

8년만에 9명과 함께 ‘청춘출가2’ 펴내
서울 안암교당 시절 고려대생 ‘집중’
“순간 쾌락 아닌 영생의 행복자 선택”

95년부터 성균관대·이화여대 동아리
25년동안 청년 30여명 출가 이끌어
“개인 욕심 ‘더 큰 서원’으로 전환 가능”

김 교무는 2018년 말 교단 행정부인 교정원의 부원장과 청년회 총재를 맡기 전까지 14년간 서울 안암 교당에 근무하며 집중적으로 청년들을 출가시켰다. 출가자 상당수는 안암교당 인근에 있는 고려대생들이다. 이 중에는 생명공학 박사인 차명섭 교무와 대기업에 다니던 박여주 교무, 서울 법대와 고려대 로스쿨을 거쳐 사법고시에 합격한 변호사 황원공 교무도 있다.

이들은 카페, 클럽, 술집 등을 어슬렁거리고 게임을 즐기는 요즘 젊은이들과 다른 별종은 아니었다. 이들도 남보란 듯이 살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고, 세속의 쾌락을 즐기던 보통 사람들이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삶에 대한 고뇌가 더 깊었다는 것이다. <청춘출가2>엔 이들이 원하는 직장이나 직책을 얻고도 왜 행복하지 않은지, 과연 이렇게 살다 가는 것이 인생인지, 주말만 바라보며 자신에게 맞지 않은 일을 하며 보내는 것이 맞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지에 대한 번민과 방황이 담겨있다. 이들은 스승 김 교무를 만난 뒤 일시의 쾌락이 아닌 영생의 행복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닮고 싶다며 출가의 길을 택했다.

출가자들의 부모는 “내 자식을 원불교에 출가시키려 그 고생을 하며 키운 줄 아느냐”며 김 교무를 적지않이 원망하기도 했다. “부모가 신심 있는 원불교도가 아니라면 그런 반응은 당연하다. 한 생뿐이라면 나도 출가자가 아닌 세속적 욕망을 추구하고 살 것이다. 그러나 삶이 세세생생 이어져, 현생에서 지은 업대로 다음생을 받게 된다고 보기에 한때의 쾌락이 아니라 영생의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다.”

김 교무는 “욕심을 버리라고 하기보단 개인만을 생각하는 욕심을 세상을 위한 더 큰 서원으로 전환하도록 한다”고 출가의 의미를 설명했다.

“표층의식에선 감각적인 쾌락만 좇는 것 같지만, 사실은 누구나 내면엔 맑고 밝은 본래 마음자리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있다.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다.” 김 교무 역시 “젊은 날엔 취직해서 돈을 많이 벌어 뚜껑 열리는 스포츠카를 사서 예쁜 여자 친구를 태우고 달리고 싶었다”면서 “그런 삶과는 전혀 다른 출가자의 삶에 들어선 지 30년이 됐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고향의 행복을 맛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무는 독실한 원불교도였던 부모와 달리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원불교당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그러다 입대를 앞두고 부친의 권유로 익산 원불교총부의 선원에서 며칠 머물던 중 염불을 하다 시·공간이 끊어지는 체험을 했다. 그가 군대에 가서도 틈만 나면 좌선을 하고, 원불교 교전을 6번이나 정독한 것도 세속의 쾌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신세계를 맛 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출가를 결심하자 어머니는 “교무님들은 좌선하고 염불하려면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데, 너처럼 아침잠이 많아서 어떻게 교무를 하겠냐”며 걱정이 태산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출가 후 그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됐다.

‘청년출가2’ 표지. 하음출판사 제공
‘청년출가2’ 표지. 하음출판사 제공

그는 1995년 서울 종로 원남교당에 첫 발령을 받은 직후부터 성균관대와 이화여대 원불교 동아리를 만드는 등 청년들 교화에 두각을 나타냈다. 안암교당에 간 뒤엔 일본 마쓰시타정경의숙을 본 딴 국제마음공부학사를 만들기 위해 열성을 쏟았다. 그는 보통 소박하게 교당을 꾸리는 교무들의 정서와 달리 한 때는 교도 수를 크게 늘려 대형 교당을 짓고, 대형 마음공부학사를 지을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마음을 먹자 돈을 낼 만한 능력이 있는 교도는 크게 보이고,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작게 보였다”며 이를 알아차리고 대형 불사의 꿈을 접었다고 한다.

하지만 청년에 대한 관심은 접지 않았다. 어른들이 아무리 “요즘 청년들은 즐길 거리만 찾아다니고, 저밖에 모른다”고 비난해도, 그는 자신이 변한 것처럼 청년들도 계기를 만나면 ‘더 큰 나’로 변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인생의 방황이 더 큰 변화의 계기가 되듯 코로나 사태도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요즘 젊은이 중엔 부모의 과보호 아래 자라 ‘정신적 자력’이 떨어진 이들이 많다. 코로나는 의존형 인간의 낙오를 가속화 하겠지만, 정신적 자력이 있는 이는 자신을 진급시키는 호기로 삼을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수행·수도· 마음공부를 통해 자력심을 키우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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