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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순례기

그나라공동체 윤공부 목사

등록 2005-12-01 11:23

경기도 포천군 일동면 화대2리 시골길이 끝날 즈음에 그나라공동체가 있다. 두 남자 아이들이 탁구를 친다. 공이 몇 번이고 왔다갔다하는 것을 보니 제법이다. 재민(19)이와 희주(14)다. 점심 시간이다. 식당으로 가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밥과 반찬을 식판에 담아 앉는다.

희주가 “재민이 형 속은 정말 깊다”고 한다. 재민이는 “내가 아무리 속이 깊어도, 사모님 깊은 속을 따라갈 수 있겠느냐”고 한다. 윤공부(60·사진) 목사와 다른 가족들이 폭소를 터뜨린다. 서로 뱃속이 깊어서 밥이 많이 들어간다고 농담을 한 것이다. 식사가 끝날 무렵 다혜가 윤 목사 앞으로 와 머리를 긁적인다. 용돈을 벌기 위해 공동체 안 비닐하우스에 차린 ‘간이 찻집’에 커피가 떨어져 사러 가는데, “목사님이 운전해 달라”는 것이다. 윤 목사가 “그러마”고 하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활짝 웃는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늘 문제아 취급을 당하고, 때론 소년원과 밤길을 전전하다 이곳에 온 아이들은 “목사님은 우리 편”이라며 어리광을 피운다.

이들 7명은 공동체 안에 있는 ‘참나무청소년배움터’에서 대안 교육을 받고 있다. 윤 목사와 김은숙 사모와 봉사자들의 사랑 속에서 아이들의 그늘진 얼굴은 활짝 개어 햇살이 빛난다.

40살에 서울 대치동에서 예린교회를 개척했던 윤 목사는 개척 10돌을 앞둔 1990년 영적 갈증을 채우려고 부시맨의 고향인 아프리카 모추아나로 떠났다. 유럽 배낭여행을 거쳐 9개월 뒤 ‘분수처럼 솟아오른 사랑’을 느끼며 귀국한 그는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기로 하고, 20평에 불과한 연립주택을 ‘산 자의 집’으로 이름짓고, ‘거리의 아이들’을 들였다. 부인과 당시 고 3이던 큰아들 용희(29)와 태일(27)이 가족회의에서 ‘헌신하는 삶’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그 뒤 이루 말로 다하기 어려운 일이 닥쳤다. 자기들끼리 동네에 다니면서 각목을 휘두르며 싸우고, 한 아이는 오토바이 사고로 숨졌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들어왔던 민성이는 교통사고로 누워 한 달 동안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다. 그렇게 5년간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거쳐간 아이들이 72명이었다. 아이들을 검정고시 학원에 보냈던 윤 목사는 아이들의 심성을 되찾아 줄 ‘영성교육’을 할 환경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마침내 오랜 서울살이를 접고 97년 4월 포천행을 결행했다. 

이곳에 들어와 함께 살며 배움터에서 공부했던 학생만 55명이나 됐다. 아이들은 배움터에서 공부도 하고, 농사일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변화해 갔지만, 오랜 습관을 바꾸지 못하고 다시 나가곤 했다. 7년 동안 함께했던 민성이가 얼마 전 나갔을 때 윤 목사는 깊은 아픔을 느끼기도 했다.

새로운 삶을 시도하며 이렇게 가슴이 멍들기도 했던 윤 목사는 지난해 부인과 함께 90여일 동안 인도의 수도원 ‘참새의 둥우리’ 등에서 영성을 체험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더는 여행에 대한 갈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성이도 자신처럼 ‘나를 찾아’ 떠났다고 믿고 있다.

이런 진통 속에서도 이제 탈북자들도 받아들여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윤 목사의 얼굴이 배움터의 10대 아이들만큼이나 밝다.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한 아들 용희도 이 아이들과의 삶에 동참했다. 배움터의 아이들은 윤 목사로 인해 하나님의 은총을 체험하고, 그는 그 아이들로 인해 하나님의 은총으로 빛난다. ‘함께하는 삶’이 은총을 배가시키고 있다. (031)536-2208. 포천/ 글·사진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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