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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순례기

히말라야에 최악의 물폭탄

등록 2010-08-06 22:49

방금 인도 히말라야 다람살라에서 청전 스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청전 스님과 제가 불과 10여일 전까지 한달간 누비고 다니고 돌아온 뒤 <라다크 잔스카르 순례기>에 쓰고 있는 라다크에 대형 재난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레 시내 한가운데 있는 옛 라다크왕궁이 산 위에 보인다.

현지인들의 표현에 따르면 어제(5일) 밤 갑자기 하늘이 갈라지더니, 하늘에서 폭포가 쏟아져 세상이 물 바다가 됐다는 것입니다.

원래 라다크는 비가 내리지않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설산을 제외하고는 모든 땅이 사막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 사막같은 곳에 흙으로 지은 흙집들에서 살아가고 있고, 흙과 모레 자갈길을 내서 사람들이 다니고 있는 곳입니다. 

 

 

몇년에 한번씩 비가 내리더라도 단 몇방울 내리고마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제 밤 유래가 없는 물폭탄이 쏟아진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현상이 해발 3천~6천미터가 대부분인 레 인근 지역까지 미친 것입니다.

 

라다크는 방대한 지역에 10여만명의 사람들이 사는 ‘작은 티베트’입니다. 라다크의 중심도시인 레에만 인구가 집중돼 있고 다른 지역의 인구밀도는 지극히 낮습니다. 레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군의 읍과 면소재지의 중간 정도의 크기입니다. 그런데 레와 그 인근에서 이렇게 집중호우가 쏟아져 많은 피해를 냈다는 것입니다.

    

레에서 만났던 틱세사원의 롭상 세랍 스님(위)과 출팀 잠파 스님(아래)

                   비가 오지않아 사막화한 산에 낸 길들

현재 레 인근 사찰 스님들에 따르면 레에서 찾아낸 주검만 60여구이며, 물에 떠내려가 행방불명된 사람이 200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라다크공항은 폐쇄된 상태가 대부분의 길마저 끊겨서 구호활동도 제대로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불과 10여일 전까지 만났던 지상에서 가장 맑았던 선한 사람들, 레 인근 티베트사찰의 스님들, 레 게스트하우스에서 친절하게 대해주던 할머니 할아버지는 무사하신지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라다크는 워낙 인도 히말라야에서도 오지라 외신에서도 제대로 파악이 되지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다크는 옛 티베트 구게왕국 땅이면서도 2차대전 이후 인도령으로 남아 현재 중국의 지배하에 있는 티베트와 달리 티베트불교의 유산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인류문화의 보고입니다. 그곳에 이런 폭우가 내렸다면 티베트불교 고찰들도 피해를 입지않았을 지 우려가 됩니다.

또 라다크 지역엔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도 티베트의 향기를 찾아 오는 곳입니다. 그들이 레에서 고립되고, 또 폭우로 인해 인명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적지않습니다.

청전 스님도 애초 라다크 순례를 7월 중순부터 할 계획이었습니다. 제가 일정을 당길 것을 요구해 6월말부터 순례를 해서 7월말에 끝냈기에 망정이지 라다크 지역 순례 도중이었다면 저나 청전 스님도 이 재난을 피하지 못했거나 길이 끊긴 지역에 갇혔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입니다.

지구 최고의 오지에서 문명에 물들지않은 채 살아가는 이들이 겪은 자연 재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글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인도오지기행>(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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