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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풍산개는 버림받았다, 반환이든 파양이든

등록 2022-11-16 07:00수정 2022-11-17 00:56

[애니멀피플]
양육비·법 개정 논란에 곰이·송강이 복지 논의는 뒷전
“사람과 교감 중요한 개의 특성상 동물원 사육 부적절”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르다 정부에 반환한 풍산개 두 마리, 곰이(암컷·오른쪽)와 송강(수컷·왼쪽)이. 둘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것으로 문 전 대통령이 키우다 최근 정부에 반환한 뒤 경북대 부속 동물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2022년 11월10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르다 정부에 반환한 풍산개 두 마리, 곰이(암컷·오른쪽)와 송강(수컷·왼쪽)이. 둘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것으로 문 전 대통령이 키우다 최근 정부에 반환한 뒤 경북대 부속 동물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2022년 11월10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기르다 정부에 반환한 풍산개 ‘곰이’, ‘송강’이가 광주 우치동물원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려동물인 개를 국가 정상이 선물로 주고받고, 이를 국가기록물로 관리하는 과정에서 동물 복지에 대한 고려와 논의는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광주 우치공원(동물원) 관리사무소는 대통령기록관이 곰이와 송강의 새끼를 입양한 서울, 인천, 대전, 광주시와 시가 운영하는 동물원에 부모견의 인수 의사를 물었다고 밝혔다. 우치동물원은 수용 의사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광주시가 운영하는 우치동물원은 곰과 송강의 새끼인 ‘별’을 2019년 8월 ‘위탁’ 형식으로 데려와 키우고 있다. 우치공원 관리사무소는 대통령기록관이 최종 결정을 내리면 5~7일의 준비기간을 거쳐 개들을 넘겨받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만나고 있다. 당시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만나고 있다. 당시 청와대 제공

‘풍산개 파양’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지난 7일 이후 일주일 만에 개들의 거처가 정해지는 수순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개들의 복지 논의는 뒷전인 상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시행령 개정, 250만원 규모의 관리비를 포함한 위탁협약 문제, 정치권의 각종 말싸움만 도드라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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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개에겐 책임있는 반려인이 필요하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14일 “이 시대 국민정서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현재 정치권의 동물학대 구태를 개탄한다”면서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법 개정을 통해 논란이 된 풍산개 2마리와 기존 대통령기록물로 동물원에서 키우고 있는 개들을 가정으로 입양 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의 지적처럼 문재인 대통령 재임 당시 태어난 풍산개들은 모두 13마리로 그 중 12마리가 동물원이나 지자체 기관에서 사육되고 있다. 우치동물원에서 지내고 있는 별을 비롯해 2018년 11월 곰과 송강이 사이에서 태어난 산, 햇님, 들, 달, 강은 현재 서울(서울대공원), 인천(인천대공원, 연평도 평화안보수련관), 대전(대전오월드) 등에서 사육되고 있다.

2018년 11월 곰이, 송강이에게서 태어난 강아지 6마리는 현재 서울, 인천, 대전, 광주의 동물원 등에 나뉘어 사육되고 있다.
2018년 11월 곰이, 송강이에게서 태어난 강아지 6마리는 현재 서울, 인천, 대전, 광주의 동물원 등에 나뉘어 사육되고 있다.

6마리 중 햇님, 들이 2마리를 제외한 4마리는 모두 동물원에서 전시 형태로 사육되고 있다. 개들은 다른 동물원 동물들처럼 전시되며, 사육사들이 시간이 될 때 산책을 시키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견사 안에서 혼자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문 전 대통령의 반려견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7마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름, 다운, 강산, 봄, 여름, 가을, 겨울 7마리는 고성 통일전망대, 순천만국가정원, 오산 반려동물테마파크 등으로 각각 흩어졌다.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던 다운이만 청와대에 남았다가 양산 자택으로 함께 내려갔다. 다운이는 애초 대통령기록관과 문 전 대통령 비서실 사이에 작성된 협약서에는 위탁 대상으로 포함이 됐었으나 곰이, 송강이가 ‘대통령기록물’로 반환된 뒤 부견(마루)이 다르다는 이유로 대통령기록물에 포함되지 않아 현재까지 양산에 머무르고 있다.

국가기록물이라는 이유로 반려동물인 개를 물건처럼 취급하는 행태를 향한 동물단체의 비판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8월 곰이가 낳은 강아지 6마리의 분양 공고가 나오자, 녹색당은 “곰이와 송강이가 남북평화의 염원을 담은 상징적인 존재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인간과 교감하고 사적인 관계를 맺는 ‘개’의 본성을 고려하면 강아지들을 동물원에 보내는 것은 반생명적이고 반동물권적”이라고 비판했다. 동물이 물건으로 간주돼 내쳐지는 상황은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변함없이 반복되고 있다.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당시 북쪽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곰이’(왼쪽)와 ‘송강’(오른쪽). 당시 청와대 제공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당시 북쪽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곰이’(왼쪽)와 ‘송강’(오른쪽). 당시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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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동물원행, 유기와 마찬가지

전문가들은 사람과의 유대가 중요한 개의 특성상 동물원 사육은 적절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권혁호 수의사는 “곰이 송강이는 이미 반려견으로서 사람과 지내며 교감을 나눈 동물이다. 갑작스러운 동물원 생활은 풍산개들에게 유기와 비슷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올어바웃트레이닝(AAAT)이순영 대표 또한 “개를 기관에서 관리한다는 것은 거주 환경과 관리자가 자주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개에게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개의 복지 수준은 관리하는 사람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전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동물은 물건이 아님’을 규정한 민법 개정안은 이 문제를 해결할 핵심적인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가 정상간 ‘동물 선물’ 금지 △풍산개 가정 입양 추진 △국가 소유의 특수목적견(군견, 경찰견, 마약탐지견 등) 예우 개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안 통과 등을 촉구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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