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견협회가 지난달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앞 도로변에 유기한 도사견들이 약 일주일 만에 동물보호단체 보호소로 옮겨졌다. 동물보호단체 유엄빠 제공
대한육견협회가 정부와 국회의 ‘개 식용 금지 특별법’ 추진에 반발하며 정부세종청사 앞에 유기한 개들이 일주일 만에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됐다.
7일 동물권행동 카라, 케이케이나인(KK9) 레스큐 등 동물단체는 지난달 30일 대한육견협회 등 육견업자들이 유기한 도사견 11마리를 다섯 개 단체에서 나누어 보호하게 됐다고 밝혔다. 개들은 지난 30일 도로변에 유기된 이후 세종시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졌으나, 이후 육견협회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반납을 주장하자 동물단체가 구조에 나서게 된 것이다.
카라 전진경 대표는 “육견협회는 살아있는 동물을 집회, 시위 도구로 동원하고 고의로 거리에 유기했다. 이미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지자체가 동물보호센터로 옮겼지만 뒤늦게 소유권을 주장하며 개들을 돌려받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육견업자들에게 개들이 돌아가게 되면 다른 ‘식용 개’들처럼 잔인한 방식으로 도살될 것이 명백해 단체들이 구조를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11마리의 개들은 동물권행동 카라, 유엄빠, 케이케이나인 레스큐, 행강, 코리안독스, 위액트 등 단체에서 나누어 구조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현행 동물보호법은 유실·유기동물, 피학대 동물이 발생하면 학대행위자로부터 격리하고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피학대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동물에 대한 사육계획서를 제출하고, 보호 기간에 발생한 비용을 부담하면 사육자에게 동물을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단체들은 육견협회가 개들을 도로변에 유기한 것은 단순한 유실과 다르며 ‘사육 포기 동물’에 해당한다며 지자체에 기증을 요청했고, 세종시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한편 도사견들은 세종시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진 뒤에도 거리에 유기된 상태 그대로 좁은 뜰망 안에 5일 넘게 갇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된 개들은 몸무게 50㎏이 넘는 대형견으로 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장소를 따로 마련하지 못하고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들은 수일간 철망 안에 갇혀 운동이나 배변 활동을 하지 못해 동물단체의 구조 당시 두 마리는 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현재는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전진경 대표는 “개들은 5일간 적당한 수면이나 음수, 취식 등을 못해 탈진 상태로 구조됐지만, (동물단체)보호소에 도착해서는 여느 반려견과 마찬가지로 사람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라에서 구조한 두 마리의 개는 ‘바람’과 ‘햇빛’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곧 입양이 추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육견협회가 정부세종청사 앞에 개를 내려놓고 ‘개 식용 금지 특별법’ 제정 반대 목소리를 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앞서 대한육견협회·대한육견연합회·대한육견상인회 등은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를 벌이며 차에 싣고 온 개들을 풀겠다고 항의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다. 이날 용산에는 트럭 10여 대에 개 100여마리가 실려 왔으나 경찰의 제지로 개들은 차량에만 있었다.
그러나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에 도사견 11마리가 유기됐다. 이들은 지난 5월에도 동물을 동원한 집회를 벌이려고 했으나 서울행정법원이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어 실제로 집회를 하지는 못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