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반려동물

‘합방’의 기쁨, 겪어본 사람만 안다

등록 2018-11-23 20:23수정 2018-11-23 20:41

[토요판] 박현철의 아직 안 키우냥
28. 다시 ‘합방’

집사의 출근을 방해하는 라미.
집사의 출근을 방해하는 라미.
집사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을 하나 꼽는다면, 고양이와 함께 잠들고 일어나는 일이다. 평소엔 집사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고양이가 먼저 다가와 품 속으로 파고들면, 그래서 뜨끈한 온기가 전해오면 온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도 마찬가지. 집사의 다리 사이에서 똬리를 틀고 잠든 고양이는 출근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이렇게 좋은 걸, 두 고양이들과 함께 살면서도, 1년 넘게 누리지 않았다. 2017년 1월께, 라미와 보들이가 연달아 장염을 앓고 집안 곳곳에 ‘똥테러’를 저지른 뒤부터 잠잘 땐 고양이들과 ‘각방’을 썼다. 똥테러 걱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함께 잠들면 각자가 뒤척일 때마다 서로 잠을 깬다. 생후 4~5개월을 지나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뿜어내는 털도 한 이유였다. 지난 여름 극심한 무더위 탓에 마루에서 함께 잔 적은 있지만, 침대와 이불이 있는 안방은 오랫동안 고양이들에겐 금단의 영역이었다. 그랬는데… 새 집사가 온 뒤부터 안방을 향한 두 녀석들의 ‘집념’이 낮밤을 가리지 않았다. 방문이 열리면 라미는 잽싸게 안방으로 뛰어들어 갔다. 그런 라미를 붙잡고 못 들어오게 하면서 안방을 드나드는 것도 꽤나 번거로웠다. 보들이는 아침에 유독 안방에 집착했다. 방문을 긁다가 두드리다가 “이이이잉” 하고 울기도 했다.

“못 들어오게 하니까 더 집착하는지도 몰라.” 고양이와 ‘합방’ 경험이 없는 새 집사는 사실 고양이들보다 더 합방을 하고 싶어했다.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중이었고, 보들이가 털을 찌우는 시기였다.(그래서 털 뿜뿜이 덜했다) “그래, 모두가 원하는데, 같이 자자.”

예상대로 침대에 오른 고양이는 ‘사랑스러움 포스’가 엄청났다. 보들이는 ‘골골송’을 불러가며 좀처럼 하지 않던 ‘꾹꾹이’(고양이가 앞발을 오므리고 펴며 꾹꾹 누르는 행동)를 선보였다. 헌 집사 다리 사이에 누웠다가 새 집사 배 위에 올랐다가… 자기도 신났는지 침대 구석구석을 탐험하고 뒤집고 또 거기서 잠들었다.

평소엔 천방지축, 차분히 있질 못하는 라미도 침대에서는 얌전한 고양이로 변신했다. 보들이보다 추위를 더 타는 라미는 아예 이불 속에서 잠들었는데 그게 또 합방의 하이라이트였다. 라미가 겨드랑이로 파고들거나 옆구리에 바짝 붙어 잠들면 뜨거운 온기(고양이 체온은 39도다)가 전해왔다. 꼼지락거리는 라미를 만지고 있자니 아깽이 시절 생각이 났다.

두 고양이와의 합방의 기쁨은 극세사 이불에 촘촘히 박힌 보들이 털이나 화장실에서 묻혀 온 라미의 발바닥 먼지를 잊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 기쁨을 처음 맞본 새 집사는 “이 좋은 걸 왜 지금까지 하지 않았냐”며 “이제 다시는 각방 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물론 그 공언이 언제까지 지켜질지 장담할 순 없다. 곧 날이 더 추워질 텐데 언제까지 안방문을 열어 놓고 잘 수 있을지.(냥이들 화장실 가야 하기 때문에 합방하려면 열어두고 자야 한다) 곧 겨울 지나고 또 봄이 올 텐데, 털갈이 시즌을 맞은 보들이의 털 뿜뿜을 참아낼 수 있을지.

박현철 서대문 박집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지구 어디에나 있지만 발견 어려워…신종 4종 한국서 확인 1.

지구 어디에나 있지만 발견 어려워…신종 4종 한국서 확인

뱁새의 억울함을 아시나요 2.

뱁새의 억울함을 아시나요

속임수 쓰는 돼지 봤어?…우리가 몰랐던 돼지의 인지능력 3.

속임수 쓰는 돼지 봤어?…우리가 몰랐던 돼지의 인지능력

입술로 털에 붙은 기생충 고르다가…인류는 키스를 시작했을까 4.

입술로 털에 붙은 기생충 고르다가…인류는 키스를 시작했을까

사살 포상금 걸린 ‘K사슴’ 고라니…공존할 길은? 5.

사살 포상금 걸린 ‘K사슴’ 고라니…공존할 길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