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연말인데, 덕담 한 마디 안 되겠냥

등록 2018-12-14 19:47수정 2018-12-16 14:17

[토요판] 박현철의 아직 안 키우냥
29. 네 동거인·묘가 쓰는 롤링페이퍼
보들이(왼쪽)와 라미
보들이(왼쪽)와 라미
2018년도 다 끝나간다. “연말엔 뭐니뭐니 해도 롤링페이퍼”라는 새 집사의 권유에 따라, 네 동거인·동거묘가 롤링페이퍼를 써보기로 했다. 순서는 헌 집사가 맘대로 정했다.

라미가 헌 집사에게

이런 걸 또 왜 하는 거냐. 같이 산 지도 이제 2년이 넘었는데, 이런 거 없이도 알아서 잘할 때가 되지 않았냐.

요즘 들어 “라미 넌 왜 바뀌지가 않냐”는 식의 잔소리가 늘어난 것 같다. 고양이와 산다는 건 평생 한 살짜리 아이랑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잊은 거냐. 초심으로 돌아가라.

늘, 언제나, 나와 보들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부족한지, 놀아주는 시간이 줄어들진 않았는지를 잊지말고, 한 살짜리 아이 키우듯 해주길 바란다. 구체적으로 하나 말하자면, 저번에 사주려다 품절로 못 산 동결건조 사료, 이제 들어왔을 테니 얼른 주문해 주길 바란다.

헌 집사가 보들이에게

아직도 여전히 헌 집사와 내외하는 보들아, 뭐가 그리도 부끄러운 것이냐. 아침에 일어나면 반갑다고 뒤집고 엉덩이 부비부비하면서 퇴근 뒤에 만나면 왜 아는 척도 안 하는 것이냐. 난 아직도 니 속을 모르겠다. 지난 겨울엔 무릎 위로 올라와 잠도 자고 하더니 왜 올 겨울엔 올라올 생각을 안 하는지도 궁금하다.

성질 급한 라미에게 밀려서 밥도 간식도 늘 라미가 다 먹고 나서야 먹는 보들아, 그럼에도 한 해 동안 어디 한 곳 아픈 데 없이 잘 살아줘서 고맙다. 환절기에 털 좀 뿜고, 입맛 좀 까다로워져도 괜찮으니 아프지 말고. 바라건데,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조금만 더 내색해주길 바란다.

새 집사가 널 만지는 것도 다 좋아서 그러는 것이니 너무 화들짝 놀라거나 몹쓸 게 묻은 것처럼 침 묻혀서 닦아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보들이가 새 집사에게

만지지 말라옹. 정말 좀 만지지 말라옹. 왜 그렇게 날 못 만져서 안달이냐옹. 다른 거 할 말 없다옹. 제발 만지지 말라옹. 좋아서 그러는 거 다 아니까, 만지지 말라옹. 진짜 부탁한다옹.

새 집사가 라미에게

사랑하는 라미에게. 사실 이만큼이나 네가 좋아질 줄은 몰랐어. 막연히 ‘예쁘다’고만 생각했던 예전과 달리, 가족이 되니 너에 대해 훨씬 많은 종류의 감정이 생기더라고. 갑자기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거나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면 걱정이 되고, 내가 아무렇게나 놔둔 비닐을 씹어 먹고 토라도 하면 어찌나 미안한지 몰라.

슬그머니 다가와 앉아서 “야옹~” 하고 바라 볼 때나, 극세사 잠옷에 파고 들 때, 새로운 간식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할 때, 보들이한테 냥펀치 맞고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볼 때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러워.

양치질이며 물주고 밥주기, 화장실 청소 등 모든 면에서 여전히 서툰 나를 배려해주는 것도 나는 다 알고 있어. 헌 집사가 양치해줄 때보다 얌전히 있어준다거나, 물을 너무 많이 넣어서 싱거운 캔통조림도 잘 먹어주는 것 같은 배려 말이야. 네가 있어 매일이 행복해. 나의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 라미야. 그러니 건강만 하렴, 보들이도!

박현철 서대문 박집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에헴” 지팡이 짚고 선 담비는 지금, 영역표시 중입니다 1.

“에헴” 지팡이 짚고 선 담비는 지금, 영역표시 중입니다

학대 피해 여성들 위로한 말리, ‘올해의 고양이’ 되다 2.

학대 피해 여성들 위로한 말리, ‘올해의 고양이’ 되다

‘안락사 공지’ 명단에...그 이름이 있었다 3.

‘안락사 공지’ 명단에...그 이름이 있었다

관심 끌겠다고 물 뿌리고 물건 던지고…태국 아기 하마 ‘인기가 괴로워’ 4.

관심 끌겠다고 물 뿌리고 물건 던지고…태국 아기 하마 ‘인기가 괴로워’

꼬마물떼새, 호랑지빠귀, 등포풀…‘이젠 우리도 서울 시민’ 5.

꼬마물떼새, 호랑지빠귀, 등포풀…‘이젠 우리도 서울 시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