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농장동물

‘크와앙’ 앞발로 첫인사…사육곰 ‘곰이’ 새 가족 만나던 날

등록 2020-05-12 15:31수정 2020-05-12 17:34

[애니멀피플] 전주동물원, 구출 사육곰 1년 반만에 합사 진행
지난 4월21일 전북 전주시 전주동물원에서 구출 사육곰 ‘곰이’의 합사가 진행됐다. 어미 곰 ‘반이’와의 첫 만남. 녹색연합 제공
지난 4월21일 전북 전주시 전주동물원에서 구출 사육곰 ‘곰이’의 합사가 진행됐다. 어미 곰 ‘반이’와의 첫 만남. 녹색연합 제공
2014년 동해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태어난 ‘곰이’. 반달가슴곰 곰이는 흙 대신 콘크리트 바닥을 밟고, 나무를 타는 대신 철창에 매달려 5년을 살았습니다. 좁은 사육장 안을 빙빙 돌거나, 구석에 앉아 시간을 보냅니다. 한 해에 함께 태어난 친구들이 있지만, 철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냄새나 겨우 맡을 수 있을 뿐입니다.

철창 너머 다른 삶을 꿈꿔보지도 못했을 곰이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2018년 12월7일, 시민 3639명의 힘으로 사육곰 농장에서 구출되었습니다. 웅담채취용 사육곰에서 ‘곰이’라는 이름을 얻어 전주동물원에서 두번째 삶을 시작했습니다.

_______
1년 5개월만에…조심스런 합사

곰이가 1년5개월 만에 새 친구들을 만난다는 소식에 4월21일 녹색연합 활동가들도 전주를 찾았습니다. 예민한 성격의 곰이는 청주동물원에서 보호 중인 구출 사육곰 반이, 달이, 들이보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그러한 곰이를 배려해 전주동물원에서는 합사를 서둘러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2018년 구조된 ‘곰이’는 1년 5개월만에 다른 곰들과의 합사가 진행됐다. 녹색연합 제공
2018년 구조된 ‘곰이’는 1년 5개월만에 다른 곰들과의 합사가 진행됐다. 녹색연합 제공
새로운 환경에 충분히 적응한 후 새 친구들을 만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함께 지낼 곰들과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얼굴 마주보기, 내실 교체, 교차 방사 등 서로에게 익숙해진 후 합사를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곰이와 함께 지내게 될 곰은 엄마 곰 ‘반이’와 쌍둥이 딸 ‘아웅이’, ‘다웅이’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휴장 중인 전주동물원의 허가를 받고 합사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관람객이 없는 동물원은 고요했지만, 곰이가 있는 반달가슴곰사는 매우 분주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소독을 마친 활동가들을 반겨준 곰이는 작년보다 더 건강하고 활발한 모습입니다. 곰이가 울타리나 철창이 없이 다른 곰을 만나는 건 처음입니다.

배후방사장 합사에 성공한 곰이는 야외방사장으로 나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녹색연합 제공
배후방사장 합사에 성공한 곰이는 야외방사장으로 나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녹색연합 제공
새끼 곰들과 함께 지내는 엄마 곰은 보호 본능으로 인해 더 예민해집니다. 곰이도 성격으로는 밀리지 않기 때문에 엄마 곰과의 첫 만남이 잘 성사되어야 합니다. 서열 정리를 위해 싸우다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있고, 첫 합사가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여러 돌발 상황을 대비해 모든 사육사와 수의사가 만반의 준비 중이었습니다.

_______
어미 곰과의 신경전에 긴장감 ‘팽팽’

배후방사장과 연결된 내실의 문이 열리고 엄마 곰 ‘반이’가 들어옵니다. 곰사를 맴도는 긴장감. 서로를 조심스럽게 탐색합니다. 냄새를 맡으며 서서히 거리를 좁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립니다. 서로 탐색하고, 견제하는 당연한 행동이라고 합니다. 또래보다 몸집이 작은 곰이가 밀리지 않을까 했는데 팽팽합니다.

처음 만난 ‘반이’와 곰이는 두 발로 일어나 싸울듯 위협하기도 했지만 큰 다툼 없이 무사히 합사가 이뤄졌다. 녹색연합 제공
처음 만난 ‘반이’와 곰이는 두 발로 일어나 싸울듯 위협하기도 했지만 큰 다툼 없이 무사히 합사가 이뤄졌다. 녹색연합 제공
곰이는 2014년생, 엄마 곰 반이는 2005년생입니다. 곰이가 더 어리고 힘도 좋을 때라서 서열 1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두 곰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사육사와 수의사의 눈이 매섭습니다. 너무 가깝게 붙어 서로를 위협하면 “쉭!” 입으로 크게 바람 소리를 내 떨어뜨립니다.

두 곰의 상태를 살피며 아웅이와 다웅이를 차례로 배후방사장으로 내보냅니다. 엄마 곰이 있어서인지 딸 곰들은 편안해 보입니다. 엄마 곰이 무사히 합사하면 딸 곰들의 합사는 비교적 수월하다고 합니다. 배후방사장을 누비고, 해먹에 올라 장난을 치다 떨어지는 아웅이, 다웅이의 활달한 모습에 긴장된 마음이 잠시 풀립니다.

_______
드디어 흙 밟고, 나무 타는 곰이

곰이가 내실을 오가며 물도 마시고, 사료도 먹습니다. 긴장되면 물도 마시지 않는다는데 곰이가 이 상황을 비교적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습니다. 배후방사장에서의 합사가 무사히 진행되자 야외 방사장에서의 합사를 진행합니다. 역시 아웅이와 다웅이는 뛰어노느라 곰이에게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곰이와 엄마 곰 반이가 서로를 맴돌며 견제합니다. 두 발로 일어나 싸울 듯이 서로를 위협하기도 하지만,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합사라고 합니다. 혹시나 크게 싸우기라도 할까 지켜보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났습니다.

야외 방사장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며 싸우지는 않는지, 잘 지내는지 사육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합사 훈련이 계속된다고 합니다. 서로에게 잘 적응할 것이라는 사육사님과 수의사님 말에 그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곰이는 야외 방사장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며 합사훈련을 받게 된다. 녹색연합 제공
곰이는 야외 방사장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며 합사훈련을 받게 된다. 녹색연합 제공
생태동물원, 동물을 위한 동물원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전주동물원의 곰사는 자연에 가깝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흙이 깔린 넓은 땅에서 뛰고, 웅덩이에서 더위를 식히고, 나무를 타고, 바위 굴에서 쉬기도 할 곰이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하지만 아직 전국 30개 농장에 400여 마리 웅담채취용 사육곰이 남아있습니다. 웅담을 빼내기 위해 길러지고 있는 이 곰들은 나날이 열악해지는 사육환경에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_______
갇힌 곰 400마리 아직 농장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야생동물을 인간의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소비해 왔던 우리의 문화를 돌아보게 됩니다. 웅담채취를 위한 곰 사육이 합법인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뿐입니다. 인간의 잔인함이, 정부의 무책임함이 만들어낸 사육곰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 관심들이 모여 더 많은 사육곰을 구출하는 날, 그들이 남은 생을 안전하고 건강히 보호받을 수 있는 시설이 만들어지는 날, 이 잔인하고 부끄러운 사육곰 산업이 끝나는 날이 머지않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글·사진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에헴” 지팡이 짚고 선 담비는 지금, 영역표시 중입니다 1.

“에헴” 지팡이 짚고 선 담비는 지금, 영역표시 중입니다

학대 피해 여성들 위로한 말리, ‘올해의 고양이’ 되다 2.

학대 피해 여성들 위로한 말리, ‘올해의 고양이’ 되다

꼬마물떼새, 호랑지빠귀, 등포풀…‘이젠 우리도 서울 시민’ 3.

꼬마물떼새, 호랑지빠귀, 등포풀…‘이젠 우리도 서울 시민’

관심 끌겠다고 물 뿌리고 물건 던지고…태국 아기 하마 ‘인기가 괴로워’ 4.

관심 끌겠다고 물 뿌리고 물건 던지고…태국 아기 하마 ‘인기가 괴로워’

‘안락사 공지’ 명단에...그 이름이 있었다 5.

‘안락사 공지’ 명단에...그 이름이 있었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