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버드파크 공사현장.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또 다른 인수공통감염증의 위험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경기도 오산시가 시민들이 오가는 시 청사 안에 실내 체험동물원을 만들어 논란을 빚고 있다.
오산시는 오는 10월 개장을 목표로 현재 시청 민원실을 증축해 자연생태체험관(이하 오산 버드파크)을 짓고 있다. ‘오산 버드파크’는 오산시가 2018년 11월 민간기업인 ㈜오산버드파크와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민원실 옥상에 4개 층을 증설해 조성하는 동식물 체험 학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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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민원실 옥상에 웬 소형 동물원
오산시와 오산버드파크 등을 취재한 결과, 3일 현재 체험관은 건물 증축 등이 거의 완료돼 10월 말~11월 초 개장을 앞두고 있다. 총 4개의 테마관으로 운영될 체험관에는 조류가 20%, 소형포유류와 파충류가 30%, 식물이 40% 비율로 전시될 예정이다. 오산시는 생태체험관이 시 청사 야외에 설치된 자이언트 트리 등과 연계된 ‘개방형 청사’ 개념으로 시민에게 공공시설을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오산버드파크 황성춘 대표는 “마릿수가 많은 물고기를 제외하고 조류 및 소형 동물 400~500종이 전시될 예정이다. 조류는 200~250수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전시될 동물 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검역이 강화돼 유동적일 것 같다. 소형 포유류의 경우 프레리도그, 사막여우, 바위너구리 등 교육 목적에 맞는 동물을 들여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카라는 “경주 버드파크 현장 점검에서 관람객이 아무런 제지없이 앵무새에 접촉하거나 상처입은 돼지, 정행행동을 보이는 펭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황성춘 대표는 경북 경주 보문단지에서 2013년부터 ‘경주 버드파크’라는 비슷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경주 버드파크는 펭귄, 앵무새, 플라밍고 등 약 250종의 조류 900마리와 어류, 파충류, 식물 3000그루 등을 전시하며 새를 직접 만지거나 먹이를 줄 수 있는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동물단체들은 오산시가 생태체험관이라는 이름 아래 동물의 생태와 복지에 반하는 시대착오적인 유사 동물원을 세울 발상을 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4일 ‘시청 안에 동물 전시와 체험이 왜 필요한가’라는 성명을 내고, 오산시가 짓고 있는 자연생태체험관이 ‘또 하나의 동물 감옥’이 될거라며 해당 사업을 전면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라는 논평에서 “이미 세계는 야생동물을 유리 벽에 가두는 근대적 동물원을 탈피하고 있다. 그런데 오산시는 오산 버드파크라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 결정으로 다시 수백, 수천 마리의 동물들을 철장과 유리 벽에 가두고 오락거리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라 신주운 정책팀장은 “현장 점검 결과, 경주 버드파크는 동물복지를 저해하는 반생태적 시설이었다. 동물들의 건강 상태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펭귄 한 마리는 쉴 새 없이 좁은 공간을 오가는 정형 행동을 보였고, 돼지는 함께 전시된 다른 동물의 뿔에 받힌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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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논란 들끓었던 오산버드파크
오산 버드파크는 이외에도 2018년 사업 시작부터 여러 논란을 빚어왔다. 민간사업자에 대한 주차장 특혜의혹, 건축허가 전 공사 착수, 기부채납 방식의 협약 등 행정 절차상 문제와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등을 우려하는 시청 인근 주민과 시민단체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며 갈등을 빚어온 것이다.
2019년 6월 오산시청 인근 아파트 주민이 주축이 되어 ‘오산버드파크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오산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4대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당시 제기되었던 의혹은 △10억 시비가 투여된 사업을 공모로 진행하지 않은 점 △오산 버드파크 주소가 시청사로 되어 있는 점 △버드파크 건설 시기와 맞물린 오산시청 주차장 확장 △적자 운영시 시비 투입 여부 등 이었다. 해당 내용은 공사 시작 전부터 오산시와 오산시의회가 뜨겁게 대립하며 논쟁을 벌여온 사안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도 오산시는 절차상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지난해 10월 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던 것이 오산시와 오산버드파크가 맺은 MOU가 ‘불법 기부채납 논란’으로 불거지며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정리하자면, 오산 버드파크 사업은 민간기업인 ㈜오산버드파크가 약 75억원(시비 포함 총 사업비 85억)을 투입해 앵무새 활공장과 조류관 등을 갖춘 새 체험 학습장을 짓고, 최대 20년간 운영한 뒤 시설(건물)을 시청에 기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오산시의회는 올 초부터 이 같은 협약이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운영기준’에 어긋난다고 지적해왔다. 2016년 행정안전부가 고시한 운영기준에는 기부자가 시설 전체의 운영권을 요구하는 것은 ‘조건부 기부채납’에 해당해 지방자치단체장이 기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행안부도 지난 6월 오산시의회의 질의에 “기부채납 시 무상사용·수익허가 조건과 달리 운영권을 요구하는 것은 기부에 조건이 붙은 경우(조건부 기부채납)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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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씨월드·삼정더파크…적자 땐 지자체에 ‘짐’
오산버드파크가 시설을 운영하는 게 ‘운영권’이나 ‘무상사용’이냐는 논란은 사실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수 있다. 이미 국내 여러 지자체는 오산버드파크의 기부채납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협약으로 민간사업자가 건물, 동물 등을 지자체에 투자하며 일정 기간 운영권을 갖은 뒤 지자체에 귀속시키는 방식의 동물체험·수족관들을 운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유사 동물원들이 경제적으로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동시에 동물학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경남 거제시 테마파크 ‘거제씨월드’에서는 돌고래를 타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다. 사진 거제씨월드 누리집 갈무리
경남 거제씨월드, 부산 삼정더파크,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등이 대표적이다. 경주 버드파크도 기부채납 방식이다. 지난 6월 돌고래·벨루가 라이딩 체험으로 논란을 일으킨 거제씨월드는 시유지를 무상으로 받으며, 시설과 돌고래 등을 기부하는 조건으로 18년간의 운영권을 보장받았다. 2014년 개장 당시 연간 270억의 매출과 주민 140여 명의 고용창출을 선전했지만, 성과는 그에 한참 못 미친 30억 원 수준이었다.
게다가 개장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9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해 ‘죽음의 수족관’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2015년에는 이미 거제시에 기부채납한 큰돌고래를 다른 나라로 반출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돌고래의 등에 타고 수조를 돌고, 서프보드처럼 타는 유료체험이 동물학대 논란을 일으키며 전국민적인 폐쇄 여론까지 일었다. (
▷관련기사/‘돌고래 서핑’부터 국적세탁까지…거제씨월드가 빚은 논란들)
부산 유일 동물원으로 6년간 운영됐던 삼정더파크도 지난 4월 우여곡절 끝에 폐업했다. 더파크는 설립 때부터 시공사가 세차례나 바뀌고 공사가 중단되는 등 여러 어려움 끝에 2014년 개원했지만, 누적된 적자에 시행사가 폐업하고 부산시도 동물원 매수를 거부해 현재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
▷관련기사/부산 유일 동물원 더파크, ‘닭갈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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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전염병 위험” vs “어린이 위한 공공시설”
동물권단체들은 공통적으로 오산 버드파크 같은 실내 체험동물원이 동물의 생태를 고려하지 않는 감금시설이며, 관람자인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4월에는 국내 실내동물원 두 곳에서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동물들이 폐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기사/[단독] 국내 실내동물원서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실내 체험동물원의 위험성을 지적해온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실내 체험동물원의 결핵 폐사 사례는 무너진 동물원 관리 시스템에 적색경보가 울린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미지의 팬데믹인 ‘질병-X’ 가 거론되는 시기에 동물에게 고통이 될 뿐 아니라 공중보건에 위험을 초래하는 체험동물원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수도권의 한 실내동물원에서 사육사가 관람객들에게 코아티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곳에서 사육되던 코아티 한 마리에서 인수공통감염 병원체인 ‘미코박테리움 보비스’ 양성 판정이 나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오산버드파크 황성춘 대표는 오산시 자연생태체험관이 그동안 논란을 일으킨 다른 실내 체험동물원과는 다른 시설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황 대표는 “아직 개장도 하기 전에 감금시설이라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오산 버드파크는 새와 동물만 전시하는 곳이 아니다. 수천 종의 식물을 함께 심어 새들이 활공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어느 전시시설보다 깊고 넓은 수족관을 짓고 있다. 동물의 생태에 맞는 환기, 일조량, 공간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애초 오산시에 이 사업을 제안하게 된 계기는 오산시 어린이들이 제반 시설이 없어 모두 용인으로 가야만 한다는 이야길 들었기 때문”이이며 “시 청사의 옥상 유휴공간을 새롭게 꾸며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동물을 접함으로써 사람뿐 아니라 동식물이 모두 행복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