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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야생동물

호주 산불의 악몽 딛고…코알라 ‘애쉬’가 태어났다

등록 2020-06-03 15:20수정 2020-06-03 17:47

[애니멀피플] 새끼 코알라의 첫 세상 구경
어미의 주머니(육아낭)에서 고개를 쳐 든 코알라 애쉬.
어미의 주머니(육아낭)에서 고개를 쳐 든 코알라 애쉬.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어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남동부 산불의 가장 큰 피해자는 동물이었다. 그중에서도 나무에 붙어서 꼼짝 않는 특성을 가진 코알라는 전체 개체 수의 3분의 1 정도가 불에 타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 사람들은 시드니 근처 한 야생공원에서 태어난 코알라 새끼의 모습을 보며 상처를 잊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파충류공원은 3일 “올해 첫 코알라가 태어났다. 호주 토종 야생생태계의 희망적인 일”이라며 이 개체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공원은 보도자료에서 “이 개체는 지난 1월 태어난 암컷”이라며 “태어나자마자 이름을 ‘애쉬’(ash∙잿더미)로 지었다. 호주 산불로 파괴된 상황에서 희망을 찾자는 뜻"이라고 밝혔다. 애쉬는 지금 5개월이 됐고, 어미 ‘로지’(Rosie)의 주머니 속에서 살고 있다. 새끼는 보통 7개월 동안 주머니 속에 사는데, 이번에 애쉬가 주머니 밖으로 머리를 꺼내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됐다. 댄 럼지 사육사는 “주머니에서 처음으로 머리를 꺼내는 엄청난 장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상은 애쉬가 일종의 이유식(팹∙pap)을 먹는 장면이다. 팹은 어미가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먹고 반쯤 소화되어 나온 배설물이다. 새끼는 어미의 항문에 입을 대고 배설물을 빨아먹는다. 이러한 행동은 독한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분해하는 장내 미생물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패핑’(papping)이라고 하는 이 행동은 코알라, 캥거루 등 유대류에서 관찰된다. 댄 럼지는 “어미 로지가 새끼 애쉬를 잘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태어난 코알라 ‘애쉬’가 어미 ‘로지’의 품에 안겨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산불로 코알라는 ‘기능적 멸종’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월 태어난 코알라 ‘애쉬’가 어미 ‘로지’의 품에 안겨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산불로 코알라는 ‘기능적 멸종’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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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는 얼마나 죽었나?

정확한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지역별로 폐사 개체 수를 추정한 결과를 보면, 호주에 사는 코알라 일부가 통째로 없어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번 산불은 호주 남동부 해안가(뉴사우스웨일즈 주)와 애들레이드 인근 캥거루섬(사우스오스트레일아 주)에서 발생했다.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 500만헥타아르가 산불에 탔다. 이곳은 코알라의 핵심 서식지로 코알라 1만5000~2만8000마리가 산다. 지난해 말 수전 리 환경부 장관은 산불 지역에 있는 코알라 개체 수의 30%가 죽었을 거라고 추정했다.

‘산불에 탄 코알라’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각인한 건 캥거루 섬에 사는 코알라였다. 원래 서식지는 아니었지만 1920년대 18마리가 도입되어 개체 수를 불렸다. 지난 1월 <가디언>은 캥거루아일랜드야생공원의 샘 미셸 공동대표의 말을 이용해 코알라 2만5000마리가 숨졌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섬에는 약 5만 마리가 사는데, 산불 규모로 보아 절반은 죽었을 거라는 게 그의 추측이었다.

산불로 코알라의 서식지 30%가 폐허가 됐다. 유칼립투스 나뭇잎만 먹고 사는 코알라의 운명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산불로 코알라의 서식지 30%가 폐허가 됐다. 유칼립투스 나뭇잎만 먹고 사는 코알라의 운명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코알라는 캥거루처럼 주머니(육아낭)에 새끼를 키우는 유대류이다. 18세기 유럽인들이 당도하면서 개체 수가 급감했다. 사냥이 쉬웠기 때문이다. 유칼립투스 잎만 먹고 살기 때문에 서식지가 고정되어 있고, 하루에 20시간 자는 ‘느린’ 코알라의 라이프스타일도 한몫했다. 유럽인들은 보드라운 코알라 털을 선호했고, 무지막지한 사냥으로 수백만 마리가 사라졌다. 현재 코알라는 호주 동부에서 남북을 따라 퀸즐랜드, 뉴사우스웨일즈,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에 서식한다. 유칼립투스 숲이 개간되고, 연이은 산불로 서식지가 단절됐다.

이번 산불 전까지 최대 10만 마리, 최소 4만3000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오스트레일리아코알라재단은 추산했었다. 하지만 이번 산불로 이 개체 수의 상당수가 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산불로 인해 코알라의 서식지 단절 현상은 더욱 심각해져 멸종을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코알라 독자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기능적 멸종’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영상∙사진 오스트레일리아파충류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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