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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행안부 지능형 CCTV 도입? 예산 확보도 수요조사도 없었다

등록 2023-02-07 08:00수정 2023-02-07 10:08

이태원 참사 재발 방지 대책
지능형 시시티브이(CCTV)를 시범운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능형 시시티브이(CCTV)를 시범운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이태원 참사 뒤 석달 만에 내놓은 재난안전 종합대책의 핵심인 지능형 시시티브이(CCTV) 전면 도입 방안이 예산 협의는커녕 수요 조사도 없이 발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내놓은 핵심 대책이 졸속으로 마련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핵심 관계자는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앞으로 수요 조사도 해야 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방침을 만들어야 한다. 지능형 시시티브이 전면 도입을 위한 재원 조달 방식도 정해진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범부처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윤석열 대통령한테 보고했다. 지능형 시시티브이 전면 도입은 종합대책의 핵심이다. 2027년까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시시티브이 전부(약 53만대 중 13만대 이미 구축)를 지능형으로 교체한다는 게 뼈대다. 당시 행안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비용 추계는 했지만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다.

“수요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행안부 관계자의 발언은 지능형 시시티브이 도입 방안의 실행력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전면 도입’의 핵심 관건은 비용 조달이고, 비용은 시시티브이의 용도와 작동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이거나 구축 예정인 지능형 시시티브이 구축비(인건비, 자재비 포함)는 1대당 평균 400만~500만원꼴이다. 이런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줄잡아 1조~2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예로 경남 김해시가 조달청에 올린 용역 공고를 보면, 27곳 106대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추정 금액)이 5억3500만원(공사비 및 자재비 등)에 이른다. 경남 진주시도 154곳 407대 설치에 드는 자재·용역비를 22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들 지자체가 구축하는 지능형 시시티브이는 일반 시시티브이 영상을 전송받은 뒤 지능형 관제시스템으로 이를 분석해 위험을 알리는 ‘선별 관제형’이다. 용도는 주로 ‘방범용’이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 같은 재난 방지를 위해선 ‘에지 컴퓨팅’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방식은 시시티브이 카메라에 탑재된 감지·분석 프로그램이 이상 징후를 포착한 뒤 관제시스템에 위험 신호를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선별 관제 방식보다 구축 비용이 월등히 비싸다. 장대원 엘아이지(LIG)시스템 재난안전관리연구소장은 “선별 관제 방식은 시시티브이마다 화질과 전송 방식이 달라 관제시스템이 제대로 분석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며 “재난 예방용으로는 선별 관제보다 에지 컴퓨팅 방식이 더 유용하다”고 말했다.

지능형 시시티브이 사업은 결국 확보 가능한 예산 수준에 따라 목표 달성 여부와 시스템 구축 방식도 달라질 공산이 높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껏 지자체 소관 시시티브이 구축은 국비가 아닌 지방비에서 충당해왔다. (국비 지원은) 행안부와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행안부 쪽은 “관계 부처 합동으로 나간 대책이기 때문에 기재부와 전혀 협의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예산 확보는 쉽지 않은 문제여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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