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힘든 불편함을 손뜨개질로 달래며 이웃 돕는 석순자씨. 옥천군 제공
“내 마음을 담은 수세미가 이재민 아픔을 깨끗이 씻어 줬으면 좋겠어.”
충북 옥천군 옥천읍 서대2리 석순자(81)씨가 21일 손수 뜬 수세미 250여장을 최근 최악의 산불 피해를 본 경북 울진 이재민에게 건넸다. 그는 옥천통합복지센터 행복나눔마켓에 설치된 뜨개질 모금함에 든 1만5천원과 쌈짓돈 10만원 등 11만5천원도 함께 기부했다.
석씨는 지난해 이곳에 수세미 등을 기부했고, 주민들은 수세미를 가져가면서 모금함에 한푼두푼 모여 20여만원을 이웃들에게 기부했다. 올해 모인 성금은 산불 이재민을 위해 내놓은 것이다.
“침대에서 누워지내느라 텔레비전이 유일한 친구인데 얼마 전 산불 피해 소식을 접하고 나도 몰래 눈물이 났어. 이재민들은 집이며, 재산이며 다 타버렸으니 속도 까맣게 탔을 거야. 내 재주로 뜬 수세미하고, 작은 성금이 그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야.”
석씨는 2012년께 두 무릎 수술을 한 뒤 움직임이 불편해져 침대 생활을 시작한 뒤로 뜨개질로 하루를 보낸다. 함께 사는 아들(45)이 실을 사다 주면 앉거나 누워서 밤낮으로 뜨개질에 매달린다.
“한코한코 뜨는 게 재미있어. 뜨개질하면 시간도 잘 가고 잡념이 사라져. 게다가 이웃을 도울 수 있으니 보람도 있고.”
석씨가 수세미, 머리띠 등을 하나 뜨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30분가량. 하루에 8~9개를 뜨니 잠자는 시간을 빼면 손에서 실과 바늘을 떨어지지 않는 셈이다. 지금까지 기부한 수세미·목도리·머리띠 등은 6천여장에 이른다. 석씨는 “뜨개질해서 남주는 게 내 취미다. 시간 잘 가고, 행복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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