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소방관도 장비 갖춰…해병대 ‘인간띠 수색’과 대조 [영상]

경북119특수대응단이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은풍면 은산리 하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거센 물살로 인해 넘어지고 있다.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해병 1사단 포병대대 소속 채아무개 상병이 수해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 수색 임무를 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지난 19일, 인근 지역에서 경북119특수대응단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갖춘 채 실종자를 수색하는 영상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가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았다”고 뒤늦게 인정한 가운데, 군당국의 ‘안전불감증’이 채 상병의 죽음을 불렀다는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경북119특수대응단이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은풍면 은산리 하천에서 서로를 줄로 묶고 장비를 갖춘 상태로 수색을 하고 있다.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21일 경북도소방본부가 제공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경북119특수대응단은 19일 오전 예천군 은풍면 은산리 하천에서 실종자 수색을 진행했다. 이들은 구조 전문가들로, 헬멧과 구명조끼를 갖춰입고 노란 색의 로프로 서로를 연결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물살이 거세 대응단이 한발을 내딛는 것도 쉽지 않아보였다. 실제로 거센 물살에 발을 헛딛거나 몸이 휘청거려 넘어지기도 했다.

경북119특수대응단이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은풍면 은산리 하천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실종자를 수색하는 모습.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영상 갈무리

군 안팎에서는 수중 수색 경험이 없는 포병대대 병사들을 집중호우 이후 바닥이 고르지 않은 모래 하천에 투입해, 구명조끼도 없이 물속을 걸어다니게 한 ‘인간띠’ 방식 수색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 소방당국이 이틀 전부터 인간띠 작전을 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군당국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이유진 기자 [e-mail]

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한겨레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채아무개 상병’으로 표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