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직군 41명 스트레스 분석
마음을 짓밟는 감정노동
⑤ 비굴 : 최선을 다해 낮아져야 한다
⑤ 비굴 : 최선을 다해 낮아져야 한다
제약사 영업직 등 41명 심리분석
83%가 스트레스 관리 상담 절실 영화 <연가시>에서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주인공은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주말에 병원 원장의 아이들을 놀이공원에 데려가고 ‘사모님’의 쇼핑 시중을 든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원장 앞에서 웃는 얼굴로 굽실거리던 그는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온 뒤 “놀이동산에 가고 싶다”는 자신의 아들딸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지난 15일 저녁 심리치유 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에 영업직군 노동자 41명이 ‘마음건강 캠페인’의 집단상담을 위해 모였다. 8월부터 진행된 감정노동자 집단상담의 네번째 자리였다. 대부분이 제약회사 영업직인 이들을 심리검사인 ‘내마음보고서’로 분석해보니 그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이들의 심신은 그 어떤 감정노동자 집단보다 피폐한 상태였다. 41명 중 상담을 필요로 하는 ‘주의’ 이상의 스트레스 수준을 보인 사람이 34명(82.9%)이나 되었다. 집단 평균 스트레스 점수는 33.1점으로 한국 직장인 평균(23.1점)은 물론 이전의 어떤 감정노동자 집단보다 높았다.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는 “참가자들은 철저하게 ‘을’의 자세가 요구되는 업무상의 특성 때문에 깊은 트라우마를 경험하며, 이것이 치유되지 않아 가족 같은 가까운 관계에서는 짜증이나 신경질적인 태도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직군의 도드라진 특징 중 하나는 ‘자기애’가 과도하게 높다는 점이었다. 정 대표는 “병리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자기애가 지나치게 높으면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실패를 반복하게 될 때 심한 불안과 우울을 경험한다”며 “무의식 속에 자기 능력과 존재에 대한 불안이 존재해 겉으로 과도하게 긍정적인 자기평가와 자기과시적인 행동을 보여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자존감을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업무적 압박감이나 초조함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였지만 “충분한 휴식이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여유가 없이 일에만 열중하면서 심리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다. “병원 원장 자녀의 공항 마중까지 가면서 영업해야 하는 상황이 힘들어 회사를 옮겼다”는 속사정이 있는 참가자들조차 집단상담 현장에서는 “더 큰 성과를 내고 싶은데 잘 안된다”거나 “나는 더 발전할 것이다” 등 주로 자기계발서에 나올 법한 ‘진취적’인 말들을 반복했다. 정혜신 대표가 “당신의 목표 말고 마음을 말해보라”고 거듭 요청할수록 그들은 말이 없어졌다. 심리분석에서는 영업직군 75.6%(31명)가 심리와 신체 모두 무너진 ‘주의’ 등급으로 나타났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83%가 스트레스 관리 상담 절실 영화 <연가시>에서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주인공은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주말에 병원 원장의 아이들을 놀이공원에 데려가고 ‘사모님’의 쇼핑 시중을 든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원장 앞에서 웃는 얼굴로 굽실거리던 그는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온 뒤 “놀이동산에 가고 싶다”는 자신의 아들딸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지난 15일 저녁 심리치유 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에 영업직군 노동자 41명이 ‘마음건강 캠페인’의 집단상담을 위해 모였다. 8월부터 진행된 감정노동자 집단상담의 네번째 자리였다. 대부분이 제약회사 영업직인 이들을 심리검사인 ‘내마음보고서’로 분석해보니 그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이들의 심신은 그 어떤 감정노동자 집단보다 피폐한 상태였다. 41명 중 상담을 필요로 하는 ‘주의’ 이상의 스트레스 수준을 보인 사람이 34명(82.9%)이나 되었다. 집단 평균 스트레스 점수는 33.1점으로 한국 직장인 평균(23.1점)은 물론 이전의 어떤 감정노동자 집단보다 높았다.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는 “참가자들은 철저하게 ‘을’의 자세가 요구되는 업무상의 특성 때문에 깊은 트라우마를 경험하며, 이것이 치유되지 않아 가족 같은 가까운 관계에서는 짜증이나 신경질적인 태도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직군의 도드라진 특징 중 하나는 ‘자기애’가 과도하게 높다는 점이었다. 정 대표는 “병리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자기애가 지나치게 높으면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실패를 반복하게 될 때 심한 불안과 우울을 경험한다”며 “무의식 속에 자기 능력과 존재에 대한 불안이 존재해 겉으로 과도하게 긍정적인 자기평가와 자기과시적인 행동을 보여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자존감을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업무적 압박감이나 초조함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였지만 “충분한 휴식이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여유가 없이 일에만 열중하면서 심리적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다. “병원 원장 자녀의 공항 마중까지 가면서 영업해야 하는 상황이 힘들어 회사를 옮겼다”는 속사정이 있는 참가자들조차 집단상담 현장에서는 “더 큰 성과를 내고 싶은데 잘 안된다”거나 “나는 더 발전할 것이다” 등 주로 자기계발서에 나올 법한 ‘진취적’인 말들을 반복했다. 정혜신 대표가 “당신의 목표 말고 마음을 말해보라”고 거듭 요청할수록 그들은 말이 없어졌다. 심리분석에서는 영업직군 75.6%(31명)가 심리와 신체 모두 무너진 ‘주의’ 등급으로 나타났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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