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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힘든 마음 드러내라, 동료 손 잡아라, 보상 요구하라”

등록 2013-12-04 21:16수정 2013-12-05 09:14

감정노동 해결의 첫발
일부 사업장 감정휴가 도입 시작
전국네트워크 꾸려 법제화 시동
■ 마음 말하기: 공감의 치유력

“그동안 무기력하고 우울한 사람은 루저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그렇다는 것을 알고 나니) 늘 혼자 죄를 짓는 듯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감정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마인드프리즘 공개상담실에 참여한 한 서비스직 노동자가 남긴 이야기다. 상담에 참여한 대부분의 감정노동자들은 웃으며 고객을 대해도 속으로 늘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리는 ‘감정부조화’ 상태에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공개상담을 진행한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는 “지금 상황은 감정노동자들이 매일 심리적인 화상을 입으면서 ‘내가 피부관리를 안해서 그렇다’고 자책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고문실이 계속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데 고문피해를 당한 사람이 혼자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해결이 될까”라고 묻는다. 또 “감정노동자들이 모여서 이야기함으로써 처음으로 자기 모멸, 자기 비난, 자책감의 틀을 깨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치유의 시작은 객관적 인식이다”고 덧붙였다.

■ 손잡기: 연대의 힘

“나만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앞으론 동료들을 돌아보고 싶습니다.” 한 감정노동자의 말처럼 동료들을 돌아보게 된다면 감정노동자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날까?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 코리아’는 2005년 노동조합을 만들고 업계 최초로 감정노동 수당 문제를 노사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이은희 로레알 코리아 노조 위원장은 “감정노동 문제를 회사가 인정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감정노동 문제해결의 첫 발”이라고 평가했다. 이성종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 정책실장은 “돈으로만 해결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로레알을 비롯 몇 곳에서 감정휴가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올해부턴 감정노동자 전국 네트워크를 만들어 법제화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감정 되찾기: 인정하고 보상하라

감정노동은 사회적 책임이다. 유럽에서는 미래 사회 건강을 위협하는 심리적 요인중 하나로 감정노동을 꼽는다. 일본은 정신질환을 산재로 인정한 건수가 2010년까지 308건인데 이중 79건이 감정노동으로 인한 산재로 추정된다. 같은 시기 한국은 정신적 산재를 인정한 건수부터가 23건밖에 불과했다.

최근 고객 서비스 연구의 흐름은 “불필요한 친절을 요구하기보다는 감정노동자에게 휴식을 주고 제대로 대우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연구팀은 2011년 “길게 줄 세워놓았을 때 고객들은 친절한 직원을 전혀 고맙게 여기지 않는다”는 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감정노동을 인정한다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행보도 바뀔 수 있다. 미국 온라인 유통업체 자포스는 상담직원들을 반드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콜센터 직원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보다는 노동강도를 낮추고 고객 응대 시간을 충분히 주는 길을 택했다. 자포스는 감정노동과 고객서비스 문제를 함께 해결한 사례로 꼽힌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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