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에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가 <감정노동>을 펴낸 뒤 사회·경영·노동·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2001년 미국 언론인 바바라 에런라이히, 2003년 영국 언론인 폴리 토인비 등이 빈곤 노동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로포르타주를 쓸 때도 여성 노동의 특징인 감정노동에 주목했다. 한국에서는 2009년에 <감정노동>이 번역 출간되면서 이 같은 개념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잔인한 영국의 벽지 공장에서 일하던 19세기의 어느 어린이와 좋은 보수를 받으며 일하는 20세기 미국의 항공 승무원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신적으로 자기 자신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는 자신의 신체와 육체노동에서, 승무원은 자신의 감정과 감정노동에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떼어내야 한다.” <감정노동>
-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이가람 옮김/이매진·2009년 펴냄
“헤드폰을 쓰고 책상 앞에 묶여 있어야 하는 텔레마케팅은 노동 착취의 현장이자 현대판 노예선이나 다름없었다…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한다는 건 친밀하고도 즉각적인 행동이다. 그러다 보니 텔레마케터가 전화를 걸었을 때 사람들은 대뜸 엉뚱한 말을 귓속에 퍼붓는 텔레마케터의 행동을 주제 넘는 사생활 침해라며 화를 내게 마련이다.” <거세된 희망>
-폴리 토인비 지음, 이창신 옮김/개마고원·2004년 펴냄
“나는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모욕적인 행위들(약물검사, 끊임없는 감시, 관리자의 엄한 질책)이 저임금을 유지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자신이 별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믿게 하면 자기가 받고 있는 임금이 실제로 자신의 가치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빈곤의 경제>
-바바라 에렌라이히 지음, 홍윤주 옮김/청림출판·2002년 펴냄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미국의) 육체노동자의 수는 극적으로 줄어든 반면 서비스 노동자의 수는 두 배 넘게 늘었다. 서비스 노동자들은 거의 조직화되지 않은 상태이며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노조 가입 열의를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일을 하지만 생산물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며 그저 자신들의 일이 그저 손님을 접대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개인적 가치와 자부심을 잃은 것은 아닐까?” <노동계급은 없다>
-레그 테리오 지음, 박광호 엮음, 실천문학사·2013년 펴냄
“순전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노동에 비교할 때 감정노동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도 고통스럽기는 다른 노동하고 다를 게 없다. 결국 하우스 매니저(가사 겸 육아도우미)로서 로즈가 한 일은 불안해하거나 무시당하거나 곤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보내는 감정노동이었다. 인내심을 아웃소싱하는 세상에서 이 감정을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운동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나를 빌려드립니다>
-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류현 옮김/이매진·2013년 펴냄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결하거나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기대하지 못하는 노동,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는 노동, 싼값으로 매겨지는 노동, 귀히 여김 받지 못하는 노동…. 오늘도 (콜센터에서 일하는) 김희영씨는 디지털단지로 이름이 바뀐 공단 거리를 걸어 일터로 간다. 디지털이든 첨단이든 노동자가 없다면 아무 일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자, 노동을 말하다>
-박수정 지음, 이학사·2013년 펴냄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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