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에 반장 남라로 출연한 조이현. 넷플릭스 제공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2학년 5반의 반장. 수업시간 외엔 늘 이어폰을 끼고 반 아이들과의 소통을 단절한 자발적 외톨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에서 남라를 연기한 이는 올해로 데뷔 6년차를 맞은 23살 배우 조이현이다.
지난 10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질문을 또박또박 종이에 적은 뒤 곱씹으며 대답하는 그의 모습은 똑 부러지는 모범생 남라를 닮았다. 질문에 귀 기울이며 소통하려는 모습은 극 후반부에서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고 속내를 터놓는 남라와 겹친다. 좀비 사태를 겪으며 서서히 변해가는 남라의 모습은 모두 조이현 안에 있던 걸 꺼낸 듯 보였다.
“전반에는 감정이 없고 표정도 서툴게 연기했어요. 사람들과 소통할 때도 일부러 어색하게 했죠. 그러다 좀비에 물려 ‘절비’(절반은 사람, 절반은 좀비)가 된 이후부턴 감정 변화에 신경을 썼어요. 극 중 가장 많이 변하는 인물이라 거기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에 반장 남라로 출연한 조이현. 넷플릭스 제공
그는 한림연예예술고에 재학 중이던 2017년 웹드라마 <복수노트>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약하던 중 <슬기로운 의사생활>(tvN)의 실습생 윤복으로 얼굴을 널리 알렸다. <학교 2021>(한국방송2)에선 주인공 지원을 연기했다. 윤복과 지원은 밝은 반면, 남라는 차갑고 냉철한 인물이다. 누가 실제 조이현과 가까울까? “인물을 연기할 때 제 안의 어떤 걸 꺼내오는 것 같아요. 윤복, 지원, 남라 모두 저와 비슷한 면이 있어요. 제 엠비티아이(MBTI)가 원래 아이에스에프피(ISFP)인데, 남라를 연기하면서 아이에스티피(ISTP)로 바뀌었어요. ‘감성’의 에프(F)가 ‘이성’의 티(T)가 된 거죠. 신기했어요.”
애초 그가 오디션을 본 배역은 박지후가 연기한 온조였다. 온조 대사를 연기한 그를 보고 이재규 감독이 물었다. “좀 더 밝게 해줄 수 있나요?” “이게 제 최선의 밝음이에요.” “알겠습니다. 가셔도 좋습니다.” 이후 소식이 없어 떨어진 줄 알았다. 한두달 뒤 연락이 왔다. 남라 역에 대한 제의였다. <워킹 데드> <월드워제트(Z)> <부산행> <킹덤> 등 좀비물을 좋아하던 그는 뛸듯이 기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에 반장 남라로 출연한 조이현. 넷플릭스 제공
액션까지 최대한 소화하겠다는 의욕에 석달간 액션스쿨을 다녔다. “무술감독님이 ‘운동신경은 좋은데 체력이 약해서 모든 액션을 대역배우가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건 제가 용납 못 하겠어서 하루 3시간씩 달리기를 하며 체력을 키웠어요. 힘들었지만, 촬영 때는 잘한다고 칭찬도 받았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남라는 수혁(로몬)과 분홍빛 로맨스를 펼친다. 둘은 시청자들로부터 온조-청산(윤찬영) 커플 못지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조이현은 “남라-수혁 커플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다”고 했다. 로몬과 그는 1999년생 동갑내기다. “로몬과 <복수노트>에 같이 참여했지만, 출연 회차가 달라 서로 접점은 없었어요. 이번에 만났을 때 로몬이 ‘슬의생 재밌게 잘 보고 있다’고 말을 걸어와 친해졌어요. 배려도 많이 해줘서 편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에 반장 남라로 출연한 조이현. 넷플릭스 제공
<지우학>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다음 시즌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 감독은 “시즌2를 한다면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시즌2가 나오면 정말 좋겠어요. 엔딩에서 남라가 ‘여기 할 일이 좀 남았어. 나 같은 애(절비)들이 더 있더라. 나 다시 올게’ 하고 끝나거든요. 시즌2가 나온다면 사람과 절비의 대립, 절비와 절비의 대립을 그렸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어요.”
그가 애초 연예예술고 뮤지컬과에 간 건 뮤지컬 배우를 꿈꿔서다. “같은 과 학생들 사이에서 실력이 뒤처지는 걸 느끼고 포기했어요.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제 노래 실력으론 무대에 오를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죠. 이젠 그저 뮤지컬 보는 게 취미인 사람으로 바뀌었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에 반장 남라(가운데)로 출연한 조이현. 넷플릭스 제공
뮤지컬 배우의 꿈은 접었지만, 그는 지금 경희대 연극영화학과에서 공부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내는 매력적인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장르와 작품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실 그런 배우이기 이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좋은 배우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그 마음만으로도 그는 이미 좋은 사람이지 싶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