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물의 길>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이 지난 여름 이후 다시 얼어붙은 극장가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보면, <아바타2>는 개봉 첫날인 전날 관객 36만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전국 2797개 스크린에서 1만116회 상영됐으며, 상영점유율은 70.9%였다.
이는 2009년 개봉한 전편 <아바타>의 첫날 관객 20만5303명보다 높은 수치다. 당시 <아바타>는 최종 관객수 1333만8863명을 기록했다.
<아바타2>는 전편의 흥행을 이끈 3차원(3D) 입체 영상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작품답게 이를 더욱 실감할 수 있는 특수관 선호 현상이 짙다. 대형 화면의 아이맥스관이 70%의 좌석판매율을 기록했고, 의자가 움직이는 포디엑스(4DX)관도 일반관보다 티켓이 3배 이상 많이 팔렸다. 국내 아이맥스관 중 가장 크고 화면비율이 뛰어난 서울 씨지브이(CGV) 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용아맥)은 연말까지 주말 좌석이 사실상 매진된 상태다. 영화팬들 사이에선 ‘용아맥 피케팅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바타: 물의 길>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하지만 개봉 첫날 흥행 기록만으로는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5월 개봉한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개봉 첫날 71만명을, 지난 6월 개봉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76만명을 각각 동원했다. 한국 영화 중에선 <범죄도시2>(5월 개봉)가 46만명을, <한산>(7월 개봉)이 38만명을 개봉 첫날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이에 견줘볼 때 <아바타2>가 80만장의 사전 예매를 기록하며 흥행몰이를 예고했지만 정작 첫날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를 두고 3시간12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과 인기 있는 아이맥스관이나 포디엑스관 표를 구하려고 좀 더 기다리는 관객들이 많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편 이후 무려 13년 만에 속편이 개봉하는 바람에 젊은 관객들에게는 대작의 ‘귀환’에 대한 설렘이 작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아바타: 물의 길>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다만 36년 만의 속편인 톰 크루즈 주연 <탑건: 매버릭>이 비슷한 이유로 개봉 첫날 18만명이라는 조촐한 기록으로 시작했으나 입소문을 타며 800만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바타2>도 뒤늦게 흥행 속도를 낼 수 있다. 특히 다음주 개봉하는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을 제외하면 내년 설 연휴까지 이어지는 겨울 대목에 별다른 경쟁작이 눈에 띄지 않는 점도 장기 흥행을 짐작케 한다.
씨지브이,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극장 체인들은 <아바타2> 개봉을 앞두고 3D 상영 환경의 기술적 수준을 더 높이고 착용 안경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등 공을 들였다. 씨지브이는 의자가 움직이고 비, 바람, 향기 등이 나오는 포디엑스와 양쪽 벽까지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스크린엑스를 결합한 상영 포맷도 도입했다. 메가박스는 화면의 선명함을 극대화시킨 4K HDR(High Dynamic Range) 기술을 사각지대 없이 구현한 ‘돌비 비전’과 공간 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를 동시 적용한 상영관을 마련했다. 또 극장들은 <아바타2>를 계기로 지난 여름 이후 다시 발이 끊긴 관객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해외 항공권 등 경품 행사, 체험 부스 운영, 굿즈 제공 등 대대적인 프로모션도 벌이고 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