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이 심화된 씨지브이(CGV)는 직영 극장 116개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전국 35개 극장 영업을 중단했다. 서울 중구 명동 씨지브이가 텅 비어 있는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씨제이 씨지브이(CJ CGV)가 6월20일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은 뒤로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늘린 자본으로 특별관을 늘리고 신사업을 발굴하겠다고 나섰지만 시장 반응은 흉흉하다. 영화관을 찾는 발길이 늘 것이라는 전망은 찾아보기 어렵고 저물어가는 극장사업을 되살리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주가는 연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씨지브이 주가는 15년 만에 1만원대 이하로 떨어졌다. 시가총액의 갑절을 넘어서는 증자 규모와 기존 주주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 등의 직접적인 영향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 때 넷플릭스 등 오티티(OTT)에 뺏긴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무거운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1998년 11개 스크린의 ‘씨지브이 강변’을 개관하면서 한국에 멀티플렉스 시대를 연 씨지브이가 주주와 소비자로부터 비난받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영화산업이 최대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국내 극장 전체 관객 2억2667만명 중 1억695만명이 씨지브이를 이용했다. 관객 둘에 하나꼴로 씨지브이에서 영화를 본 셈이다. 2019년 씨지브이는 매출 1조9422억원에, 영업이익 1219억원을 거뒀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대유행으로 매출은 5834억원으로 추락한다. 이후로 매출은 점차 회복하고 있지만 적자 구조는 고착화하면서 지난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7천억원이 넘는다. 세계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인 미국 에이엠시(AMC)도 파산 직전까지 갔고 세계 2위인 영국 시네월드는 결국 지난해 9월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씨지브이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씨지브이는 유상증자를 통해 4디엑스(DX), 스크린엑스, 프리미엄관 등 특별관을 늘리면서 신사업을 발굴하겠다는 미래사업 강화 계획을 내놨다. 지주사인 씨제이의 현물출자로 씨지브이 자회사가 된 올리브네트웍스의 아이티(IT)·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사업 확장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시장 평가는 주가 폭락이 그대로 보여준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는 “올리브네트웍스와의 사업 시너지는 자회사 되기 전 계열사 관계였던 이전에도 충분히 가능했던 것이다. 특별관 강화로 매출을 올리겠다는 건 명백히 한계가 있다. 올해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 3천억원 이상 원금의 만기연장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도 영화관 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기업의 미래가 주주들에게 읽힌 것”이라고 했다.
씨지브이 쪽은 특별관 매출 비중이 2019년 16%에서 2022년 25%, 올해 5월 기준 31% 증가해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전체 극장 매출액이 감소한 사정을 고려하면 매출액 증가폭은 크지 않다. 그밖에 공간체험형으로 도입하겠다는 클라이밍, 골프, 스포츠바, 공연장 등은 비용과 운영 면에서 표준화와 확장성이 부족하다. 씨지브이 극장 대부분은 장기임대 방식이기 때문에 정리·축소도 쉽지 않아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자구책들일 뿐이다.
문제는 극장 수입의 핵심인 관람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영화산업 관계자들조차 코로나 팬데믹과 오티티 등장으로 관객들이 줄어든 상황에서 무리하게 요금을 인상해 관객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비판한다. <도둑들> <암살> 등을 만든 최동훈 감독은 지난 2월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500원 정도 관람료를 내렸다”며 “‘지금까지 힘들었지만 이제 가격을 내렸으니 영화를 봐주세요’라는 신호가 우리도 필요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2019년 주중 1만원, 주말 1만1천원 하던 일반 관람료(멀티플렉스 기준)는 2020년 가을부터 씨지브이를 시작으로 세차례 올라 지난해 4월부터 주중 1만4천원, 주말 1만5천원이다.
씨지브이 등은 통신사·카드 할인, 프로모션 할인 등이 많아 실제 이용 금액은 많이 오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씨지브이 관계자는 “각종 할인 혜택 등이 적용돼 실제 영화 관람료는 1만900원 정도 된다. 극장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할인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데 통신사 등의 할인 보전 비용은 매우 낮기 때문에 극장으로서도 출혈경쟁이 벌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관람료와 객단가(전체 매출을 관객 수로 나눈 실제 1인당 관람료) 사이의 간격까지 커지는 시장 왜곡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인 <극한직업>의 객단가는 8586원이었는데, 올해 흥행 1위인 <범죄도시3>의 객단가는 9888원(6월29일 기준, 영진위 통합전산망)이다. 극장 수익은 늘지 않고 관객은 극장에 발길을 끊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형 배급사 관계자는 “조삼모사식 할인이 늘어나면 관객들은 요금 자체에 불신이 쌓이고 배급사로서는 극장과 관람료를 나누는 부율 문제의 투명성이 사라져 극장에 대한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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