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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사실상 조기 철수하면서 파행을 겪는 가운데, 케이(K)팝과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내세워 졸속으로 뒷수습하려는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잼버리 공식 행사 중 하나인 ‘케이팝 슈퍼 라이브’는 애초 지난 6일 전북 부안 새만금 야외 특설 무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폭염과 열악한 환경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여러 문제점이 일어나자 당일 행사를 취소했다.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가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행사를 옮겨 진행하기로 하자 행사 전후인 9일과 12일 경기가 예정돼 있었던 전북 현대 구단과 축구 팬들의 반발이 일었다. 같은 날 전주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의 출연자를 빼가려 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새만금 일대를 지나갈 것으로 예보되면서 상황이 또 바뀌었다. 참가자들이 야영장에서 전면 철수하고 수도권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 장소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또 한차례 옮긴다고 8일 밝혔다.
갑작스럽게 일정과 장소를 변경하면서 출연자 섭외에도 문제가 생겼다. 원래 6일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던 아이브, 제로베이스원 등의 출연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보통 아이돌 가수는 몇달 전부터 일정이 빽빽하게 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엔믹스는 다른 스케줄로 11일 출연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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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행사 주관 방송사인 한국방송(KBS)이 같은 날 생방송 예정이던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를 결방하고 ‘케이팝 슈퍼 라이브’로 사실상 대체하는 고육책을 내놓았다. 애초 ‘뮤직뱅크’에 출연하기로 협의가 됐던 뉴진스 등을 섭외한 데 이어, 다른 출연진도 섭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뮤직뱅크’에 출연하기로 했던 가수들이 결방으로 일정이 비면서 ‘케이팝 슈퍼 라이브’ 무대에 서게 된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와 여당이 방탄소년단을 여론 무마용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방탄소년단은 일부 멤버가 군에 입대해 단체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런데도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지난 6일 언론 브리핑에서 방탄소년단 출연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여지를 남겨 팬들의 비난을 샀다.
급기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방부는 오는 11일 서울에서 있을 케이팝 콘서트에 현재 군인 신분인 비티에스가 모두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썼다. 비티에스 멤버인 진과 제이홉이 군 복무 중이고 슈가 등 다른 멤버들도 줄줄이 입대를 앞둔 상황에서 국방부를 통해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권까지 나선 사실상 ‘연예인 동원령’ 행태에 비난 여론은 확산 중이다. 한 누리꾼은 댓글에 “팀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호출하면 4일 만에 뚝딱 공연이 가능한 건가요? 무능한 정부가 저질러놓은 일을 왜 비티에스가 뒷수습해야 하나요?”라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엑스(X·옛 트위터)에 “정부와 주최 측의 답답한 대처와 운영의 결과가 결국 케이팝 아티스트와 엔터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한 선물이란 명목하에 이뤄진 물타기 사태가 국가적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남겼다.
서정민 서영지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