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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20년 뒤 시청해도 의미 있는 지식 콘텐츠 도전해요”

등록 2023-01-02 20:24수정 2023-01-02 20:59

[짬] CJ ENM 정민식 책임피디

‘사피에스 스튜디오’ 정민식 책임시피가 서울 상암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CJ ENM 제공
‘사피에스 스튜디오’ 정민식 책임시피가 서울 상암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CJ ENM 제공

영어 단어 ‘에버그린’(Evergreen)은 사계절 내내 잎이 푸른 상록수를 뜻한다. 지난 2014년 세계적인 언론사 <뉴욕타임스>의 내부 혁신 보고서가 유출된 뒤, 언론계에서는 ‘에버그린 콘텐츠’라는 개념이 유행했다. 언론사들은 최신 뉴스나 일회성 기획 기사 경쟁에 집중하는데, <뉴욕타임스>는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는” 콘텐츠가 디지털 시대에 더 중요하다고 했다. 역사적 맥락이나 시대를 초월한 가치 전달이 주요해진다는 의미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이런 판단이 유효할까?

“짧은 길이의 쇼트폼 영상이 인기라지만, 긴 길이의 인문학 콘텐츠도 이용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에버그린 콘텐츠’로서 가능성이 충분해요.”

씨제이이엔엠(CJ ENM)의 인문교양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를 맡고 있는 정민식 책임피디(CP)의 말이다. 정 시피는 <티브이엔>(tvN)에서 <스타 특강쇼> <요즘 책방> <어쩌다 어른> 등 강연 형식 프로그램을 성공시켰다. 2020년에는 디지털 부문으로 자리를 옮겨 사피엔스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현재 채널 구독자는 174만명. 지난 12월19일 서울 상암동 씨제이이엔엠 사옥에서 정 시피를 만나 지난 2년여 동안 이어온 디지털 콘텐츠 실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쩌다 어른’ 등 강연 교양프로 인기
2020년부터 인문교양 콘텐츠 전문
유튜브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 개설

‘이에스지 경영’ 접목한 기획도 성공
‘환경 읽어드립니다’ 조회수 430만
평균 시청 지속시간 2배 이상 길어

‘환경 읽어드립니다’ 콘텐츠 가운데 하나. 사피엔스 스튜디오 유튜브 갈무리
‘환경 읽어드립니다’ 콘텐츠 가운데 하나. 사피엔스 스튜디오 유튜브 갈무리

‘120분 풀버전’을 내세운 콘텐츠 가운데 하나. 사피엔스 스튜디오 유튜브 갈무리
‘120분 풀버전’을 내세운 콘텐츠 가운데 하나. 사피엔스 스튜디오 유튜브 갈무리

다른 방송사들도 유튜브를 통해 시사·인문교양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대부분 티브이용 프로그램을 유튜브 맞춤으로 재가공한 것이다. 사피엔스 스튜디오도 티브이 프로 <어쩌다 어른> <벌거벗은 세계사> 등을 재가공하지만, 그보다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에 주력한다. ‘OO 읽어드립니다’를 기본 콘셉트로 역사(전쟁사), 심리, 미술,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문교양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사피엔스 스튜디오를 인문교양 콘텐츠 아이피(IP·지식재산권)의 거점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유튜브 전용 콘텐츠라고 해서 방송보다 짧은 분량으로 만드는 건 아니다. 10~20분 사이 콘텐츠는 물론 30분~1시간, 최대 2시간에 이르는 ‘풀버전’을 당당히 내세운다. 정 시피는 “코미디처럼 웃음이 목적인 콘텐츠는 15초~1분으로 짧아도 되지만, 지식형 콘텐츠는 어느 정도 길이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롱폼(긴 길이)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지식 콘텐츠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저희(제작진)는 ‘썰’을 믿지 않아요. 사실에 기반한 자료로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또 전문가들과 협업하지만, 전문가라고 해서 모든 분야를 세세하게 아는 건 아니거든요. 견해가 다른 사례도 있고요. 그럴 때는 다양한 경로로 팩트체크를 할 수밖에 없죠.”

유튜브가 모든 세대의 정보 검색 창구로 떠오르면서, 유튜브판 ‘지식인(iN)’으로 각종 인문교양, 잡학 지식을 나누는 ‘지식튜브’ 채널도 경쟁이 심화됐다. 정 시피는 개인 크리에이터가 아닌 방송사 조직에서는 “하나의 소재에 대해 다양하고 종합적인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제작자 여럿이 품을 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본다.

2020년 개설한 ‘사피엔스 스튜디오’ 유튜브 채널 이미지. 유튜브 갈무리
2020년 개설한 ‘사피엔스 스튜디오’ 유튜브 채널 이미지. 유튜브 갈무리

사피엔스 스튜디오는 지난해부터 시제이이엔엠의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인문학을 결합한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인문학 콘텐츠를 다루다 보니 세상의 화두가 이에스지로 떠올랐다고 판단”한 정 시피의 아이디어에서 비롯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환경 읽어드립니다’ 콘퍼런스를 개최해 50여명의 국내외 명사들이 기후위기 대응 등 환경을 주제로 7시간여 동안 의견을 나눴다. 이 가운데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기후위기 문제를 개괄한 콘텐츠는 누적 조회수 430만회를 기록 중이다.

올해는 달리기를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줍깅)을 소재로 <지구 청소자들> 시리즈를 내놨다. 정 시피는 “인문교양 지식을 행동으로 함께 실천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에스지 콘텐츠는 최근 씨제이이엔엠이 환경경영 관련 국제표준인증(ISO141000)을 얻는 데 보탬이 됐다.

사피엔스 스튜디오 오리지널 콘텐츠의 평균 시청 지속시간은 7분 이상으로, 다른 씨제이이엔엠 콘텐츠보다 2배가량 길다. 조회수가 수십만회인데 시청 지속시간이 28분에 이르는 콘텐츠도 있다. 정 시피가 “아직 ‘케이(K)-콘텐츠’는 드라마가 강세지만, 앞으로는 인문교양 콘텐츠를 포함한 예능, 다큐 등도 지분을 넓혀갈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정 시피는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랑받는 인문교양 콘텐츠에 ‘롱텀 아이피’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5년 전에 만든 <어쩌다 어른>을 지금 재유통해도 많은 사람이 본다. 인문학이 전하는 본질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20년 뒤에 봐도 배울 점이 있는 ‘아카이브형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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