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4.
이재익의 명대사 열전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
- <쇼미더머니> 중에서 힙합 음악만큼 세대 간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악 장르가 있을까? 마흔이 넘어서도 힙합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 같은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힙합은 10대, 20대의 전유물이다. 어쩌면 이 칼럼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도 벌써 ‘뭐야, 이번에는 힙합 얘기야? 난 뭔 소리인지 모를 테니 이번 칼럼은 재껴야겠군’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 워워워 홀업홀업! 나는 감히 말한다. 기성세대가 힙합을 이해하는 순간, 10대, 20대 젊은 세대들과의 소통이 두 배는 쉬워진다고. 그러니 딱 1분만 투자해서 끝까지 읽어봐 주시라. 이 칼럼은 힙합 팬들이 아니라 힙합의 ‘힙’자도 모르는 분들에게 드리는 글이니. 며칠 전, 미국 힙합의 초기 역사를 다룬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을 보던 중 최근 무서운 속도로 주류 음악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우리 힙합 아티스트들이 떠올랐다. 미국에서 힙합이 건너온지 20년. 지금만큼 힙합 음악이 인기를 얻었던 적은 없었다. 나는 그 이유를 어느 때보다 더 견고해진 계급구조에서 찾는다.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청춘들이 힙합 정신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힙합 정신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힙합 대중화의 1등 공신은 <엠넷>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다. 지난달 시즌4가 종영했고 시즌5를 준비 중이다. 프로그램의 형식이 래퍼들이 겨루는 배틀이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내가 최고로 꼽는 명대사를 통해 힙합 정신을 살짝 엿볼까 한다.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 송민호와 랩배틀이 붙은 래퍼 블랙넛이 한 말이다. 이 칼럼을 읽는 분들 중에는 송민호를 모르는 독자들도 태반일 것이라 생각한다. 송민호는 10대 청소년들에겐 김무성이나 문재인보다 익숙한 이름인데도 말이다. 블랙넛은 왜 이런 말을 했고, 이 말은 왜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어처럼 번졌을까? 송민호는 거대 기획사 와이지(YG)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위너’의 멤버다. ‘대중들이 잘 모르는’ 실력 있는 래퍼들을 발굴한다는 프로그램 취지에 반하는 반칙성 출연자라고도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인기도 지지기반도 약한 블랙넛의 입에서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송민호는 승부에서 이기더라도 랩 실력이 아닌 외적인 요소들로 덕을 본 사람이 되어버리는 덫에 갇혀 버린 것이다. 블랙넛의 외침은 팍팍한 현실에 짓눌려있는 오늘날 한국 청년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대변해주었다. 출발선이 달라도 너무 다른 소수의 ‘금수저들’을 보며 울분을 삭히던 젊은이들의 눈앞에서, 무려 와이지 출신의 인기 아이돌 송민호를 무명 래퍼가 완벽하게 ‘디스’하는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위너와 송민호의 팬인 나조차도 통쾌해서 소리를 질렀을 정도다. 바로 이 지점에 힙합의 정신이 존재한다. 아무리 기를 써도 깨뜨릴 수 없는 불평등의 벽 앞에서, 이길 수 없는 강자에게 욕을 퍼붓고 조롱하는 약자의 음악. 원래 이것이 힙합이다. 블랙넛의 디스 때문이었을까. 송민호는 블랫넛을 꺾고 결승까지 올라가지만 결국 최종 우승에는 실패하고 베이식이라는 래퍼가 우승을 차지한다.
<한겨레> 독자들이 겨우 이 칼럼 하나만으로 힙합을 좋아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뭐 굳이 힙합을 좋아할 필요도 없다. 더더욱 힙합의 정신 같은 담론은 너무 거창하니 잊어도 좋다. 다만, 블랙넛이나 송민호, 또는 베이식의 무대 정도는 한 번 동영상으로 찾아보라. 그리고 도무지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했던 자녀나 회사 후배에게 한 마디 건네 보기를.
“헤이 요, 쇼미더머니 보냐?”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
- <쇼미더머니> 중에서 힙합 음악만큼 세대 간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악 장르가 있을까? 마흔이 넘어서도 힙합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 같은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힙합은 10대, 20대의 전유물이다. 어쩌면 이 칼럼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도 벌써 ‘뭐야, 이번에는 힙합 얘기야? 난 뭔 소리인지 모를 테니 이번 칼럼은 재껴야겠군’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 워워워 홀업홀업! 나는 감히 말한다. 기성세대가 힙합을 이해하는 순간, 10대, 20대 젊은 세대들과의 소통이 두 배는 쉬워진다고. 그러니 딱 1분만 투자해서 끝까지 읽어봐 주시라. 이 칼럼은 힙합 팬들이 아니라 힙합의 ‘힙’자도 모르는 분들에게 드리는 글이니. 며칠 전, 미국 힙합의 초기 역사를 다룬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을 보던 중 최근 무서운 속도로 주류 음악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우리 힙합 아티스트들이 떠올랐다. 미국에서 힙합이 건너온지 20년. 지금만큼 힙합 음악이 인기를 얻었던 적은 없었다. 나는 그 이유를 어느 때보다 더 견고해진 계급구조에서 찾는다.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청춘들이 힙합 정신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힙합 정신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힙합 대중화의 1등 공신은 <엠넷>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다. 지난달 시즌4가 종영했고 시즌5를 준비 중이다. 프로그램의 형식이 래퍼들이 겨루는 배틀이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내가 최고로 꼽는 명대사를 통해 힙합 정신을 살짝 엿볼까 한다.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 송민호와 랩배틀이 붙은 래퍼 블랙넛이 한 말이다. 이 칼럼을 읽는 분들 중에는 송민호를 모르는 독자들도 태반일 것이라 생각한다. 송민호는 10대 청소년들에겐 김무성이나 문재인보다 익숙한 이름인데도 말이다. 블랙넛은 왜 이런 말을 했고, 이 말은 왜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어처럼 번졌을까? 송민호는 거대 기획사 와이지(YG)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위너’의 멤버다. ‘대중들이 잘 모르는’ 실력 있는 래퍼들을 발굴한다는 프로그램 취지에 반하는 반칙성 출연자라고도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인기도 지지기반도 약한 블랙넛의 입에서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송민호는 승부에서 이기더라도 랩 실력이 아닌 외적인 요소들로 덕을 본 사람이 되어버리는 덫에 갇혀 버린 것이다. 블랙넛의 외침은 팍팍한 현실에 짓눌려있는 오늘날 한국 청년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대변해주었다. 출발선이 달라도 너무 다른 소수의 ‘금수저들’을 보며 울분을 삭히던 젊은이들의 눈앞에서, 무려 와이지 출신의 인기 아이돌 송민호를 무명 래퍼가 완벽하게 ‘디스’하는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위너와 송민호의 팬인 나조차도 통쾌해서 소리를 질렀을 정도다. 바로 이 지점에 힙합의 정신이 존재한다. 아무리 기를 써도 깨뜨릴 수 없는 불평등의 벽 앞에서, 이길 수 없는 강자에게 욕을 퍼붓고 조롱하는 약자의 음악. 원래 이것이 힙합이다. 블랙넛의 디스 때문이었을까. 송민호는 블랫넛을 꺾고 결승까지 올라가지만 결국 최종 우승에는 실패하고 베이식이라는 래퍼가 우승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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