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아무리 현실이 힘들다 해도 인생은 아름답단다. -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원래는 어제 본 따끈따끈한 영화 <인턴>의 대사를 소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그 이유는 글의 끝부분에 밝히겠다.
“아들아. 아무리 현실이 힘들다 해도 인생은 아름답단다.”
오늘 내가 꼽은 명대사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인공 귀도의 대사다.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난무한 요즘, 낙관을 이야기하면 현실파악을 못하는 바보거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꼰대로 취급받기 십상인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책 없는 낙관론의 끝판왕과도 같은 이 대사를 꺼내고 싶다.
나도 안다. 만족보다는 불만이, 동조보다는 거부가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이루는 힘이라는 것을. 저성장 시대에 완연히 접어든 우리 사회는 변하고 고쳐야할 것들 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낙관과 행복을 이야기하겠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 제목은 결코 스토리와 어울리지 않는다. 2차 대전 당시 나치수용소에 끌려간 유대인 가족의 이야기니까. 그야말로 한 가족의 지옥체험이다. 메타포로서의 지옥이 아니라 진짜 지옥. 그런데 절멸 수용소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아버지는 변함없이 아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심지어 총살당하러 끌려가는 순간에서조차 귀도는 아들에게 웃어 보인다.
누군가는 행복의 조건으로 건강과 돈, 가족을 이야기한다. 어떤 이는 성취, 또 어떤 이는 사회적인 명예를 행복의 조건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다 틀렸다. 행복은 상황이 아니라 태도에 달려있다. 행복할 이유가 많아 보이는 이들 중에서도 불행한 사람들이 많고, 그 반대의 경우 또한 많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해피엔딩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주인공 귀도가 총살을 당하는데 어떻게 해피엔딩이겠는가. 아들 조슈아는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영화의 제목이 <인생은 아름다워>인 이유는 결코 귀도가 아들 조슈아를 살려내서가 아니다. 누가 봐도 불행할 수밖에 없는, 행복이라고는 한 줌도 쥘 수 없는 상황에서조차 귀도는 애썼다. 행복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아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그가 온 몸으로 보여준 메시지가 바로 영화의 제목인 것이다.
작금의 현실에 만족하고 배부른 돼지가 되자는 말로 듣지 말기를. 영화 속 나치수용소보다는 2015년의 대한민국이 훨씬 더 살만하니 감사하며 살자는 말도 아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쉬운 상황을 만들어주는 사회가 되도록, 우리는 비판하고 저항하고 일어서야 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스스로 행복해야한다. 행복하기 위해 싸우는 것도 사실이지만 행복해야 싸울 힘이 생기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
지옥의 능선에서 꽃을 찾고 죽겠다는 아우성 속에서 콧노래 부르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게을리 하지도 말자. 행복할 이유보다 불행할 이유가 많다 해도, 행복을 찾기에 너무 피곤하다 해도 포기하지 말자. 행복의 추구는 이유를 댈 필요도 없는, 우리 인간의 타고난 권리니까.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오늘이 ‘명대사 열전’의 마지막 시간이다. 그래서 내가 꼽는 최고의 영화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교조적인 표현을 무척이나 싫어하지만 마지막은 창대하게. 하하.
‘걸그룹 열전’으로 시작해 2년이 넘게 이 자리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고백하고 싶다. 그 동안 무척 행복한 마음으로 글을 썼노라고. 그리고 다음 회에는 새로운 칼럼으로 인사드리겠다. 무슨 내용이냐고? 이 시대 진짜 청춘의 심장박동을 느껴보는 시간이라고 하면 어떨까?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