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이하 우영우)의 빈자리를 채워줄 드라마가 또 있을까. ‘우영우’의 종영으로 마음이 허할 시청자들을 위해 ‘이상한 변호사’들의 활약상을 다룬 드라마를 소개한다. 법정 드라마의 매력은 물론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장르의 매력도 함께 품은 작품들이다. 슈퍼히어로 서사를 껴안은 작품도 있다. 우영우의 ‘우당탕탕’ 스타일과 그를 둘러싼 ‘권모술수’라는 재미까지 지닌 이들 드라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볼 수 있다.
■ 최고의 범죄 드라마의 스핀오프
좋은 변호사와 나쁜 변호사의 차이는 뭘까. 법정에서 의뢰인이라는 이유로 범죄인을 비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변호사의 직업윤리는 비판받아야 하는가. 범죄 드라마 주인공인 타락한 변호사 지미 맥길(밥 오든커크)의 이야기가 던지는 질문은 꽤 묵직하다. <베터 콜 사울>(넷플릭스)은 21세기 최고의 범죄 드라마라 불리는 <브레이킹 배드>의 변호사 캐릭터 사울 굿맨의 뒷이야기를 다룬 스핀오프 드라마다.
거리의 사기꾼 지미 맥길이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최고의 범죄 전문 변호사 사울 굿맨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성공·타락·몰락을 모두 맛볼 수 있는 롤러코스터 코스다. 무려 6개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브레이킹 배드>의 프리퀄과 속편 기능까지 하는 전개 때문에 <브레이킹 배드>를 봤다면 더욱 재미있게 극에 몰입할 수 있다. 반대로 <베터 콜 사울>부터 시작해 <브레이킹 배드>로 넘어가도 괜찮다.
■ 슈퍼히어로 전담 변호사가 된 헐크
21세기의 슈퍼히어로라면 법망을 피해야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을까,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일이 더 많을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실제 현실의 시스템과 규범, 정치적 문제 등을 영화적 판타지 세계에 접목하는 방식으로 만든 드라마를 좋아했다면 <쉬헐크>(디즈니플러스)를 놓쳐선 안 된다. 슈퍼히어로 전담 변호사의 활약상을 다룬 신개념 법정 드라마로, 헐크(마크 러펄로)의 사촌동생인 검사 제니퍼 월터스(타티아나 마슬라니)가 헐크로 변하면서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는 이야기다.
제니퍼는 히어로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 겪는 사회적 차별과 폭력,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쉬헐크가 된 그를 몰라본 건달들이 골목에서 린치를 가하는 에피소드, 히어로이기 이전에 성공적인 엘리트 사회·로펌의 일원으로서 적용받는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에피소드 등이 등장한다. 시대의 변화를 면밀하게 반영한 똑똑한 드라마다. 방영 전에는 쉬헐크가 변호해야 할 슈퍼히어로 캐릭터로 과연 누가 등장할 것인지가 관심사였는데, 어쨌거나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그의 의뢰인들이 아니라 쉬헐크 본인이다. 모두 9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졌으며 순차 공개 중이다.
■ 일 잘하는 변호사들의 활약상
변호사가 주인공인 법정 드라마라고 해서 지루할 거란 편견은 버려도 좋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넷플릭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최고의 형사 전문 변호사 미키(마누엘 가르시아룰포)가 사건 의뢰를 받고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건은 물론, 자신을 옭아맨 거대한 범죄의 실체적 진실까지 파헤쳐나가는 범죄 스릴러다. 이야기 속도감이 빠르고 정말 ‘일 잘하는’ 변호사들의 활약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재미 포인트다.
재판에서 반드시 이기고자 하는 변호사는 좋은 변호사일까. 이런 한가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미키는 일단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코널리의 소설이 원작이다. 매슈 매코너헤이 주연의 동명 영화도 있는데, 이는 소설 1권이 원작이다. 드라마는 2권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 영화와 이어서 봐도 좋고, 따로 봐도 무방하다.
■ 다양한 장르와 섞은 법정 드라마들
법정 드라마라 해서 딱딱한 법정 장면만 등장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재미를 위해 다양한 장르와 뒤섞는 작품들이 많다. 미국 뉴욕 엘리트 로펌에서 일하는 한국계 미국인 여성 변호사 잉그리드 윤(아든 조)이 온갖 ‘권모술수’를 이겨내며 일과 사랑을 모두 얻는 <파트너 트랙>(넷플릭스)은 법정 드라마를 <섹스 앤 더 시티>풍의 ‘오피스 드라마’로 바꿨다.
김명민 주연 드라마 <로스쿨>(티빙·넷플릭스)은 법조인이 되기 이전의 로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사건 사고의 진범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그런데 스릴러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법조인’의 직업윤리에 관한 철학적 접근을 드라마에 녹인 점이 흥미롭다. 방영 초기에 미국 드라마 <범죄의 재구성>(넷플릭스)과의 유사성이 지적되기도 했는데, 둘은 상당히 다르다. 두 드라마를 비교해 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법하다.
오는 21일 공개되는 정려원·이규형 주연의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디즈니플러스)는 극과 극의 성향을 지닌 두 남녀 변호사의 ‘우당탕탕’ 관계를 다룰 예정이다.
김현수 전 <씨네21> 기자·영화 칼럼니스트